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은 더 없이 싸고 풍족한 자금이 넘치는 혜택 속에서도 중소기업대출을 늘리는 데는 소홀하게 대처함으로써 자금중개는 물론 신용창출을 통한 역할에도 무기력했다.
◇채권금리 큰 폭 하락 속 수신고 속살 부쩍 늘어
금융계 수신은 은행권 독무대나 다름 없었다.
6월까지 정기예금이 불어난 규모만 약 24조 8000억원. 수시입출식 에금 5조 7000억원을 합하면 30조 5000억원에 이른다.
은행계정과 따로 운영하는 신탁 쪽에서도 9조 1000억원 가량 수신고가 늘었다.
상반기 내내 금융창구를 운영하고도 3312억원 줄어든 우체국예금이나 부진의 늪에서 머문 종금사 수신과는 완전히 딴 판이다.
그나마 자산운용사가 13조 4000억원 끌어 모았지만 법인이 맡긴 MMF가 12조 2000억원에 이른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규모로 보나 증감치의 의미를 보나 은행을 위한 금융시장이었다는 평가를 내놓을 정도다.
특히 은행들은 거액 핵심고객을 관리할 목적으로 고금리 특판을 제한적으로 내놓는 것 빼고는 예금금리를 낮춘 상태에서도 자금을 꾸준히 빨아 들였고 국고채 금리가 꾸준히 떨어진 데 힘입어 은행채 금리가 낮아진 호조건까지 누릴 것은 다 누릴 수 있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기업 대출 흐름도 은행대출 아니면 CP가 주연 꿰찬 꼴
기업자금조달 구조도 은행 지배력이 크게 높아졌다.
은행들의 원화 기업대출은 25조 9000억원 늘었다. 회사채 순발행 규모는 2조 6000억원으로 고개를 숙였고 주식 발행을 통한 조달은 1조 1000억원에 그쳤다.
회사채를 통한 조달은 2010년과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 각각 11조 6000억원과 19조 5000억원 규모였을 정도로 기업들의 단골 자금조달 루트였지만 지금은 크게 비중이 크게 떨어졌다.
이와 달리 기업들의 자금조달원 가운데 은행대출에 이어 의미 있는 비중을 차지한 수단으로는 CP가 유일했다. 올 상반기 7조 8000억원 규모를 CP발행으로 조달한 것으로 한은은 집계했다.
자금 조달 여건이 쾌청한 여건을 유지하자 은행들은 대기업 원화대출로는 약 21조원 늘린 반면에 중소기업 대출로는 4조 8000억원 늘리는 데 그쳤다.
또한 은행들은 마이너스통장 등 일반 가계대출을 상반기 동안 2조 3000억원 줄인 것과 달리 모기지론 양도 분을 합한 주택담보대출은 무려 8조 9000억원을 늘렸다.
은행들이 수시입출과 정기예금으로 늘린 수신고 30조 5000억원은 대기업과 주택담보대출 증가 분을 합한 29조 9000억원과 엇비슷한 규모다.
중소기업 신용위험이 올라갈 우려가 크다는 전망이 고개를 드는 가운데 안전자산에만 공을 들이는 쏠림 현상을 빚어낸 것은 결국 자금중개 및 신용창출 역량이 미흡한 탓인 것으로 풀이된다.
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