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돌아온 외국인, 대규모 프로그램매수 동반
시장의 눈과 귀가 온통 외국인을 주목하고 있다. 외인이 움직일 때마다 증시가 들썩이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 증시에서 외국인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최근 코스피의 급등을 이끈 주인공은 외인. 외국인들은 지난 7월 27일부터 최근까지 약 6조3000억원이 넘는 국내주식을 순매수하면서 같은 기간 코스피도 1700후반에서 1900선으로 껑충 뛰었다.
특이한 점은 외국인은 주식을 사면서 대규모 프로그램매수를 동반했다는 것이다. 현재(7월 27일 ~ 8월 17일) 외국인 전체 순매수 금액에서 프로그램 차익과 비차익 순매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39.2%, 58.5%에 달할 정도로 프로그램매매가 압도적이다.
때문에 이번 외인순매수에 대한 성격을 놓고 논란도 뒤따르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숏커버링으로 순매수추세전환과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숏커버링은 기존에 누적된 공매도(short sell)에 대해 이를 청산하는 주식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주가가 상승하는 현상을 뜻한다.
실제 코스피가 급등하면서 외국인 순매수 상위 종목들의 경우 대차잔고가 최근 빠르게 감소하면서 외국인의 순매수가 공매도청산에 따른 숏커버링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외국계 자금의 성격도 논란거리다. 특히 8월 이후 유입된 외국계 자금 가운데 큰손은 단기성자금으로 분류되는 유럽계자금이다. 영국이 1조7100억원으로 가장 많이 순매수했으며 프랑스 쪽에서도 5700억원이 유입됐다.
반면 장기성자금으로 평가받는 미국계 자금은 오히려 -1900억원으로 이탈했다. 외국인투자자 가운데 단기매매성향이 강한 유럽계자금이 주축인 탓에 유럽위기완화정책이 차질을 빚을 경우 썰물처럼 빠져나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올 1월같은 급격한 이탈이 되풀이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무엇보다 외인이 프로그램매매로 베이시스를 단기간에 확대하며 지수를 끌어올린 만큼, 대규모 매도로 베이시스를 좁힐 경우 손해가 발생할 상황이다.
동양증권 이중호 연구원은 “외국인 입장에서는 베이시스를 은행금리로 환산해 보면 9.2~9.8%수준으로 거래비용을 감안하더라도 금리+알파가 가능하다”며 “단기 자금시장에 보유되어 있는 자금을 차익프로그램매매 형태로 충분한 이익을 거둘 수 있어, 프로그램매수세가 지속적으로 유입될 수 있다”고 말했다.
◇ 환율, 베이시스가 변수, 환차손우려로 급격한 이탈제한
환율도 변수다. 외인이 대규모 프로그램매수에 나선 시점은 8월 옵션만기일로 약 1조248억원의 뭉칫돈이 유입됐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지난 7월 27일 이후 최저점(달러당 1125.5원)을 기록했다.
지난 24일 원달러환율은 1134.50원. 외국인들이 진입한 시점보다 약 10원 안팎인 원화약세로 현재 환차손이 발생한 상황이다. 이같은 환차손을 무릅쓰고 외국인이 매물을 쏟아낼 가능성은 낮다는 지적이다.
대신증권 박중섭 연구원은 “베이시스와 환율 측면에서 현재의 국면은 오히려 프로그램 차익으로 유입된 외국인 자금이 이탈할 가능성이 지난 4월 이후보다 더욱 낮다”며 “베이시스와 환율이라는 두 요소가 외국인들이 프로그램 차익 매수 잔고를 축소하기에 불리한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고 분석했다. 안정되고 있는 유럽위기도 외인들이 국내증시에 발걸음을 머물게 할 요인이다.
신한금융투자 이선엽 연구원은 “현재 미국 쪽 모멘텀은 약화되는 반면 유럽 쪽은 강화되는 분위기”라며 “올초 본격적인 외국계 자금이탈은 예상치 못한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우려가 원인이었다.
하지만 최근 유럽위기는 안정국면에 진입해 외국계 자금이탈이 재현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최성해 기자 haeshe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