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의 개선 목소리가 높아진 것은 지난 2009년 생·손보사들의 실손보험 표준화 정책이 이루어짐에 따라 의료실비 보장이 100%에서 90%로 줄기 전 무리한 절판마케팅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지난 2009년 이후 실손보험 손해율은 100%이상 꾸준히 증가하고 있었으며, 당시 대거 판매되었던 실손보험의 갱신시기가 도래하면서 갱신보험료 폭탄이 예고되고 있는 것.
이에 따라 금유위원회는 지난 3월 실손보험 개선 TF를 마련해 개선안들을 논의해 왔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실손보험에 대한 니즈가 커서 보장범위가 줄어들 경우 3년 전처럼 절판마케팅이 횡행할 것”이라며 “아직까지 정해진 사항은 없지만 현재 거론되고 있는 방안들은 근본적인 대책이라기보다는 눈 가리고 아웅 식의 근시안적인 대안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방안들은 오히려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가중시켜 절판마케팅을 부추기는 꼴”이라고 덧붙였다.
◇ 갱신시기 3년에서 1년으로 단축… ‘조삼모사’격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실손보험의 개선 쟁점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로 갱신시기를 3년에서 1년으로 단축시키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갱신보험료의 인상폭이 커 1년 단위로 나눠 소비자들의 충격을 줄이자는 것인데, 업계에서 조차 ‘조삼모사’격이라는 비판여론이 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갱신시기를 3년에서 1년으로 줄이는 것은 3년에 걸쳐 오른 보험료를 단지 1년 단위로 내는 것일 뿐 손해율 하락이나 소비자 부담 경감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오히려 불필요한 관리비용이 추가될 수 있어 보험료 인상 요인이 하나 더 생기는 겪이며, 1년 단위로 보험료가 계속 오르면 민원만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3년 만기가 돌아오는 실손보험의 경우 연령상향에 따른 위험률 부담과 손해율 까지 겹쳐 일부 보험료가 50% 가까이 치솟을 것으로 전망되자 단순히 소비자들의 체감 인상률을 낮추려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 실손만 보장하는 단독상품 개발… “판매유인 없다”
두 번째로 실손만 보장하는 단독상품 개발로 소비자들의 보험료 부담을 낮추고 선택권을 확대하는 방안이다. 실손만 보장하는 단독상품의 경우 보험료가 2~3만원대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기존 실손보험의 경우 상해·질병보험의 특약형태로 판매되거나 주계약 일지라도 의무부가특약이 있어 보험료가 높을 수 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실손을 주계약으로 하는 상품의 경우 정기특약이나 의무부가특약이 결합된 구조인데, 대부분 발생빈도가 낮은 특약들로 보험료가 저렴해 부담스럽지 않고 이에 따른 마진은 실손보험의 리스크관리나 헤지의 완충작용을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보험업계는 단독상품 개발에 대해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손보사 한 관계자는 “실손보험의 보험료가 낮아질 경우 설계사들의 수수료가 낮아져 판매유인이 줄어들며, 이에 따라 설계사 수당을 높일 경우 보험료가 올라가 결국은 악순환이 반복될 뿐”이라며, “또한 질병·상해보험 상품의 판매가 줄어 전체적인 보험료 수입도 급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실손보험 담보만 필요로 하는 고객들의 니즈가 적을 뿐 아니라 실손보험이 실효성이 있기 위해서는 진단 특약 등 반드시 부가 되어야 하는 부분들이 있고, 또한 노후까지 계속 보험료를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차후 보험료를 지급하기 힘든 시기를 대비해 이를 주계약 등에서 충당하는 기능을 하도록 상품이 설계된 것”이라며 “단순히 가격을 내리기 위해 실손특약만을 판매한다는 것은 오히려 소비자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근시안적인 대책”이라고 꼬집었다. 실손의료보험이 비급여 등 의료보험체계와 맞물려 있어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한데, 단순히 실손보험 상품구조만 변경하려는 것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방법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 90%→80% 보장범위 축소될까
마지막으로 의료실비 보장범위를 90%에서 80%로 축소하는 방안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보장범위 축소가 실손보험의 손해율을 축소하는데 가장 실효성이 있을 것으로 입을 모았다. 그러나 보험사들의 기대와는 달리, 13일 열리는 공청회에서는 보장범위 축소논의는 이루어지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 관계자는 “보장범위 축소는 보건복지부와도 관련되어 있는 내용이기 때문에 아직 확정된 사항이 없다”며 “일괄적으로 보장범위를 줄일지, 선택진료의 개념이 큰 것이나 불필요한 과잉진료 사항들에 대해서만 손볼 것인지에 대해 더욱 논의가 필요해 차후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 13일 공청회 “상품구조 개선사항이 중점”
13일 금융위원회는 실손보험 개선관련 공청회를 열어 관련 업계 및 관계자들과 함께 의견을 취합하는 장을 열 계획이다. 이날 공청회는 실손의료보험 구조개편과 관련해 의료비 관리체계 합리화와 특히 실손보험의 상품구조 개선이 주된 논의사항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
금융위 관계자는 “상품의 갱신주기, 소비자들의 선택권 다양화를 위한 실손담보 단독 상품, 보장기간을 100세가 아닌 15년 등으로 제한하는 방안 등이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상품구조 개선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될 것이며, 의견 수렴 후 보장범위 축소 등과 관계된 내용은 차후 계속적으로 논의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공청회에서 수렴한 결과는 보험업 감독규정 개정안에 반영될 예정이며, 8월 중으로 수렴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금융위는 이후 지속적인 논의 절차를 거쳐 4/4분기 안에 개선 대책을 시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 생·손보업계 엇갈리는 반응
이번 실손보험 개선방안을 두고 생보와 손보 양 업계의 반응에도 다소 차이가 있다. 생보업계의 경우 실손특약이 전체 시장에 있어 그다지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 않으며, 손해율 역시 안정적이라는 입장. 따라서 이번에 개선방안 등으로 인해 업계에 불이익이 올 경우 억울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실제 보장범위 등이 축소 될 경우 소비자들의 실손보장에 대한 전체적인 니즈가 줄어들 수 있어 보험시장 전체로 봤을 때 시장축소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 생보업계 관계자는 “손보업계의 손해율 때문에 이번 사태가 벌어진 것”이라며 “생보사들은 과거 실손보험과 관련된 데이터가 없어 초기 안정감 있게 판매해 손해율이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생보협회 관계자는 “손보사와 달리 실손 특약의 사차이익률(손해율)은 70~80% 수준으로 안다”며 “전체 보험 대비 비중이 작고 주력상품이 아니어서 영업이나 경영상의 타격이 없어 적극적으로 관련된 의견을 개진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말했다.
손보협회 관계자는 “과거 데이터를 기준으로 보험료가 산출됐는데, 최근 의료이용량 증가와 비급여 항목들이 늘어나면서 손해율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며 “장기적으로 봤을 때 생보사 역시 손해율이 높아질 수 있어 과잉진료 방지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손보사 실손의료비 담보 손해율 추이 〉
(단위 : %)
* 삼성, 현대, 동부, LIG, 메리츠, 한화, 롯데 그린손보 각사 취합
* 의료실손담보(상해의료비, 상해입원의료비, 상해통원의료비, 질병입원의료비,
질병통원의료비 등)
* 자료 : 손해보험협회
김미리내 기자 pannil@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