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VVIP공략, 강남에서 강북으로 영역확장
증권사들이 VVIP공략을 위한 타깃지역을 강남에서 강북으로 돌렸다. 강남의 경우 대형사뿐 아니라 중소형사들이 잇따라 진출하면서 VVIP를 놓고 경쟁이 치열하다.
실제 강남의 핵심지역인 역삼역에 위치한 강남파이낸스센터의 경우 삼성증권이 SNI센터로 문을 연 이후 우리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 한국투자증권 V Privilege, 미래에셋증권 WM강남파이낸스센터 등이 한 건물에 4개의 센터가 입점한 상황이다.
반면 강북지역은 강남에 비하면 경쟁이 덜하다. 한남동, 평창동 등 전통부자들이 VVIP시장의 큰손으로 재평가되면서 증권사들이 강북지역을 블루오션으로 삼고 이곳에 잇따라 전용지점을 오픈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강북VVIP시장에 첫발을 디딛 곳은 삼성증권이다. 지난해 3월 문을 연 SNI서울파이낸스센터는 전용면적 450㎡(136평)규모로 베테랑 PB 10명을 포함, 총 15명의 직원이 배치돼 있다.
미래에셋증권도 비슷한 시기에 을지로본사에 ‘WM센터원’을 오픈했다. 강북지역 자산가가 대상으로 고객니즈를 충족하는 다양한 투자기회를 적극적으로 발굴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이를 위해 VIP자산관리 경험이 풍부한 압구정, 명동 지점장 출신 에셋메니저, 세무사 및 부동산전문인력 등을 배치했다.
우리투자증권은 한국메릴린치증권 PB사업부문 인수한 뒤 서울파이낸스센터에 프리미어블루강북지점을 오픈했다. 11명의 기존 메릴린치 PB들이 배치돼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한 다양한 해외상품 포트폴리오도 제공한다.
KDB대우증권도 서울파이낸스센터에 VVIP전용지점인 PB클래스를 열고 강북대전에 합류했다. 자산관리뿐 아니라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연계해 은퇴설계, 증여, 상속, 부동산, 세금, 법률자문 등 원스톱컨설팅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증권사별로 강북자산가를 잡기 위한 전략도 각양각색이다. 삼성증권은 강북자산가의 보수적 성향을 감안해 은행예금에 대응하는 안정성위주의 ‘금리+알파’전략을 바탕으로 나아가 헤지펀드 등 앞선 포트폴리오설계가 강점이다.
미래에셋증권은 CEO 등 기업고객에 초점을 맞추는데, 운용사, 본사 전문인력 등 네트워크를 활용하며 IPO, M&A, 회계 컨설팅도 지원한다. 이광헌 WM센터장은 “강북자산가들은 고령층으로 2세에게 가업승계에 직면한 경우가 많다”며 “금융자산을 뛰어넘는 IB, M&A, 가업승계 등 폭넓은 컨설팅서비스를 제공하며 서로가 윈윈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우리투자증권은 외화자금을 보유한 국내 VVIP고객에게 폭넓은 해외투자서비스로, 대우증권은 모회사인 산은지주와 시너지를 통한 차별화를 내세우고 있다.
◇ 전통부자로 투자성향 보수적, 수익성·안정성 겸비한 포트폴리오로 승부
증권사들의 잇단 러브콜에도 불구하고 강북자산가들이 움직일지 미지수다. 신흥부자로 새로운 투자수단에 우호적인 강남자산가들과 달리 자수성가한 전통부자인 강북자산가들은 연령이 60~80대인 고령층으로 투자성향도 보수적이다. 위험을 꺼리는 이들이 증권사로 발길을 돌리느냐는 것이 관건이다.
하지만 이들이 자산포트폴리오에서 부동산, 예금 등 편입비중이 워낙 높아 증권사의 경쟁력은 충분하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KDB대우증권 PB마케팅부 송석준 부장은 “고객성향이 보수적이라도 한쪽 자산에 올인한 자산가는 드물다”며 “최근 인플레를 감안하면 수익률이 높은 증권사 상품 쪽으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 니즈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최근 강북자산가공략의 성과도 가시화되는 것도 희망적이다. 실제 삼성증권은 안정성이 은행예금에 버금가는 금융상품내놓아 톡톡히 재미를 봤다.
은행단기예금, 연금을 대체하는 서비스인 ‘POP골든에그 어카운트’가 대표적이다. 시장하락에 안전장치를 가진데다 ‘시중금리+알파’도 추구할 수 있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SNI서울파이낸스센터는 오픈한지 1년도 안되 예탁자산이 약 1조6000억원(12월기준)에 달한다. 이 기간동안 유럽위기 등 증시불확실성이 고조됐음에도 불구하고 뭉칫돈이 몰린 것을 감안하면 강북자산가 공략에 성공했다는 평이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경쟁자는 여타 증권사가 아니라 은행”이라며 “증권이 위험하다는 선입관을 깨는 안정성, 수익성을 겸비한 자산관리 서비스로 은행자산가 공략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증권사의 강북지역으로 영역확장이 은행에서 증권 쪽으로 머니무브를 앞당길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신한투자증권 손미지 연구원은 “부진한 증시환경 속에서 브로커리지 수익 변동성이 커지면서 증권사들은 영업의 초점을 자산관리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며 “인플레로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인 만큼 ‘금리+알파’를 추구하는 증권사의 자산관리 서비스가 부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성해 기자 haeshe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