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리스위기 유로존의 신용경색, 경기둔화로 확대조짐
애물단지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할까. 그 영향으로 증시도 본격적인 조정장이 연출될까.
반등을 모색하려는 증시에 그리시트가 발목을 잡고 있다. 코스피는 지난주 파랗게 물들었다. 1900선이 맥없이 무너진데디 이어 주요 증권사들이 강력한 지지선으로 예측했던 1800선도 이탈하며 지난 18일 코스피는 1782p로 마감했다. 계단식으로 짓누른 투자주체는 외국인투자자다. 외국인은 지난 4거래일 동안 8840억원을 순매도했으며 5월 누적 순매도 금액은 2.0조원을 넘었다.
그리시트는 ‘Greece+Exit’의 합성어로 그리스유로존 탈퇴를 뜻한다. 잇딴 구제금융으로 한숨을 돌렸던 그리스가 그리시트라는 신조어를 만들 정도로 급박하게 돌아가는 건 유로존 가입국이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 힘들게 마련한 신재정협약이 깨질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그리스발 우려의 원천은 오는 6월 중순 예정된 그리스의 2차 총선에서 제1당이 유력한 시리아당을 중심으로 수립되는 新연정의 긴축정책 불이행 가능성에서 비롯됐다. 긴축정책 불이행이 현실화될 경우 유로존 역내외의 구제금융 지원 불발쭭그리스의 디폴트를 초래 유로존 탈퇴로 이어진다는 게 핵심이다. 특히 그리스 정치권이 자국의 문제를 유로존의 울타리를 벗어나 통화동맹 탈퇴로 해법을 모색하면서 유로존 탈퇴가 가시화된 분위기다. 돌아가는 시장상황을 보면 현실적으로 탈퇴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탈퇴하는 쪽이나 이를 관망하는 유로존 모두 짊어질 위험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먼저 그리스의 경우 유로존이라는 신용방화벽의 소멸과 그리스 자체통화인 드라크마화(貨)로 복귀하면서 통화의 대폭적인 평가절하가 불가피하다. 경제에 미치는 후폭풍도 쓰나미급이다. 국제자금시장에서 국채발행같은 원활한 자금조달이 어렵고, 돈줄이 막힌 은행들은 신용경색마저 발생할 수 있다. 신용경색과 경기침체라는 이중고를 감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로존도 득보다 실이 많다.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하고 현재 유통중인 국채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할 경우 그리스 국채를 보유한 유럽 은행권은 물론 장기대출프로그램을 주도한 유럽중앙은행(ECB) 모두 부실화될 수 있다. 또한 유로존 체제에 대한 시장 의구심이 증폭되어 단기적으로 유로화가 큰 폭 평가절하되고 유로존 회원국들도 그리스처럼 고인플레이션과 신용경색상황이 전염될 가능성이 높다.
◇ 외인 순매도로 코스피 1800이탈, 밸류에이션 매력 고개
우리투자증권 이지형 연구원은 “유로존 탈퇴로 그리스가 치러야 할 비용이 크고 유로존도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하고 현재 유통중인 국채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할 경우 예상되는 파장이 적지 않다”며 “극단적 상황으로 비화되기 보다는 독일 등 유럽주요국과 그리스 정부가 재정건전화 스케줄을 조율하는 등의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낮은 만큼 현재 글로벌 금융시장에서의 그리스에 대한 우려감은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짧은 기간에 증시가 가파르게 급락하며 밸류에이션 매력이 커졌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신영증권 김세중 이사는 “현 지수대에서 PBR(주당자산비율)은 1배 이하”라며 “PBR 1배 이하에서는 불안함이 공포로 발전하지만 대형악재가 발생했던 금융위기 시에 107 거래일, 지난해 하반기의 유럽위기 당시에는 8일만에 PBR 1배를 회복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우리투자증권 강현철 투자전략팀장은 “그리스 유로존 탈퇴 또는 디폴트만 가정한다면, 경제 및 금융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제한적일 수 있다”며 “하지만 포르투갈, 아일랜드 등의 연쇄 도산 및 스페인, 이탈리아의 급격한 국채 수요 악화가 확대되면 대형악재로 부각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성해 기자 haeshe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