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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권세는 착각, 금융엔 무지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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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2-12-19 21:35 최종수정 : 2013-01-15 17:26

정희윤 은행팀장

[데스크 칼럼] 권세는 착각, 금융엔 무지
한국금융신문을 찍어 내기 위해 윤전기가 바삐 돌아가고 있을 무렵 대통령 당선자가 누구인지 뚜렷해 지고 있을 것이다. 결과에 따라 대선을 둘러싼 총평의 톤이나 방향이 달라질 수 있겠지만 딱 하나 분명한 것은 이번에도 ‘정책 선거’ 수준에는 한 참을 못 미치는 졸전이었다는 사실 아닐까?

멀리 갈 것 없이 금융계 인사들이 어느 쪽이건 선택하는 과정에서 무엇이 결정적이었던가를 돌아보면 된다. 금융인들이 맡은 바 소임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정책을 놓고 이 후보가 바람직하다, 아니면 저 후보가 더 낫다는 식의 토론은 불가능했다. 경제민주화니 금융민주화니 억지 범주를 설정해놓고 약간의 공약을 내세운 것이 있긴 해도 무엇을, 왜, 어떻게, 얼마 만큼, 언제부터 언제까지, 누가 등 육하원칙조차 채우지 못하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그저 추상적이고 원론적 담론 뼈다귀 몇 대를 이리 저리 핥으면서 이념적 잣대, 정서적 궁합에 따라 휩쓸리는 식물적 휘청임이 있었을 뿐 아니었던가. 그렇다고 유력 후보 두 사람이 부분적 영역인 금융부문을 아우를 경제정책 쪽에서 뭔가 진중한 철학과 명쾌한 방침이나 비전을 세웠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 ‘ 권세 권’자를 되돌아 보는 겸허함으로

유권자들이 두 후보의 경제정책과 국정운영 철학에 대한 구체성을 파악하지 못한 채 다른 요인 때문에 투표권을 행사하기에 이르렀다면 누군가 분명한 잘못이 있어서 그랬을 터이다. 경기장에서 뛰는 선수 격인 선거운동 진영 쪽 잘못 아니면 평가단인 유권자 잘못일 텐데 이번 상황에 한정해서 본다면 앞쪽 잘못이 먼저였고 시작은 나중이나 잘못의 무게를 따지자면 뒤쪽이 더 묵직하다는 생각이 드는 까닭이 뭘까?

악평을 하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정치의식이 미개하니까, 거대 정당인들의 수준이 졸렬하니까.

이런 이야기를 건넸더니 일부 정치권 인사들은 오히려 발끈해서 역공을 편다. 정치인들이 노는 수준이란 매스 미디어 또는 유권자들 수준에 딱 맞게 움직이는 것 아니냐고.

고매한 이상과 신념을 지키려 애쓴 정치인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들의 말로가 어떠했느냐고, 공천을 못 받아 무소속으로 나와 당선되는 일이 대한민국에서 얼마나 어려운지 알기는 하느냐고. 정치 기자로 본격적으로 뛴 적 없는 필자가 접촉 가능한 테두리 안에서도 이런 이야기 주고 받음이 이뤄질 수 있었다.

그렇다면 설사 유권자들의 잘못이란 티끌 한 점 만큼도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이 참에 되돌아 보는 시간을 내어 볼 일이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궁금해서 하나씩 바로잡을 것은 바로잡고 새로 익혀야 할 것은 익히며, 우리가 떼를 지어서라도 버려야 할 나쁜 습관은 어떤게 있을 것인지를.

◇ 공신력을 확보한 기준, 그것을 수행한다는 막중함

되돌아 보자는 권고를 하게 된 개인적 배경은 이렇다. 얼마 전 가르침을 주고 있는 선배로부터 ‘권세 권(權)’자의 원래 뜻이 뭔지 아느냐는 물음을 들었다. 권력, 힘, 이권 등의 저속한 뜻만 떠올릴 줄 알고 있던 주제에 알 턱이 있나. 뜻 밖에 이 한자에는 무거움과 가벼움을 저울질 한다는 뜻이 담겼다고 한다. 저울질 또는 저울추의 역할이란 뜻을 내포한 것은 나무 목 변. 나무 목 변에 소리를 형성하는 황새 관자가 붙어서 ‘권’자로 부르게 되는 과정을 거쳤다고 한다.

