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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균평장명 바란다면 유사재유득 하라

관리자 기자

webmaster@fntimes.com

기사입력 : 2012-09-16 21:39

정희윤 은행팀장

[데스크 칼럼] 균평장명 바란다면 유사재유득 하라
금융권이 부여받는 책무가 갈수록 무거워지고 있다. 요즘 시세(時勢)를 형성한 구도에 큰 변화가 없다면 아마 끝이란 없을 것으로 짐작된다.

부여 받는 톤 또한 ‘~이길 바란다’가 아니라 ‘~라야 한다’는 직접적 주문이거나 사실상 제시한 틀 안에서 필요한 수준을 충족시키길 명령하는 것이나 다름 없는 화법으로 다가오고 있다. 부분 부분을 떼어 놓으면 대개가 좋은 일이고 해서 사회를 이롭게 하지 않을 일이 아니다. 이행하면 낯이 설 만한 일이 많다. 그래서 금융그룹 간에 금융회사 간에 경쟁을 벌이는 모양새를 띄기도 한다.

사실상 새롭게 일을 추진하거나 중요한 의사결정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하한기(夏閑期)에도 사회공헌, 서민금융, 지속가능 경영 등과 관련한 동향은 꾸준히 이어졌다.

외환위기를 천신만고 끝에 극복했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안도감이 지배하던 시절, 불과 8~9년 전만 하더라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변화다. 금융계의 풍속 가운데 가장 크게 달라진 게 있다면 오직 이쪽 분야라고 엄지를 치켜들 만하지 않을까?

◇ 바른 길 가야할 길 올랐고 열심히 간다지만

금융계가 ‘기업시민으로서 적극적 역할‘을 공식화하고 기업문화로 확립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110년 이상 이어 온 대한민국 금융사를 생각할 때 정말 얼마 안된 일이라 할 만하다. 많은 금융인들이 잊고 지냈을지 모르지만 ‘금융권의 탐욕’을 질타하는 사회의식은 2003년 ‘카드대란’ 때 분출된 바 있다.

대기업집단의 부실에 부화뇌동함으로써 경제위기 심화에 한 몫 거든 공범으로 지목됐던 외환위기 때의 충격까지 따지면 최근 사면을 둘러싸고 압박받고 있는 것이 벌써 세 번째는 된다는 이야기다. 카드대란 당시 금융감독원 한 고위관계자가 소액의 카드 대금 결제일을 깜박 잊고 놓쳤다가 바로 다음날 득달같이 걸려 온 채권추심 전화를 받고 당황스러워 했다는 이야기는 일화로 남아 있다.

현금서비스나 카드론 한도를 늘려 줄 때는 마구 늘려 주면서, 어찌 하면 카드를 더 많이 발급시켜줄까 과열 경쟁을 펼치다가 그만 임계치를 넘겨, 카드채 발행 길이 막히고 나자 카드업계는 자금중개 기능을 상실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전업계 카드사는 물론 은행이 겸영하는 카드 또는 은행이 자회사로 거느리던 카드사 모두 비난을 면하긴 어려웠다. 그 어려움을 인내하고 수습했던 노고야 컸겠지만 문제를 키웠던 원인으로부터 금융권이 자유로울 순 없다. 게다가 국제적인 논의와 패러다임은 오래 전부터 기업시민의 사회적 역할을 강화하는 쪽으로 진행돼 왔던 차였기에 이를 수용하면서 진화하는 쪽을 택한 것은 당연한 귀결일 것이다.

◇ 스스로 새로운 경지에 눈 뜨고 나아갔더라도

되돌아 보면 시작이 늦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금융권 스스로 쇄신과 변화에 시동을 먼저 건 것이 사실이다.

