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국민은행 전성기를 누리던 때 최고로 세계 51위까지 올라 국내 금융사상 처음으로 50대 은행 진입을 목전에 뒀던 입장에선 통한의 역전 허용으로 꼽을 만하다. 이 때문에 진짜 승부는 올해 실적을 바탕으로 할 내년 랭킹에서 드러날 것으로 금융계는 기대하고 있다. KB금융 뿐 아니라 국내 은행계 금융그룹은 전성기 때 순위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어 내실경영을 통한 자본력 증가와 해외진출을 통한 수익기반 및 비즈니스 볼륨 강화가 절실한 과제로 떠올랐다.
해마다 7월이면 전년 말 지표를 바탕으로 세계 1000대 은행 랭킹을 발표하는 ‘The Banker’(이하 뱅커지)가 최근 발표한 랭킹 집계에서 우리금융을 72위로 꼽았다. 뱅커지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발간하는 저명한 월간지고 이번에 2010년 재무지표를 토대로 순위를 매겼다.
◇ 100위 내 빅3 세계 순위 전성기만 못해
KB금융은 우리금융을 바짝 뒤이은 74위, 신한지주 78위 등 100위권엔 단 세 곳만 들었다. 뱅커지는 랭킹 선정 때 기본자본(Tier 1 Capital)을 기준으로 한다. 빌려다 놓은 자본을 뺀 순수한 금융그룹의 자본력을 잣대로 가장 강한 은행이 어딘지 추출한다.
우리금융이 국내 1위로 올라선 것은 꾸준한 실적을 바탕으로 내실을 키우는 과정에서 기본자본 성장이 가장 견실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뱅커지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지난 2008년 기본자본 111억 8000만 달러로 세계 82위였으나 2009년 기본자본을 142억 8000만 달러로 대거 늘려 71위로 올라섰다. 지난해엔 기본자본 증가 규모가 KB금융의 12억 8000만 달러보다 1억 1000만 달러 앞지르면서 우리금융은 2008년 해외투자 부실로 분기 적자를 냈던 악재를 교훈 삼아 2년 연속 1조원 넘는 순이익을 보약삼은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에 KB금융은 지주사 전환 전 국민은행 지표로 평가받은 2008년과 2009년 각각 기본자본 121억 5000만 달러와 143억 3000만 달러로 74위와 69위로 기세를 올렸지만 지난해 KB금융그룹 기본자본은 156억 1000만 달러에 그쳤다. 자본 증가 폭이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것은 2009년 순익이 5272억원에 그치고 지난해엔 883억원으로 급감했던 여파가 결정적인 것으로 풀이된다.
◇ 우리~농협 빅4 간 격차 미미, 활극은 지금부터
KB금융과 우리금융과의 차이는 6000만 달러. 미세한 수준이다. KB금융 한 관계자는 “시장에서 추정하는 올해 순이익 규모가 3조원 가까이 이르는 등 체질 개선과 내실 강화 효과가 나타나면 해 볼 만한 승부”라고 말했다. 어쨌든 국내 은행계 금융사의 순위 다툼은 글로벌 초강자들이 보기엔 아이들 싸움인 형편이다.
우리금융이 비록 세계 순위를 한 계단 하락하는 선에 머물렀다지만 이 역시 전성기에서 멀다. 국민은행이 50위권에 올랐던 글로벌 금융위기 전 우리금융은 60위권 후반대 랭킹에 오르는 추억이 있고 신한은행은 70위권 중반의 추억을 갖고 있다. 다른 한편, 신한금융그룹과 농협의 추격으로부터 우리금융과 KB금융이 안전하지만도 않다.
신한지주는 지난해 기본자본 증가 폭이 24억 3000만 달러에 이른다. 선두권 싸움을 벌인 우리금융과 KB금융보다 12억 달러 안팎 만큼 더 키웠다.
◇ 신한·농협 무서운 상승세 최고 순위 경신 예고
신한금융그룹은 신한은행 지표만 평가 받았던 2008년치에서 91위였으나 2009년치 87위에 이어 이번 2010년치로는 78위로 70위권에 모처럼 재진입하며 최고 순위 경신을 위한 기틀을 다졌다. 농협도 14억 6000만 달러 늘리며 차이를 좁혔고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인수 노력의 고삐를 죄고 있어 내년 랭킹 판도는 알 수가 없다. 랭킹 면에서 가장 가파른 상승세는 농협이다. 2008년 기본자본 70억 달러에 그치며 세게 113위였던 농협은 2009년 97억 달러로 국내 4위, 세계 105위에 오른 뒤 지난해 111억 6000만 달러로 늘리며 세계 102위로 올라 서서 100위 내 재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하나금융은 2008년 115위에서 2009년 120위로 밀렸다가 지난해 다시 112위로 위상을 추슬렀다.
기업은행은 2008년 국내 4위 세계 111위였지만 2009년 국내 6위 세계 122위로 밀린 뒤 지난해 기본자본 90억 달러로 하나금융의 뒤를 바짝 쫓으며 세계 116위에 올라 위상 제고를 노리고 있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