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이 7일 내놓은 '2012년 2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대기업대출은 SK그룹이 하이닉스 인수자금을 빌리는 등에 힘입어 3조 9322억원 늘었다. 기업들이 뭉칫돈을 예금으로 다시 예치하면서 은행 정기예금은 11조 9421억원 불어났다.
◇가계대출 옥죈 뒤 대기업 대출 폭발적 순증
대기업대출 순증 행진은 지난해 7월부터 시작해 거침이 없었다. 11월 2조 1931억원으로 2조원대를 찍었을 뿐 달마다 3조원 이상 늘었다. 통상 대출 잔액 대거 줄어드는 12월에도 1조 1181억원 되레 늘어나는 괴력을 발휘했다. 7월 이후 순증액이 물경 24조 5062억원에 이른다.
반면에 중소기업대출은 지난해 12월 10조 2446억원 순감소한 뒤 1월과 2월 각각 1조 8907억원과 1조 1402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한은은 이와 관련 "중소기업 대출 증가세는 우량기업 중심으로 늘어난 것"이라고 밝혔다. 우량 중소기업 말고는 자금공급 훈풍 헤택에서 소되된 셈이다.
◇넉 달째 '주택담보대출 〉전체 가계대출' 기현상
주택담보대출이 적잖이 늘어나도 전체 가계대출 잔액 증가세가 둔화되는 양상이 새롭게 정착되고 있는 것도 이채롭다. 주택담보대출은 받아 주지만 마이너스대출과 신용대출을 대거 줄임으로써 전체 가계대출 증가세가 약화된 것이다. 이사 수요가 많았던 지난해 9월 주택담보대출은 1조 1456억원 늘었다. 하지만 전체 가계대출은 6235억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주택담보대출 외의 대출이 5221억원 순 감소하더니 11월부터는 넉 달째 주택담보대출외 대출 감소세가 지속된 끝에 순감소 규모가 2조 9330억원에 이른다. 주택담보대출 외 가계대출 공급을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대출은 왕창 늘려주면서 중소기업대출은 우량 기업에게만 재개하고 주택담보대출 이외의 대출을 줄이는 행태는 결국 신용창출을 방기하고 있거나 자금중개기능을 스스로 반쪽만 남기는 행태인 것으로 우려된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