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은행 대형합병 또 할 까닭 없다](https://cfn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120418223339117715fnimage_01.jpg&nmt=18)
설사 공룡과 매머드를 복제한다 손 치더라도 생존이 가능할까? 타임머신 발명에도 성공해 산업혁명 이전 지구에서 생태계가 가장 잘 살아 있는 곳으로 데려다 준다고 했을 때 말이다. 물어 보나 마나 한 결과에 대한 예측을 두고 우리 나라 사람들이 흔히 쓰는 표현에는 ‘뻔할 뻔자’라는 말이 있고 ‘불문가지’나 ‘명약관화’ 등을 쓰는 일이 많다.
자연계의 일이라면 증명만 가능하다면 지리하게 반복할 논쟁 또한 있을 수 없다. 시간을 끌면서 어느 것이 정답인지 합의를 이끌지 못하는 영역은 사람끼리 이해관계가 얽힌 문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오늘 국내 사회에서 각 전문분야별 대표적 100분 토론 감으로 꼽았을 때 금융계 이슈 가운데 단연코 상위에 랭크될 만한 것이 있다. 최근 또다시 부각된 은행 대형합병이 바람직하냐 아니냐는 문제일 것이다.
◇ 대형화 논리를 떠받치는 중심 기둥
최근 개인적으로 만난 한 전문가로부터 뜻 밖의 말을 들었다. 지금 상황에서 은행 추가 합병에 걸림돌이 될 만한 것 가운데 독과점 규제와 관련한 것은 피해 갈 수 있는 방도가 있다는 이야기였다.“공정거래법 예외 적용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예외 적용, 나라 경제의 장래를 생각할 때 꼭 필요하다는 인정을 받는다면 예외로 인정할 길이 있다. 대한민국 경제정책과 법·제도를 특징 짓는 몇 안되는 대표적 상황과 다시 맞닥뜨린 순간이었다.
허쉬만-허핀달 지수(HHI)로 따지자면 우리나라는 경쟁 제한적 상황에 갈수록 가깝게 다가섰던 터였는데 이같은 우려를 내팽개친 채 돌파해 나갈 길이 있다면 누구도 막을 수 없는 것인가. 그나마 다행이라면 론스타의 외환은행 대주주 적격성 논란과 달리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라는 것인가. 아니다 다행스러워할 일이 아니라, 다시 대두했으니 우리는 냉엄하게 성찰하는 일부터 먼저 착수할 필요가 있다. 성찰이란 깊이를 더 할 때 큰 깨달음을 허락하는 법이니까. 은행 대형화 역시 할수록 좋은 점이 있는 반면 그럴수록 커지는 걱정거리가 공존한다.
지금 또다시 대형화가 필요하다는 논리들을 떠올리다 보면 국내 은행들의 국제적 랭킹이 첫 손 꼽힐 만 하다. 2010년 말 지표를 기준으로 파이낸셜타임스 자매지인 ‘더 뱅커’지가 세계 1000대 은행 순위를 매겼을 때 국내 은행권 금융사로는 우리금융과 KB금융, 그리고 신한지주 등이 70위권 명단에 촘촘히 늘어선 바 있다.
◇ 국내용 초대형스타 국제무대 내보냈을 때
금융그룹 스스로 언제까지 세계 50대 금융그룹 반열에 오르겠다고 주창할 정도로 국제 순위 상승은 우리 정서에 크나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국내 은행까지 추가 합병해 본댔자 순위 상승이 생각 만큼 급격히 이뤄지지 않는다는 사실까지는 모른다. 거론되자 마자 전문가들의 반론에 부닥쳤던 KB금융과 우리금융 합병을 예로 들어보자.
지난해 말 현재 기본자본(Tier1) 총액을 단순히 연말 환율 1153.3원으로 환산했을 때 KB금융이 169억4700만 달러로 추산되고 우리금융은 156억 5500만 달러 정도로 추산된다. 합하면 326억 달러. 2010년 기준 다른 나라 은행들이 자본력을 전혀 키우지 않고 국내 은행들만 키웠다고 하더라도 30위권 후반에 걸칠 정도다.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를 지배하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금융계를 외면할 리가 없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실을 터느라 순위 변동이 일기도 했지만 상위 은행일수록 성장 폭이 크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KB금융과 우리금융이 통합에 성공한다 해도 50대 은행 안에 대한민국 국적의 금융그룹을 하나 집어 넣는 일에 그칠 일이다. 국제 순위 상승을 좋아하는 대중정서와 아직도 일천하기 짝이 없는 금융업에 대한 인식수준을 생각하면 여론조사로 결정하자 했을 때 50위권이 어디냐며 찬성표가 더 나올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숱한 스포츠 경기를 예로 들어보자. 국내 최고의 기량을 지녔다는 선수들 중에는 막상 국제무대, 심지어는 세계 정상급이 아니라 아시아 무대에만 내놓아도 허무하게 무너지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국제 경쟁력은 국내에서 쌓은 성적과 반드시 일치하기 어렵다는 진리를 엿볼 수 있지 않던가.
◇ 비즈니스 포트폴리오 개선 전략과 실행력이 우선돼야
추가 대형합병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주장은 단호하고 분명하다. 40위권에 오른다 손 치더라도 비즈니스 내용의 거의 대부분이 대한민국 시장에 딱 머물러 있으며 그것도 은행을 빼면 별로 내세울 게 없다면 그런 M&A를 해서 무엇 하겠냐는 반문이다.
그러지 않아도 은행권을 뺀 국내 금융계에선 은행권에 대형화 및 겸업화의 과실을 몰아준 금융정책 계보에 대해 비판의 눈길을 거둔 적이 없다. 외환위기 이후 대형화와 겸업화의 총아는 금융지주회사 체제였는데 거의 대부분이 은행계 지주사이고 그 중 5대 금융지주사가 국내 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이미 논란의 빌미를 주기에 충분한 수준이다.
본국 비즈니스 의존도가 지나친 금융회사 가운데 랭킹이 높은 다른 나라 금융사들을 대략 떠올려 보자. 일본과 중국이 대표적이다. 그러면 한 발 더 나아가 금융계 책임자급 이상인 사람들에게 물어 보자. 국제 랭킹 높은 일본과 중국의 은행들이 무시무시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순수하게 이 질문만을 놓고 본다면 추가 대형합병 찬성론자들 중에도 ‘불문가지’ 또는 ‘뻔할 뻔자’라고 무심코 부르짖을 사람이 반드시 속출할 것이다. 비은행 분야, 미래 금융산업의 핵심은 자본시장분야와 자산관리부문이라는 이슈는 고려조차 하지 않았다. 그런데 국내 은행계 금융회사간 추가 합병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득할 만한 근거가 뚜렷해 보이지 않는다.
국제 무대에선 여전히 약자일 수밖에 없는 국내용 초초대형 금융그룹이 출현한들 대한민국 금융산업 경쟁력이 높아지리라고 누가 생각할 수 있을까. 그동안 목청을 키운 데 비해 너무나 지지부진했던 것이 국제화이고 글로벌 무대 현지화 전략 아니던가. 국제화나 비은행부문 강화, 그리고 미래성장동력 확보가 선결과제라고 지적하는 전문가들과 금융인의 층은 생각 외로 두텁다는 사실을 직시할 때다.
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