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도 미국, 유럽 등 해외변수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짐에 따라 동시간대의 직접적인 헤지수단인 야간선물의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 규제한파따른 파생시장 위축에도 승승장구
금융당국의 강도높은 규제로 파생시장이 위축되는 가운데 야간선물 쪽에 거래량이 쏠려 주목된다. 야간선물은 지난 2009년 11월 16일 오픈한 선물시장이다. CME(Chicago Mercantile Exchange: 시카고상품거래소)의 24시간 전자거래시스템인 Globex에서 거래된다. CME와 한국거래소의 제휴에 따른 거래시스템의 연계를 통해 투자대상은 우리나라 선물상품이다. 거래시간은 평일 저녁 6시부터 다음날 새벽 5시(한국기준)이며 미국과 유럽시장이 써머타임을 하더라도 이 시간대는 달라지지 않는다.
대부분의 제도가 KOSPI200 정규시장과 비슷하다. 야간선물은 주간선물과 동일한 계좌에서 매매할 수 있는 똑같은 상품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주간시장에서 진입한 포지션을 야간시장에서 청산이 가능하고 거꾸로 야간시장에서 진입한 포지션을 주간시장에서 청산할 수 있다. 단 가격제한폭은 정규시장 ±10%에 비해 절반이다.
미국, 유럽시장이 열리는 시간대에 거래할 수 있어 해외증시상황에 맞춰 실시간으로 포지션을 취할 수 있는 게 최대장점이다. 국내증시 개장초반 유럽, 미국증시와 동조화를 보이는 경향이 강한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해외증시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헤지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야간선물의 인기는 거래량을 보면 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평도포격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됐던 지난해 11월 처음으로 1만계약을 넘어섰다. 현재 2011년 3월물의 누적 거래량은 지난 10일까지 17만8000계약에 달한다. 증권사들도 야간선물을 틈새시장으로 주목하는 분위기다. 최근엔 파격적인 수수료인하를 앞세우며 공격적인 영업도 펄치고 있다.
LIG투자증권은 지난 13일 CME 야간선물 오픈하고 업계최저수수료를 책정했다. 요율은 0.0019%로 기존 업계최저수수료 0.003%보다 0.0011% 싸다. IBK투자증권은 지난 1월 31까지 3개월간 CME야간선물거래 수수료무료이벤트를 시행했으며 한화증권도 오는 3월 17일까지 ‘야간선물수수료 무료 이벤트’를 실시하고있다. 은행연계 계좌서비스를 오픈한 증권사 중심으로 수수료인하를 저울질하는 분위기다.
증권사들이 야간선물로 눈을 돌리는 이유는 돈되는 개인투자자의 비중이 갈수록 늘어나기 때문이다. 눈에 띄는 점은 투자자 가운데 개인들의 비중이 압도적이라는 것이다. 한화증권에 따르면 정규시장이 외국인 : 개인 : 증권이 각각 30%씩 균형을 이루는데 비해 야간시장은 개인비중이 90%에 달한다. 개인 선물 투자자들 가운데 3명꼴로 1명은 야간에도 거래하는 복수거래자인 것이다.
◇ 심플한 매매로 개인투자자 인기몰이, 방향성 예측에도 유용
개인들의 러브콜이 쏟아지는 원인이 외국인, 기관들의 부재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합성선물, 차익거래 등 다양한 수단으로 무장한 큰손들의 비중이 높지않아 심플한 거래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화증권 이호상 연구위원은 “주간과 달리 야간에는 외국인들이 제한적인 헤지거래만 하고 기관투자자들도 복잡한 매매가 거의 없다”며 “상대적으로 개인투자자들끼리 비교적 공정하게 매매할 수 있었던 것이, 오히려 개인투자자들만 있다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야간선물 거래가 활성화됐다”고 분석했다.
한편 야간선물이 방향을 예측하는 시장지표로도 유용하다는 분석도 있다. 정규시장과 달리 큰손들의 부재로 차익거래, 합성선물 등 비중이 낮은 방향성거래가 대부분이다. 특히 국내시장을 쥐락펴락하는 외국인의 경우 야간선물시장 비중은 약 10%에 불과하나 순수방향성거래로 신뢰가 높다는 것이다.
IBK투자증권 김현준 연구원은 “1000계약 이상의 외국인 야간선물 순매도는 국내증시의 상승 또는 하락의 분기점에서 나타났다”며 “최근 정규, 야간시장에서 외국인 선물 매도가 부담스러운데, 이는 이들의 선물 순매도가 베이시스 악화로 이어져 프로그램 매물 부담으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우리투자증권 최창규 연구위원은 “정규거래와 달리 야간거래는 투기와 차익거래가 거의 차단된 점을 감안하면 그만큼 외국인의 야간거래는 순수한 매매”며 “방향성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서 활용가치가 크다”고 말했다.
최성해 기자 haeshe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