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장기업 가운데 금융사와 비금융사들을 놓고 매긴 숫자 차이를 스코어로 환산해보니 이랬다. 맨 앞과 두 번째가 각각 감사위원과 사외이사 선임을 하겠다고 내놓은 안건을 놓고 평가한 결과고 전체 임원 선임을 놓고 매긴 점수가 마지막 수치 차이였다.
의당 높은 점수라면 좋아야겠는데 이들 수치는 기관투자가들에게 선임을 반대하라고 권고한 비율을 나타낸 것이다. 금융계로서는 부끄러운 숫자인 셈이다.
사회적 평판과 감시에 더 많이 노출돼 있기 때문에 지배구조가 비금융사보다 훨씬 투명할 것이라는 사회적 인식 또는 기대를 무색케 한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CGS, 원장 강병호)은 올해 상반기 정기 주주총회를 연 상장사들에 대한 의안분석 결과에서 이같은 내용을 포함했다.
◇ 독립성 의구심·재임 중 연루 이력 걸림돌 안되더라
지배구조원은 기관투자가들의 의결권 행사 가이드라인으로 “감사위원의 경우 독립적 지위에서 공정하고 충실하게 이사회 업무 감사를 수행할 수 있도록 감사위원 후보가 사외이사 자격 요건을 충족함과 아울러 과거 감사 관련 문제에 연루된 사실이 없을 것”을 제시한다.
일반 기업에도 임원의 독립성과 책임성은 엄격히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으나 올해 금융사 주총 의안에 드러난 현실과는 거리가 멀었다고 밝혔다. 지배구조원이 상장 금융사 사외이사 선임 안건을 반대하도록 권고한 비율은 회사 수 기준으로 64.4%로 일반 기업 52.0%보다 높았다. 감사위원의 경우 53.7% 대 46.4%로 이 역시 금융사 반대율이 높았다.
사내이사 반대율이 금융사 8.1%에 일반 기업 7.0%로 크지 않았던 점을 빼면 부적격 임원 선임을 추진한 비율이 금융계에서 두드러졌다고 볼 만한 대목이다. 그 결과 임원전체에 대한 선임 안건 반대율은 금융사가 76.6%였고 비금융 일반기업은 49.7%였다고 설명했다.
◇ 모범규준·지배구조법 제정~손질 효과 현장 못미쳐
반대 사유를 살피면 부적격 임원 선임이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가 더욱 높아질 개연성이 짙다. 사외이사 선임 반대 사유별 건수를 보면 ‘회사 또는 최대주주의 주요 거래법인 특수관계인’인 이유가 14건에 최대주주 등과 특수관계인인 경우 5건 등 무려 19건이 독립성이 현저히 의심받았다. 출석률이 낮은 경우가 12건에 장기연임 6건이 뒤를 이었다.
특히 지배구조원은 “과거 재임 중 감사업무 관련 문제와 연루된 적이 있는 후보가 다시 감사위원으로 추천된 사례가 있었다”고 지목했다. 지배구조원은 이같은 사례가 10건으로 파악됐다. 여기다 회사 또는 최대주주의 주요거래법인의 특수관계인인 경우 9건과 최대주주 등과 특수관계인 2건을 포함하면 감사위원 부적격 사유 중 대부분인 22건에 이른다.
◇ 재직 때 불법행위 징계 속출 감사위원 재선임 추천도
지배구조원 송민경 연구위원은 A금융사 모 후보 사례가 대표적이라고 꼽았다. 송 위원에 따르면 이 후보는 공직자 출신으로 재선임 후보로 추천됐지만 그가 감사위원으로 몸담고 있을 동안 해마다 여러 임직원과 회사가 불법행위 때문에 각종 징계를 받았던 적이 있어 선임 반대 의결권 행사 대상에 올랐다는 것이다.
“징계를 받은 불법행위 중에는 실명확인 위반, 혐의거래 보고 의무 미이행, 일임매매거래제한 위반, 투자일임업자의 불건전 영업행위 금지 위반 등 광범위 했던 데다 이들 행위가 반복해서 발생했고 정직·감봉 등 중징계 사례도 상당수”였다고 그는 지적했다.
그러나 지배구조원의 반대의결 권고에도 불구하고 단 1건의 부결과 또 다른 1건의 조건부 통과 를 뺀 모든 금융사 임원 선임 안건은 원안 통과됐다고 전했다. 송 위원은 이 때문에 △관련 법규상 자격제한 요건 강화 △강화된 요건 모범규준 포함 후 준수 압박 △감독당국의 책임 추궁 △주주총회 및 의결권 행사 관련 제도 개선 등의 처방을 내놓았다.
한편, 지배구조원의 이번 고발에 앞서 경제개혁센터 산하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도 일부 은행권 상장사 주총 의안을 분석한 뒤 다수의 임원 후보에 대해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라고 지난 3월 권고한 바 있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