은행장들의 조회사나 기념사, 금융그룹 회장들의 공식석상 언급에서 유난히 강조되기 시작한 사회공헌, 나눔실천 등의 담론이 이젠 지속가능경영, 따뜻한 금융, 행복한 금융 등으로 만개하고 있으니까. 예산을 늘리고 전담조직을 꾸리고 인력을 들여 정성을 기울이고 있으니까 진화 내지는 발전 수준이 낮다고 볼 수 만도 없다.

그런데 곡절이랄까 외부 영향에 따른 굴곡의 심대함은 요지부동이다. 이자도 깎아 주고 수수료도 너무 많이 받으니 낮추라는 압박에 더해 사회적 역할을 늘리라는 유무형의 요청은 강도가 높아만 간다. 금융인들이 속상한 것은 소비자에게 불편을 주는지 아닌지 거들떠 볼 겨를이 없이 유지했던 관행들이 무참히 폭로 당하고 수동적으로 개선하는 처지인지라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꺼낼 분위기도 아니다.

◇ 쌍방향으로 근본적 쇄신 보지 못하면 시늉에 그칠 일

문제는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만약 끝장 토론을 한다면 일반 기업으로서 사회적 역할과 금융 본업을 통한 역할이 괴리된 것을 두고 공방을 펼칠 공산이 클 것이다. 시혜적 차원에서 사회공헌 사업을 많이 하는 것은 그것대로 좋은데 금융업 본연의 역할에 대한 주문과 비판 공세에 처했을 때 금융계가 체계적이고 일관성 있게 해명할 논리, 이론적 기반은 충분한가?

기업시민으로서 역할이 중요함을 깨닫고 본격적으로 뛰어든 지 이만하면 다른 어떤 부문의 기업군보다 열심히 하고 있다고 인정해 줄 만도 한데 인정을 못받는 상황으로 빠져 든 이유는 뭘까?

아무래도 사회공헌과 지속가능 관련 경영활동 역시 관성화된 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시대 대한민국 언중(言衆)은 금융회사들이 균평장명(均平章明)한 기업들로 탈바꿈하라고 목소리를 끌어올리고 있는 참이다.

◇ 이 시대는 ‘균평장명’한 금융업으로 나아가라 명한다

균평이란 뭔가 대와 추, 줄 등으로 이뤄진 저울이 조화를 이뤄야 제 몫을 하는 상태에 빗댈 만하다. 그렇다면 세간에서 금융업에 바라는 균평이란 한 쪽이 우월한 입장에 서지 않고 동등한 상태, 외국에서 들여와 무의식 중에 신봉하게 된 은행 기여도에 따른 차별을 우선하는 게 아니라 정말 엄격하고 정확하게 고객을 대하는 기풍이 확립된 상태, 이런 것은 아닐까.

여기다 장명까지 바란다. 章이란 성인이 발하는 상서로움, 본받을 만한 올바름을 뜻할 때 쓰기도 한다. 훈장이란 낱말에 쓰는 것도 비슷한 용법이다. 본디 균평장명이란 말은 서경 요전 편에 등장하는 임금이 펴야 할 치세의 자세를 언급한 말인데 요즘 금융권에 요구하는 수준이 얼마나 높은지 생각해 보다, 학문이 짧은 필자에게는 충분히 참고할 만한 개념으로 다가왔다.

그냥 평판리스크에 신경 쓰는 멋쟁이 금융인이 아니라 정말 본연의 자금중개활동 과정과 신용창출을 통해 존중받는 업종, 존중받는 금융인으로 환골탈태하지 않으면 벗어날 수 없는 운명에 처했다는 점을 직시하자는 것이다. 짧으면 분기, 길어야 연간 실적에 함몰된 경영진들로서는 수행하기 불가능한 일인 줄 안다. 하지만 누군가는 뜻이 같은 사람을 모아 새로운 패러다임을 일으켜야 만 금융이 산다.

그렇게 하려면 버려야 할 낡은 틀을 버리고 새롭게 기틀을 세워야 얻는 것이 있을 것(有舍才有得)이다. 실물경제의 어려움은 그 다음 고민해야 할 몫이다.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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