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예보 주도매각으로 새국면, 복잡한 이해관계 여전
솔로몬투자증권의 매각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모회사인 솔로몬저축은행이 지난 4월 영업정지로 운영주체가 솔로몬그룹에서 예금보험공사로 넘어가며 매각주체도 예보로 바뀌었다.
현재 예보는 경영쇄신을 단행하면서 매각에 피치를 올리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새사령탑으로 정회동 사장의 선임이다. 정 신임사장은 최근까지 NH농협증권 사장을 역임하면서 취임 2년만에 매출을 3배로 증가시킨 베테랑이다.
사명도 바꿨다. 기존 솔로몬투자증권 사명을 버리고 아이엠투자증권으로 새출발했다. 저축은행사태 이후 저축은행과 연관된 것으로 오인을 받을 수 있어 영업상 어려움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20일 오전 사명 변경을 위한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주주들로부터 아이엠투자증권으로 사명을 바꾸는 안건을 최종승인받았다.
예보가 의욕을 갖고 솔로몬투자증권의 매각에 나서더라도 그 과정이 순탄치않다. 먼저 매각자와 대주주가 다른 복잡한 지배구조로 매각속도를 높이기가 쉽지않다. 엄밀히 말해 솔로몬투자증권의 대주주는 솔로몬저축은행이 아니다. 최대주주는 지분 49.89%를 보유한 에스엠앤파트너스다. 이 회사는 사모펀드인 솔로몬PEF가 지분 95.25%를 보유, 실질적인 최대주주다.
특이한 점은 솔로몬PEF의 최대주주가 재무적투자자(FI : Financial Investors)라는 것이다. 재무적 투자자인 공무원연금공단이 지분 30%로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한 반면 솔로몬저축은행계열은 약 16.03%로 2대주주다.
이제껏 솔로몬측이 경영전반에 책임을 지닌 GP(Genernal Partner:업무집행사원)이자 무한책임사원으로 경영을 맡았으나 솔로몬저축은행의 영업정지로 대신 예보가 GP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즉 매각자인 예보가 매각을 추진하더라도 대주주인 공무원연금공단이 동의없이는 딜이 성사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공무원연금공단 관계자는 “예보가 매각을 대행해 추진하고 있으나 제대로 평가를 받고 제값을 받아야 한다는 게 기본원칙”라며 “아직 인수자나 인수가격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이 나온 게 없어 어느 선이 적정가격인지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관건은 매각가격이다. 솔로몬그룹측은 지난 2008년 아이엠투자증권의 전신인 KGI증권의 지분 51.62%를 경영프리미엄까지 붙여 약 1563억원에 인수했다. 이 과정에서 공무원연금공단은 F1으로 지분 30% 인수하며 투자금액은 약 521억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이 과정에서 연9~10%의 복리의 이자와 원금을 받는 우선매수선택권, 풋옵션 등 프리미엄을 부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 증권업불황, 프리미엄하락으로 시장평가 시큰둥
하지만 과거만큼 몸값을 받을지는 미지수다. 인수합병에서 고평가 저평가의 잣대인 PBR(주당순자산비율)의 경우 솔로몬그룹이 KGI증권 인수당시 약 1.7배로 평가받았다. 현재 증권업종의 평균 PBR은 0.7배로 그 갭이 2배 넘게 차이가 난다.
증권담당 애널리스트는 “PBR 기준으로 지금 시세와 비교하면 2배 넘게 비싸게 매입한 격”이라며 “수익구조가 엇비슷해 기존 증권사의 인수가능성이 희박한 점을 감안하면 결국 인수자는 증권업에 진출하려는 신규사업자일 가능성이 큰 데, 최근 증권라이선스에 대한 프리미엄상실로 매각가격하락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브로커리지가 거의 전무한 사업구조도 논란거리다. 현재 아이엠투자증권의 주력사업은 채권, IB, 파생상품운용이다. 반면 리테일의 경우 지점(영업소 포함)이 9개에 불과하다. 때문에 최근 거래대금급감으로 증권사들의 브로커리지가 직격탄을 맞자 지점, 인력 등 고정비용이 적다는 점이 장점으로 거론되고 있다.
아쉬운 것은 브로커리지불황에도 이들 사업부문이 경쟁사를 압도할 만큼 뚜렷하게 두각을 나타내지 않는다는 점이다. 채권부문도 최근 깜짝금리인하의 영향으로 거의 모든 증권사들이 대규모 채권평가이익을 낸 것을 감안하면 높은 점수를 주기가 쉽지 않다. 다만 파생상품운용 부문에서 약 79억원의 이익이 발생, 선전했다. 1분기 실적에서도 거래대금급감으로 브로커리지비중이 높은 증권사들의 실적이 악화된 것과 비슷한 패턴을 보이고 있다. 아이엠투자증권은 지난 1분기 (2012년 4월 1일 ~ 2012년 6월 30일) 영업이익은 52억원, 당기순이익은 2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동기 대비 순익 33억원과 비교하면 약 30% 이상 줄어든 셈이다.
이에 대해 솔로몬투자증권 관계자는 “전반적인 시장침체로 IB부문이 부진했다”며 “1분기 저축은행손실을 털어내는 과정에서 1회성 손실이 발생했을 뿐 이를 제외하면 이익은 지난해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아이러니하게도 판관비를 줄이는 낮은 고정비용이 M&A에 부메랑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현재 아이엠투자증권 임직원 374명 가운데 정규직은 135명에 불과하다. 회사수익의 창출하는 IB, 채권, 트레이딩 핵심부서에서도 성과급 중심인 계약직이 대부분으로 경험, 노하우같은 무형의 자산가치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M&A전문가는 “현재의 인력구조로는 능력이 우수한 직원들을 스카웃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라며 “비싼 돈을 들여 전체 회사를 인수할 매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아이엠투자증권 관계자는 “현재 인력은 영업전문인력은 계약직, 후선지원업무는 정규직인 형태”라며 “사업특화된 중소형사의 경우 성과급 중심의 계약직이 많고, 이는 일반적인 인력구조”라고 말했다.
최성해 기자 haeshe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