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중기재정긴축안 통과 유동성확보로 디폴트 피해
말도 탈도 많던 그리스 긴축안이 통과됐다. 그리스의회는 지난 29일 긴축안과 민영화프로그램을 담은 중기재정계획을 통과했다고 밝혔다. 이 재정안은 오는 △2015년까지 총280억유로(국내총생산대비 12%)를 확보하기 위한 지출 축소 △수입확대 조치 △국유자산 민영화 프로그램에 따른 총 500억유로 확보가 핵심이다.
그리스 스스로가 덩치줄이기에 나섬에 따라 해결사로 떠오른 유럽연합, IMF의 추가지원 가능성도 높아졌다. 실제 긴축안통과를 조건으로 유럽연합, IMF는 120억유로를 추가로 지원하고 이 과정에서 그리스 국채를 보유한 민간투자자들이 만기 도래하는 국채를 자발적으로 교환해주는 지원방안도 집행할 계획이다. 긴축안 통과로 사상초유의 국가부도사태를 피하게 된 셈이다.
이에 증시는 환영하는 모습이다. 발표 이후 뉴욕증시를 비롯한 세계주요 주식시장은 1% 넘게 올랐다. 코스피도 그리스호재로 불과 사흘만에 2100P탈환에 성공했다.
전문가들은 일단 증시를 짓누른 디폴트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데 주목한다.
토러스투자증권 박승영 연구원은 “이번 긴축안 통과의 의의는 그리스 국가부도에 대한 자본시장의 불확실성이 줄어들 것이라는 점”이라며 “예측 가능성이 향상됐다는 점에서 호재”라고 말했다.
삼성증권 김성봉 연구위원도 “프랑스, 독일 민간 은행들이 그리스 문제 해결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글로벌공조의 확산을 나타내는 의미있는 진전”이라며 “1차 공조의 목적이 부양이었다면 2차 공조는 리스크 제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 단기모멘텀, 장기적인 약발은 미지수
그리스 불확실성이 일단락됨에 따라 주식시장의 단기랠리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IBK투자증권 오재열 투자전략팀장은 “최근 국내 경기가 증시에 미치는 파급효과보다는 글로벌 동조화 흐름이 진행되고 있다”며 “그리스 문제 해결 등 글로벌 불확실성 해소에 따른 기대감이 증시에 더 크게 반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증권 이상재 연구원도 “그리스 의회의 긴축안 통과를 계기로 2분기 위험자산 선호 심리를 억눌렀던 양대 불안요인이 상당부분 해소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이는 나머지 관건인 미국경제 회복과 맞물려 경기불안심리를 해소시킴으로써 세계증시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그리스효과의 약발이 장기적인 상승모멘텀으로 이어지기에 한계가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그리스 긴축안승인에도 불구하고 국가펀더멘탈의 바로미터인 CDS(신용부도스왑), 국채가격은 실질적으로 디폴트수준으로 국채시장의 시각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우리투자증권 신환종 연구위원은 “롤오버하게되는 투자자들은 시장금리보다 낮은 쿠폰보유에 따른 손실로 EU 및 ECB에 인센티브 요청이 불가피한데, 적지않은 진통이 예상된다”며 “갈등이 확산될 경우 신용평가사들은 그리스 채무재조정(비자발적 만기연장 포함)시, 선택적 또는 제한적 디폴트를 부여할 것으로 경고해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았다”고 말했다.
신한금융투자 이성권 선임연구원도 “내년도에는 국채 만기 도래 자금의 75% 차환 발행을 전제로 구제금융지원 스케줄이 수립된 상황”이라며 “시장의 신뢰가 쌓이지 않고 국가간의 갈등으로 확산될 경우 재정위기가 확대될 소지도 있다”고 말했다.
최성해 기자 haeshe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