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3월 28일 개정할 당시 2000년 이후 부칙에 명시됐던 우리금융 매각 시한을 없애는 대신 확고히 했던 것은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빠른 민영화 △국내 금융산업의 바람직한 발전방향 등의 3대 원칙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유주식을 매각한다는 것이다.
◇ 김석동 연내 매각 완료 플랜, 시기적절성 시시비비 점화
김석동 위원장은 25일 아침 한 언론사 주관 포럼에 참석했다가 “관련 절차를 거쳐서 조만간 국제입찰방식으로 매각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매각 공고를 포함한 모든 절차를 빠르게 진행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김 위원장이 지난 3월 밝힌 것처럼 올해 안에 민영화를 완료하겠다는 의지를 더욱 구체화한 것이다. 이 때문에 당장, 반드시 올해 안에 민영화가 완수되어야 하느냐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점화된 상태다.
4월 11일 총선 결과와 무관하게 18대 국회는 사회적 압력이 큰 민생법안조차 처리하지 못하며 정상 가동이 불가능함을 확인시켜 줬다. 이런 가운데 국회를 배제한 가운데 당국이 나라의 재산이기도 한 우리금융지주 매각을 ‘속도전’ 벌이듯이 나선다면 19대 국회 개원과 함께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금융지주회사법 부칙 6조는 3대원칙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라는 것 말고도 지분 매각계획을 매년 3월 31일까지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보고하는 일을 의무화 했으며 미리 보고가 된 상황이더라도 소관 상임위가 요구하면 계획과 실적을 보고해야 한다. 당국이 제 아무리 우리금융지주 매각을 서두르더라도 일정과 매각 방안 등의 계획에 대한 동의를 구해야할 대상은 현실적으로 19대 국회일 수밖에 없다.
19대 개원을 깊이 고려하지 않고 서두른다는 인상을 풍긴다면 득이 될 것이 없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국회와의 관계는 사회적 합의를 거쳤느냐 여부에 대한 상징적 매개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이것 말고도 굳이 연내 매각을 고집하는 것에 대한 금융시장 내부의 우려 또한 생성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제적으로 금융회사 몸값이 떨어져 있고 국내 실물경제 부진 우려와 앞으로 강화될 규제 때문에 우리금융지주를 포함한 국내 금융사 주가가 약세를 면치 못하는 때에 서두르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의문이 표출되는 것이다.
우리금융의 시가총액은 3월 이후 9조원 후반대에서 10조원 전반대를 오가고 있다. 현재 예금보험공사 지분 57%를 시장가격으로 사들인다면 6~7조원이면 충분하다는 이야기가 된다. 총자산 국내 1위, 기본자본력으로 따졌을 때 KB금융과 박빙의 선두 다툼을 벌이는 우리금융그룹의 경영권을 매각에 서두를 때인지 여부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지적에는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일치한다.
◇ ‘외국자본과의 형평성’ 원리엔 인화성과 폭발력 가득
특히 김 위원장이 천명한 “한국법에 따라 국내외 투자자들 동등하게 대우하겠다”고 밝힌 입찰자격에 대한 언급 또한 뇌관이 되고 있다. 금융당국의 국내 자본에 대한 형평성 논리는 론스타펀드의 외환은행 대주주 적격성 판단 때도 전면화 했던 것으로 이제는 김석동 위원장 금융정책의 핵심 원리로 자리매김하는 양상이다.
이번 우리금융 지배지분 매각과 관련, 외국자본에도 같은 자격을 주겠다는 방침에 대해 금융계 일각에선 해외투자가들로 구성된 PEF의 인수에 제한을 두지 않겠다는 방침을 명확히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증권가 한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외국자본 비중이 높은 PEF 중심으로 입찰에 나섰을 때는 유찰시켰지만 이번에는 해외자본들이 컨소시엄을 이룬 PEF가 유력 인수주체로 떠오른다 하더라도 매각을 추진하겠다는 구상인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만약 외국자본이 인수전에 뛰어드는 것을 ‘형평성의 원칙’에서 인정하는 것이라면 우리금융 매각을 통한 국내 금융산업의 바람직한 발전 방향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비판에 직면할 것이 뻔하다.
지난해 다수의 세미나 또는 심포지엄을 통해 국내 전문가들은 우리금융 매각과 관련 국내 다른 금융그룹 인수 허용 여부를 포함해 외국계 자본의 인수 등에 대해서도 합의를 이뤄내지 못할 정도로 첨예하게 맞선 바 있다. 금융산업노조를 비롯한 노동계는 국내 금융그룹 간 추가 M&A 뿐 만 아니라 금융주력자가 아닌 외국자본, 특히 단기 인수 후 차익 실현에 집중할 투자펀드 계열에게 우리금융그룹을 넘기는 것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고 제1야당인 민주통합당과 정책연합을 꾀하면서 상당히 두터운 공감대를 형성한 상태다.
또한 전문가들은 1997년 외환위기 직후나 카드대란의 충격에 빠졌던 2003년 당시와 달리 금융주력자가 아닌 투자펀드가 국내 은행계 대형금융그룹을 인수하도록 허용해야 할 만큼 외국자본 유치가 절박한 상황도 아니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익명을 청한 한 민간연구소 전문가는 “국내자본이 중심이 된 PEF에게 우리금융지주를 인수하도록 허용하는 것 역시 논란을 피하기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일단 인수한 다음 인력과 사업구조 구조조정은 필연적이고 그렇게 몸값을 올린 뒤 누구에게 되팔지 정부당국은 통제하기 어려워 지는데 그것은 곧 국내 금융산업의 바람직한 발전방향을 꾀해야 할 당국의 책임에 어긋날 수 있는 일”이라는 이유에서다.
〈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추진 주요일정 〉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