비록 딱 한 자이지만 일의 경중과 도리를 다스리는 힘으로서 권력이, 영향권이 미치는 범위로서 권세가, 결정적 역할에 따라 결과가 좌우되는 상황에서 다른 한자와 맞붙어 여러 낱말을 파생시켰다고 한다. 이 점에서 이 한자는 기준 또는 표준과도 밀접하다. 길이나 무게 등에 대한 표준을 정한다는 것이 곧 권력이 되는 것이고 이것을 공인하는 위치에서 권세가 비롯하게 된다.

하지만 오늘날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권세나 권력은 무엇이었던가. 경중을 가리고 도리에 합당한지 아닌지를 가려내는 신성하고 막중한 임무는 죄다 까 먹어 버리고 어떻게 하면 누구에게 잇속을 챙겨 줘서 떡 고물을 챙길 수 있을까 혈안이 되어 붕당을 이루는 정치인들이 지구 곳곳에 무리를 지어 산다,

본래 한자 뜻을 생각할 때 그것은 권력이 아니라 힘의 우위를 앞세워 생각이나 처지가 다른 사람 또는 집단을 배제하거나 굴복시키는 폭력일 뿐일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에 나와 있다지 않은가?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유권자 대부분이 잊어버리고 살다 보니 정치인들은 권력이라는 말, 입법권이라는 자격, 예산편성권이라는 이권을 도리에 어긋나게 쓰시라는 유혹과 자발적 탐욕에 휩쓸리기 십상인 것은 아닐까.

◇ 무지 몽매하기엔 금융에 와서 절정을 달려

‘무릇 행정부란 대다수 국민의 보편적 삶의 질을 높이려면 어느 쪽이 나은지 저울질을 잘 해서 이치에 합당하게 예산과 인력을 들여야 할 책무가 있다~’라는 이야기는 교과서에나 있는 이야기지 현실에는 없는 것이라고 통탄하던 시절이 있다. 중앙 관청부터 시골 관아에 이르기까지 보통 백성들을 진정으로 헤아리는 행정조직을 경험한 것이 너무 일천하고 부분적인 것도 사실이다.

이 또한 ‘권세 권’자의 본래 뜻과 어긋나게 굴절시킨 현실세계의 폭력적 변형 때문일 것이다. 애초에 바른 저울질과 그것을 유지하고 행사하는 활동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모르는 사람들이 국민들의 마음을 진정으로 헤아린 정책을 내놓으리라 기대한 것이 우물 가에서 숭늉찾기인지도 모른다.

그래도 하나 덧붙여 짚고 가고 싶은 것은 ‘금융이란 무엇인가’ 권위를 인정 받은 번듯한 책 한 권 없는 나라이다 보니 금융산업의 발전과 금융시장에 활력을 불어 넣을 금융정책이 제대로 나올 리 없다는 심산이다. 지나치게 삐딱하게 보지 마라는 설득력 있는 반론을 누군가 펴서 필자를 질타해 주시면 오히려 감개무량 할 것이다. 왜 돈을 만들어서 사고 팔고, 사고 파는 걸 더 크게 불리려 돈을 빌리고 빌려주는지, 빌리고 빌려 주는 일에는 책임과 의무 그리고 약속과 신뢰의 준수를 살피고 저울질 해주는 권력만이 필요할 뿐인데, 인기에 영합해서 적정한 비용산정도 없이 은행원 임금 수준을 타박하고 이자가 비싸다 아니다 소리가 요란하다.

그러면서 뒤돌아 서서 다른 자리에 달려가서는 우리 나라 금융산업에는 왜 삼성이나 LG, 현대차가 없냐고 괄시한다. 국민 저축을 대기업에 몰아줬기에 세계적 브랜드로 성장하는 원동력과 상당기간의 에너지를 확보할 수 있었던 머지 않은 어제의 일을 모른다는 듯이. 날만 새면 규제하고 억제하고 시키는 것만 하라는 관의 다스림과 정치권 및 언론의 지엽단편적 여론화 공세가 시류를 지배할 뿐 근본적 원인과 대안에 대한 심모원려는 발붙이지 못하는 세태. 이것이 오늘날 대선 후보 금융정책의 수준이 왜 이 모양인지 적나라하게 알려 주는 단면이 아니고 무엇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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