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를 사들이며 시장친화적 제스처를 취하고 경영비전에 대한 자신감 확보에 유효했던 주식 매입이 거꾸로 부담으로 돌아온 가장 극심한 케이스는 KB금융지주 어윤대 회장이다. 어윤대 회장은 지난해 9월 29일 2000주를 시작으로 모두 일곱 차례에 걸쳐 1만 4210주의 KB금융 주식을 샀다. 평균 매입단가는 5만 2681원인데 산은지주가 우리금융 인수 후보로 유력하게 꼽혔던 지난 13일 5만 2000원 찍은 뒤 내리 나흘 주가가 빠지는 바람에 마이너스 수익률 깊이가 더 패였다.
17일 종가 기준으로 보면 4대 은행지주사 CEO 가운데 자사주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내려가 있는 경우는 어 회장이 유일하다. 문제는 당분간 KB금융 주가를 떨어뜨릴 수 있는 요인이 떠올릴 만한 요인을 압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증권가 한 애널리스트는 “합병과정에서 떠 안았던 자사주 매각 시한이 9월 말로 다가올수록 주가에는 부담이 될 수 있고 우리금융 인수전 참여 가능성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며 이들 요인 해소가 주가회복의 전제조건임을 주장했다. 취임 이후 가장 왕성하게 자사주를 매입하며 ‘우리금융 중심의 국내 금융산업 재편’, 그리고 ‘글로벌 탑 50’ 등극을 향한 추진력 형성에 애썼던 이팔성 회장의 경우는 복잡한 상황을 대변한다.
이 회장은 2008년 9월 30일 2000주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모두 17차례에 걸쳐 5만 3000주를 사들여 가장 적극적 행보를 보였다. 평균 매입단가는 1만 2177원.
금융당국이 우리금융 매각 입찰에 산은지주를 배제하기로 한 소식이 알려졌던 지난 14일 1만 3200원으로 주가가 오름세가 시작되나 했으나 지난 15일엔 옆걸음 한 뒤 이틀 내리 빠진 낙폭이 700원에 이르면서 상징적 수준의 수익률을 띠고 있을 뿐이다.
17일 종가 1만 2500원은 지난달 우리금융 재매각 추진 발표 이후 최저가이고 KB금융 어윤대 회장과 하나금융 김승유 회장이 입찰 참여 계획이 없다고 밝히고 있는 상태에서 당분간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란 게 증권가의 대체적 전망이다. 신한지주 한동우 회장은 취임한 지 얼마 안된 지난 5월 17, 18, 20일 등 사흘에 걸쳐 5000주를 평균 4만7843원에 샀다. 17일 종가가 다행히 4만8350원이어서 마이너스 상황은 맞지 않았다.
하지만 이달 초 5만원 선을 뚫고 상승 곡선을 만들려던 흐름이 우리금융 입찰 참여가능성이 해소되지 않는 등의 영향 때문에 주가가 밀리고 있어 곤혹스러운 처지다.
수익률 자체만 놓고 본다면 모범적 사례로 꼽을 만한 하나금융 김승유 회장도 마음이 편치 만은 않다. 김승유 회장은 지난 2008년 10월 하순 엿새 동안과 같은 해 11월 17일에 걸쳐 모두 6000주의 자사주를 시장에서 사들였다.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주가가 2만원 선을 위협받던 때에 하나금융 CEO로서 기업가치와 미래 비전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는 적극적 행보였다. 단순하게 지난 17일 종가와 비교하면 당시 자사주 투자에 따른 수익률은 70%를 훌쩍 넘는 것이다. 하지만 외환은행 매매 계약 연장 기대감에 버텨 주던 3만 8000~3만 9000원대 주가가 3만 5000원대로 내려앉은 상태여서 향방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외환은행 매매 계약 연장에 최종 성공한다면 그 내용에 대한 평가에 따라, 실패하고 우리금융 인수전에 뛰어든다면 컨소시엄 구성과 기존주주 동의 확보 등의 리스크가 얽혀 들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금융산업 재편 방향을 종 잡을 수 없는 상황이 묘한 여운을 낳고 있다.
〈 4대금융그룹 CEO 자사주 매입 수익 비교 〉
(단위 : 주, 원)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