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야심차게 추진해왔던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국회에 상정되지 못한 상황이다. 18대 국회가 오는 5월 29일 끝나는 점을 감안하면 2월 임시국회에 통과해야 한다.
현재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은 지난해 관계부처협의를 거쳐 입법예고를 한 뒤 국무회의에서 통과, 최종적으로 국회만 남았다. 정치권에서는 금융위기를 초래했던 미국식 금융모델에 대한 회의가 고조되는 가운데 1% 탐욕을 비판하는 여론에 밀려 반대론이 앞선다.
급기야 국회 정무위 법안심사 소위가 지난 9일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논의대상에서 제외하면서 이 법안의 국회통과는 사실상 물건너갔다. 여야 모두 공정사회를 강조하는 분위기에서 불똥을 튀지않기 위해 미국식 대형금융사 육성이 주요 내용인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덮어뒀다는 평이다. 2월 임시국회가 18대 국회의 마지막 회기인 점을 감안할 때 오는 3월 2일 회기가 끝나면 자동폐기된다.
현재 자본확충으로 당국이 제시한 대형IB기준을 충족한 증권사들도 이같은 정책리스크를 고려, 증자자금을 국채 등 안전자산에 투자하거나 부채를 줄이는 등 해외기업M&A, 빅딜주관 등 대형IB업무와 관련이 적은 쪽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증권사 관계자는 “법제도가 안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형IB업무를 수행하기에 불확실성이 크다”며 “금융당국과 정치권이 엇박자가 나는 상황에서 대형IB사업을 밀어붙이겠느냐”고 반문했다. HMC투자증권 박윤영 연구원도 “개정안 통과가 사실상 무산되면서 종합금융투자회사 자격 요건을 받기 위해 대규모 증자에 나섰던 대형증권사들의 경우에도 향후 사업계획에 대한 차질은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한편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주도한 금융위원회는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더라도 시행령이 공포된 만큼 현행 증권사 헤지펀드 등 사업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시행령만으로 한국형 헤지펀드,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를 하는데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며 “단지 국회통과로 법개정이 필요한 업무인 차별화된 기업대출, 종합금융투자사업자지정 등에서 제약을 받을 뿐 큰 틀에서 대형IB정책은 유지된다”고 말했다.
최성해 기자 haeshe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