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초순까지만 해도 대외 경제여건의 불투명성, 국내 경기 하강 국면, 일부 대기업 부실화 등의 요인이 있지만 내년엔 이익창출력이 회복될 것이라는 낙관론이 빛을 뿜었다. 하지만 최근 3분기 실적 추정작업에 다시 들어갔던 은행업 분석가들을 중심으로 연간 이익 전망치를 하향하는 사례가 부쩍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 신한지주가 3조 1003억원을 내며 순익 3조 클럽을 열었고 KB금융과 우리금융이 각각 약 2조 3730억원과 2조 1560억원으로 2조 이상 금융사가 셋이나 됐던 영화는 당분간 재현이 불가능할 전망이다.
◇ 일부 대기업 부실, 유가증권 감액 등에 3Q 실적 뚝
올해 실적 추정치를 직접 끌어내린 것은 3분기 실적이 불과 1개월 전 시장전문가 컨센서스에 비해서도 크게 나쁠 것으로 예측됐기 때문이다. FN가이드 집계에 따르면 신한지주 이익 추정 컨센서스는 지난달 만 해도 3분기 6000억원대 후반을 구가했고 최근에도 6000억원대 중단보다 조금 높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조정에 나선 분석가들의 추정치를 보면 신한지주의 분기 연결 순이익은 6000억원 넘기기가 만만치 않다고 보는 시각이 급부상한 것을 알 수 있다. 5000억원 대 중반이 점쳐졌던 KB금융과 그래도 4000억원대 중후반에 걸칠 것으로 기대를 모으던 우리금융의 경우 순익추정치 하향 폭이 더 컸다. KB금융이 600억원 이상, 우리금융은 1000억원 이상으로 조정한 곳도 있는 실정이다.
9월 말 극동건설과 웅진홀딩스가 동시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던 영향이 가장 컸다. 이들 대기업 관련 추가 충당금 예상치만 적게는 2000억원 안팎에서 3000억원 안팎으로 잡았다. 또한 주요 은행들이 지닌 유가증권 가운데 POSCO와 금호산업 등의 주가하락에 따른 감액손실 가능성도 한 몫 거들었다.
◇ 올 4분기 이후 회복 전망 무색한 새 전망들
거북스러운 것은 단지 3분기 성적만 뚝 떨어질 것으로 보지 않는 견해가 두터워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3분기 실적을 침잠시키는 요인들을 감내할 것은 감내하고 처리할 것은 처리한 뒤에도 부정적 요인이 만만치 않다는 시각이 득세한 것이다.
삼성증권 김재우 애널리스트는 “순이자마진(NIM)하락과 더딘 자산성장에 따른 핵심이익 감소추세가 계속되면서 은행 수익지표의 구조적 하락 우려가 커졌다”고 주장했다. 초대형 금융지주 한 관계자는 “최근 돌출된 일부 대기업 부실이 끝이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한 뒤 “우리 경제에 밀접한 선진국과 개도국 경기회복이 여전히 불투명하고 국내 경재성장률 전망이 하향되고 있는 것을 보면 4분기 이후 보수적인 전략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사정을 반영한 2013년 은행권 상장 금융사 추정치는 사뭇 어두운 톤이다. 신한지주가 적어도 2조원 중반대에 근접하는 정도의 실적을 낼 것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고 선전을 펼친다면 2조원 후반대 순이익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견해도 공존하고 있다.
하지만 그에 이어 2조원 클럽 유력 멤버인 KB금융의 경우 2조원 조금 넘는 순이익을 남기는데 그칠 것으로 추정한 곳이 여럿 나타났고 우리금융의 경우 2조원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과 2조원을 밑돌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혼조세를 형성했다.
하나금융은 올해 외환은행 인수과정에서 장부가치보다 싼 값에 지분을 사들인 것을 반영한 회계상 이익효과가 걷히고 경기여건이 불투명하다는 점을 감안해 1조원 초중반 내지는 중후반대 순익은 가능할 것이라는 예상이 일반적이다.
◇ 은행별 차별화 역동성 봐야
이런 가운데 타의 추종을 불허했던 신한지주 이익창출력 수준에 KB금융부터 격차를 좁히며 다가설 가능성이 크다는 견해, 보수적인 자산성장 전략이 보편적인 가운데 일부 적극적인 자산성장 전략을 펴고 있는 은행들의 실적 차별화 가능성 등을 지목하는 전문가들이 나타났다.
한 때 올 4분기 이후 수익성 지표가 개선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봤던 낙관론의 근거는 핵심이익 개선 가능성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가중평균금리 움직임상 신규취급 기준 예다금리차 곡선이 접시형 바닥을 만들고 살짝 고개를 들기 시작했기 때문에 NIM이 추가 하락하지 않고 반등으로 전환할 가능성을 점칠 수 있었던 덕분이다.
여기다 올해 내내 부실자산 매각과 상각에 박차를 가하고 대손충당금과 대손준비금을 쌓으며 선제적인 위험관리 노력을 기울인 만큼 나라 밖에서 대형 돌발 악재가 분출되지 않는 한 내년에는 통상적 자산운용을 통한 이익기반 회복을 넘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낙관론을 떠받치는 저지선으로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 이익 추정치 감소율이 들쭉날쭉한 것부터가 실적 차별화를 예보한 것으로 보인다.
〈 은행권 상장사 순익예상치 하향 사례 〉
(단위 : 억원)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