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중소기업특화 자금조달 목표, 진입장벽도 낮아
금융위원회는 지난 5일 창업,중소기업 금융환경 혁신대책의 일환으로 ‘중소기업 전용 주식시장(가칭 KONEX) 신설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번 방안의 핵심은 특화거래시장을 만들고 중소기업대상으로 진입문턱은 낮춘 것이 핵심이다. 시행방안에 따르면 일정요건을 충족하는 성장성 있는 모든 기업(Growth Enterprise)이 대상이다. 진입대상은 자기자본이 부족하고 부채비율이 높아 주식을 통한 자본조달이 절실한 우량비상장기업이다. ‘중소기업 자본시장 통한 자금조달활성화’라는 설립취지에 맞게 거래소, 코스닥시장보다 진입장벽을 대폭 낮췄다.
반면 투자자의 경우 진입장벽은 높였다. 투자주체는 ‘자본시장법’상 전문투자자다. △증권사 등 금융투자회사 △산업은행, 중소기업은행, 정책금융공사 등 정책금융기관 △은행, 보험사 △국민연금 등 각종 연기금에 한해 매매가 허용된다. 개인투자자의 직접투자는 원천봉쇄됐다. 직접매매가 가능한 거래소, 코스닥과 달리 개인은 원칙적으로 펀드를 통한 간접투자만 가능하다.
◇ 코스닥, 프리보드와 역할 중복, 개인참여 제한으로 거래량부족 우려
금융당국의 야심찬 구상과 달리 코넥스는 기존 코스닥, 프리보드시장과 겹치는 부문이 많아 계획대로 순항할지 미지수다. 금융위원회는 코스닥, 프리보드, 코픽스시장마다 그 역할이 다르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진웅섭 자본시장국장은 “초기 업력이 아주 짧은 코스닥시장에 전혀 진입할 가능성이 지금 현재로서는 없는 기업을 대상을 해서 자본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이 시장을 만든 것”이라며 “코스닥시장의 보완요소이지 그것이 대체되거나 하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프리보드도 그 나름대로 역할을 하는 측면도 있기 때문에, 굳이 그 시장을 가지고 어떻게 하려는 의도는 없고, 당분간 유지하게 될 것”이라며 “다만, 중장기적으로 코넥스와 중복된다든가 이런 일이 생기면 그때 가서 시장을 어떤 식으로 분할, 역할분담할지 그것에 대한 것은 추후에 추가적으로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입장에 대해 기존 거래시장활성화를 외면한 채 보여주기식 성과에 급급하다는 지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시장이 활성화되지않는 상황에서 신규시장개설은 비효율적”이라며 “기존 시장에는 정책적인 배려를 하지 않은 상황에서 코넥스가 시너지를 낼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치로 직격탄을 맞는 프리보드시장 쪽은 더 부정적이다. 프리보드는 지난 2000년 비상장기업의 자금조달 지원을 위해 설립된 ‘장외호가중개시장’으로 설립목적, 역할 등에서 코넥스와 시장으로 겹치는 부분이 많다. 하지만 상대매매, 양도차익과세 등 규제강도는 심해 코넥스가 출범할 경우 회원사들의 탈프리보드를 걱정할 처지에 놓였다.
프리보드기업협회 송승한 회장은 “금융당국이 지난 2008년 공청회를 열고 프리보드시장활성화를 위해 경쟁매매도입, 비과세범위 확대 같은 개선안을 논의했다”며 “신시장개설로 정책방향을 잡은 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송 회장은 “지난 10년동안 검증된 프리보드시장의 활성화방안을 마련해놓고 시행은 미루고있다”며 “이는 금융당국의 역차별로 프리보드시장의 존립이 위협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자금조달 통로로 구실을 하려면 원활한 주식매매가 뒤따라야 한다는 측면에서도 부담이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주식, 지분매입 등으로 자금을 공급할 주체인 전문투자자들이 참여할지도 미지수다. 운용사 관계자는 “불투명한 코스닥시장은 기관들이 철저히 외면하는 상황”이라며 “코스닥전용펀드가 손꼽을 정도인데, 이보다 투명성이 떨어지는 코넥스 투자를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다른 관계자도 “수익자가 원하면 별도로 넣을 수 있으나 개인투자자의 진입이 원천봉쇄 된 상황에서 자유롭게 사고 팔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투자해도 자금을 원활하게 회수할 수 없는 등 극심한 거래량부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최성해 기자 haeshe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