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리츠화재, “결합상품으로 수수료 충당”
메리츠화재는 이달 중순께 90주년을 기념해 무배당 연금보험이 포함된 결합형 상품 ‘케어프리보험 엠-바스켓(M-Basket)’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이 상품은 암, 연금, 자동차보험을 자유롭게 결합해 보다 저렴한 보험료로 보장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상품으로, 무배당 연금보험 출시에 첫 물꼬를 텄다.
당초 생보사에 비해 연금부분에서 취약한 손보사들은 무배당 연금보험에 판매 허용에 적극적으로 나섰으나, 지난해 말 금융당국에서 판매를 허용하되 사업비를 기존의 3분의 1수준으로 줄이도록 규정하면서 상품개발에 무심한 태도를 보여 눈총을 받아왔다.(관련기사 6월 14일자, 10면)
유배당 상품은 기금운용을 통해 발생한 이익의 90%를 계약자에게 배당하고 나머지 10%를 보험사가 가져가는 구조를 가진 반면, 무배당 상품은 보험사가 이익 전체를 가져가기 때문에 사업비를 훨씬 낮춰야 한다는 게 감독당국의 입장이다. 그러나 사업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신계약비를 기존의 월납초회보험료의 400~500% 대에서 200% 이하로 제한함에 따라 보험사들은 설계사 수당조차 맞출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발하며, 감독당국에 규제 완화를 요구해 왔다.
메리츠화재는 이번에 상품을 출시하며 신계약비를 200% 이하로 낮추는 대신 관리나 유지비를 높게 책정하고, 결합상품 판매를 통해 설계사 수당을 보존하는 방법을 택했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규정대로 사업비를 대폭 낮췄다”며 “설계사들의 판매유인을 줄이지 않기 위해 신계약수당 대신 관리비와 유지비를 보너스 형식으로 좀 더 높게 주는 형식으로 보존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또한 결합상품으로 연금보험 상품과 자동차, 암보험을 결합할 경우 계약자들이 보험료를 할인받을 수 있어, 설계사들이 무배당 연금보험과 결합된 ‘바스켓’ 상품판매를 통해 나머지 부족한 수수료를 충당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 감독당국 “첫 물꼬 터, 차후 활성화 기대”
감독당국은 무배당 연금보험 출시에 대해 기대감을 내비쳤다.
당초 소비자의 선택권을 확대하고 연금저축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취지로 상품판매를 허용했으나, 예상과 달리 보험사들의 움직임이 냉담해 곤욕을 치렀기 때문. 금감원 복합금융감독국 관계자는 “이번 상품은 무배당 연금저축보험에 대한 운영지침 상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안다”며 “사업비가 적은 만큼 보험료가 저렴하고 고객들의 선택권을 넓혔다는 측면에서 메리트가 있다고 판단한다”며, “메리츠화재가 첫 물꼬를 텄고 경쟁체제인 만큼 차후 활성화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 손보업계 여전히 ‘냉담’
반면, 손보업계는 향후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생보사의 경우 세제비적격상품(소득공제가 안 되는 대신 10년이 지나면 비과세 혜택이 주어지는 상품)을 주력으로 하고 있어, 무배당 연금보험의 규제에 대한 영향이 미미하다는 입장이며, 손보업계에서도 유배당 연금상품을 이미 팔고 있기 때문에 시장파이가 크지 않다는 입장.
손보업계 관계자는 “무배당 연금보험은 장기쪽에서 보면 포션이 크지 않다”며 “설계사 수수료가 적어 판매도 어렵고 실제 얼마나 판매될 지도 미지수로 아직 검토하는 바가 없다”고 못 박았다.
생보사에 비해 세제비적격상품을 판매할 수 없어 저축연금보험상품의 외연을 무배당으로 넓히려 무단히 애써온 기존의 손보사의 입장과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상품출시가 무배당 연금보험에 대해 다시 검토하는 계기가 될 수는 있겠지만 당장의 출시계획이나 관련 논의도 없는 상태”라며, “이후 판매 추이를 지켜봐야 할 단계”라고 말했다.
김미리내 기자 pannil@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