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다가 은행권 금융사 기초체력이자 사업전개력을 재는 BIS기준 자기자본비율 역시 최악의 경우 남의 도움 없이 혼자 힘으로 손실을 감당할 수 있는 여력을 파악할 수 있어 유용하다.
◇ 전통적 지표 충당금+준비금은 신한지주 가장 탄탄
9일 금융계에 따르면, 여신이 부실해질 때를 대비해 자산 상태 등을 감안해 쌓고 있는 대손충당금과 대손준비금 적립수준은 신한지주가 독보적이다. 신한지주 총여신은 3월 말 현재 193조 2500억원. 대손충당금과 대손준비금을 합해 5조 8700억원을 쌓아 놓았다. 총여신 대비 대손대비율로 따지면 3.04%에 이른다.
통상적으로는 고정이하 부실채권에 대한 충당금과 대손준비금 적립률을 따지곤 하지만 최근 손실흡수력에 대한 국제적 추세는 위기 발생 때를 가정해서 어느 만큼 강한지 주기적으로 짚고 있다. 따라서 총여신에 대한 적립률이 2%를 밑돌았던 과거에 비해 3%를 웃도는 신한지주의 위험대비 수준은 그 만큼 돋보인다. 다만 신한지주는 BIS자기자본비율이 11.90%로 KB금융과 1.06%포인트 뒤진 상태여서 전체적 손실흡수력에선 KB금융을 마저 뛰어 넘어야 할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 자본력 압도 KB금융 대손적립 열세 완벽 상쇄
KB금융지주는 연결기준 지표가 확정되지 않은 가운데 대표적 자회사 국민은행과 KB국민카드의 충당금과 준비금을 합하면 5조 1649억원에 이른다. 총여신 대비 적립률은 2.41%로 우리금융보다 미세하게 앞선 모습이다. 하지만 12.96%에 이르는 BIS자기자본비율이 대손적립 수준의 열세를 상쇄하고도 남는 것으로 풀이할 만하다.
신한지주와 함께 KB금융 추월을 목표로 삼아야 할 상황에는 우리금융도 같은 입장이다. 충당금과 준비금을 합해 5조 2430억원을 쌓아 둬 절대규모로는 KB금융보다 많지만 총여신이 219조 4480억원으로 더 많기 때문에 대손적립률은 2.39%정도로 환산된다. BIS비율은 12.49%로 신한지주에 앞서지만 신한지주의 직접적인 대손적립수준이 워낙 높아 우열을 논하기는 쉽지 않다.
◇ 하나 대손적립 수준, 기은 자본력이 옥의 티
이들 빅3 금융그룹과 달리 하나금융지주는 대손충당금과 대손준비금의 적립수준이 절대 규모로 보나 총여신 대비 대비율로 보나 아쉬움을 주고 있다. 충당금과 준비금을 합하면 3조 7720억원으로 4조원에 못 미친다. 총여신은 우리금융 턱 밑까지 다가 선 210조 9200억원이기 때문에 비교하기가 불편한 상황. BIS자기자본비율 역시 11.59%로 신한지주보다 낮은 상황이어서 손실흡수 역량에 대한 전략적 포석과 투자가 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비은행자회사 연결기준 실적을 함께 내고 있는 기업은행은 충당금과 준비금은 3조 4320억원으로 총여신 142조 7100억원의 2.41%까지 손실을 커버할 수 있다. 다만 BIS자기자본비율이 11.50%로 빅4 금융그룹에 열세에 놓이면서 손실흡수력 면에서 격차를 인식하기가 어렵지 않은 상황이다.
민간 연구기관 한 전문가는 “그 동안은 부실여신에 대한 대손충당금의 적립률을 중요한 지표로 봤지만 대손준비금도 같은 성격이어서 함께 포함해서 적립률을 보아야 할 뿐 아니라 금융사 전반적인 손실흡수역량을 파악하는 분석의 필요성이 점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물 경제 하방 위험이 여전히 높고 저축은행 영업정지 등 금융시장 불안요인과 함께 국내외 경기의 불투명성이 지배하는 상황에는 손실흡수역량과 수익창출력을 겸비한 금융사가 활로를 앞서 열어갈 것이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