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개 헤지펀드 운용전략 롱숏에 올인
최근 롱숏전략이 재조명되고 있다. 베일을 벗은 한국형헤지펀드들이 운용전략을 롱숏에 러브콜을 보내기 때문이다. 이 롱숏에쿼티는 저평가된 주식을 매수(long)하고, 고평가된 주식을 매도(short)하는 포트폴리오 운영전략이다. 시장중립적 포트폴리오를 구성, 시장수익을 최소화하면서 안정적 수익을 추구하는 게 목적이다.
현재 한국형 헤지펀드 이름으로 시장에 출시된 헤지펀드는 총 12개다. 특이한 점은 이들 모두가 운용전략으로 롱숏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각 헤지펀드의 롱숏전략을 보면 삼성자산운용의 삼성H클럽에쿼티헤지펀드는 주식 관련 자산의 롱/숏 포지션 구축, 위험을 줄이는 대신 M&A같은 이벤트틀 Special Situations 전략으로 투자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연수익률 10%+알파가 목표다.
우리자산운용이 야심작인 헤리티지 롱숏펀드의 경우 국내 펀더멘털 롱숏 전략·국내 퀀트 롱숏 전략이 중심이다. 전자는 펀더멘털의 고평가, 저평가에 따라 업종·종목별로, 후자는 모멘텀지표에 따른 정성, 정량적 데이터로 사고 파는 구조다. 앞으로 이벤트 드리븐 등을 가미한 운용방식을 보강하며 운용규모가 커질 경우 해외주식/채권부문으로 영역확대도 꾀하고 있다.
한국투신운용 한국투자펀더멘탈롱숏헤지펀드는 중장적인 롱숏전략이 중심이다. 매매수수료의 경우 롱숏전략이 숏셀링에 따른 대차비용발생으로 일반형 펀드대비 1.5배가 많다. 호재는 즉각, 악재는 서서히 반영되는 중기사이클에 따라 롱숏전략을 취해 비용절감, 수익극대화를 꾀하고 있다.
미래에셋운용의 이지스롱숏헤지펀드의 경우 투자대상은 한국과 아시아 기업주식. 주요 기준은 지역과 관계없이 해당기업의 성장성·이익성 등 펀더멘털의 변화다. 이같은 리서치를 바탕으로 롱숏전략을 통해 저평가되어 상승할 주식은 매수하는 반면, 고평가되어 하락이 예상되는 주식을 매도한다. 미래에셋맵스스마트Q오퍼튜니티 헤지펀드의 경우 전략이 한국+아시아 주식 롱숏펀드인 점은 같으나, 컴퓨터의 계량분석에 의한 퀀트기법을 바탕으로 종목피킹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다르다.
◇ 투자대상 제한, 금융주공매도금지로 업친데 덮친격
하지만 한국형헤지펀드의 경우 이같은 롱숏전략이 100% 효과가 발휘할지 미지수다. 먼저 투자대상이 대부분 주식 쪽으로 쏠린 것이 부담이다. 시장상황에 관계없이 절대수익을 추구하려면 실물뿐아니라 파생상품 등 투자자산의 다양화가 필수다.
A운용사 헤지펀드 이사는 “파생상품은 현재의 펀드규모로 사실상 편입이 불가능하다”며 “펀드규모가 늘어나더라도 현행 파생레버리지의 경우 위험평가액 한도가 400%라는 규정상 그 비중은 소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주 공매도금지도 부담이다. 지난해 11월 비융주관련 공매도금지가 풀렸으나 금융주는 여전히 예외다. 최근 유럽재정위기 완화로 세계금융시장이 안정됐으나 금융주 공매도금지 해제에 관련된 논의조차 없는 게 현실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시장상황이 과거보다 좋아졌으나 아직까지 금융주공매도금지해제에 대한 필요성은 크지 않다”며 “검토한 바도 없고 별도의 계획도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공매도금지가 계속될 경우 롱숏전략의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B운용사 헤지펀드운용팀장은 “최근 급등장에서 금융주가 아웃퍼폼했으나 규제제한에 막혀 숏을 치지 못했다”며 “급한 경우 금융관련 ETF나 주식선물을 매도할 수 있으나 거래량이 적어 숏가능물량은 극히 제한적이다. 숏전략이 원천봉쇄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형헤지펀드의 활성화를 위해서 롱숏의 기본이 되는 투자인프라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자본시장연구원 이효원 연구위원은 “한국형헤지펀드의 발전을 위해 파생상품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해소하고 금융혁신, 위험관리 기능을 제공하는 장내파생상품을 적극활용해야 한다”며 “다양한 파생상품의 상장, 개별주식 파생상품 및 원원물 거래활성화, ETF활성화같은 인프라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성해 기자 haeshe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