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연구원 서병호 연구위원은 25일 “일반적으로 성장기회가 클수록, 지배주주의 영향력이 클수록 당장의 배당보다는 현금유보로 주가 상승을 꾀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에 배당성향이 작아진다”며 저배당 정책이 긍정적인 경우를 짚어 냈다.
하지만 “자금조달이 어렵고 수익 변동성이 큰 경우에는 현금유보를 통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할 유인이 생기기 때문에 배당성향이 작아지고 수익성이 낮을수록 배당여력이 감소한다”고 부정적 사례 역시 지적했다. 서병호 연구위원에 따르면 국내은행들의 배당성샹은 2002년 이후 10%대와 20%대를 오가다 지난 2008년 5.47%로 떨어졌다가 2009년 22.23%와 지난해 32.88%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① V자 찍은 것 자체, 그리고 되 꺾일 가능성
국제 비교를 하면 이처럼 가파른 곡선을 그린 것 자체가 취약성을 드러낸 것이어서 속 거북한 결과다. 게다가 이마저도 올해 실적에 따라 배당을 한다면 2009년 수준에 못 미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점치는 견해도 있다.
삼성증권은 최근 은행계 금융사 배당성향과 관련 하나금융 10%와 KB금융 15%를 비롯해 기업은행 20%에 신한지주 25%를 예상했다. 이렇게 후퇴하는 데 대해 김재우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경제 불확실 증대에 따른 자본 유보 필요성과, 고액배당 반대 여론, 부실정리 증대에 따른 이익 감소 등에서 기인할 것”으로 봤다. 특히 그의 비관적 시나리오는 하나금융과 KB금융이 각각 5%와 10%에 그치고 기업은행과 신한지주가 각각 10%와 15%를 택할 가능성도 상정했다.
② 지방은행보다 못하고 외국계가 주도한 상승세
반면에 BS금융과 DGB금융 두 지방은행계 지주사는 20% 안팎의 안정적 배당을 예상했다. 이들 지방은행계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높고 지역내 높은 성장성 등을 이유로 제시, 대형금융사의 상대적 부진을 꼬집었다.
다른 측면에서 서병호 위원은 2009년과 지난해 배당성향 상승이 전적으로 외국계가 주도했다는 한계를 명확히 들춰냈다. 외국계 은행 배당성향은 2008년 전엔 한국계보다 비슷하거나 낮았다. 하지만 2009년 31.56%로 한국계 19.13%를 앞질렀고 지난해엔 55.98%대 25.18%였다. 외국계 고배당이 없었다면 배당성향으로는 국내은행 실적 회복 분석은 꺼낼 수조차 없었던 셈이다.
③ 국제비교 초라해지는데 글로벌 50대 진입 비전은?
상위 3대은행으로 압축하고 나면 선진국으로 분류받기를 원하는 대한민국 경제의 비전과 달리 은행들의 배당성향은 다른 신흥국에 비해 열위에 있다는 사실도 드러난다. 미국이 2008년 과도한 배당 잔치 이후 한 자릿수 배당으로 기고 있긴 하지만 캐나다, 영국, 독일, 스페인 등 우리보다 선진국 3대 은행 배당성향은 월등히 높다. 뱅커지 선정 100대 은행 통계를 보면 이들 은행의 글로벌 시장지배력이나 이익창출력이 높은 것은 이루 말할 필요도 없다.
반면에 국내 3대은행은 국내은행 평균치보다 배당성향이 낮은 가운데 중국, 인도, 브라질에도 뒤진다. 대표선수급 경쟁에서 밀리는 까닭은 국제시장에서 자금조달이 어렵고 수익 변동성이 높았기 때문이라는 뼈아픈 지적을 서병호 위원은 꺼내 들었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