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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의 진정한 조력자는 누구인가?

관리자 기자

webmaster@fntimes.com

기사입력 : 2011-05-01 20:42

한국투자자보호재단

일본 스모선수의 승부조작은 유명하다. 스티븐 레빗 교수는 ‘괴짜경제학’에서 상위그룹의 스모선수들이 이상하게도 하위그룹으로 떨어질 위기에 놓인 선수와 경기를 할 때 자주 패배하는 현상이 있음을 분석하였다. 그는 상위그룹 선수들이 암묵적으로 단합하고 있다고 보았다. 스모선수에게 정직성은 목숨과 같아 이를 어긴 불명예가 그 어떤 법률이나 규범보다 강력한 제제효과를 가짐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승부조작에 대한 유혹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1. 투자자 보호 규범의 실질적 효력에 대하여

금융시장에서도 이해관계 앞에서 힘없이 무너지는 규범을 목격하기가 어렵지 않다. 자본시장법은 투자자보호를 위해 적합성의 원칙과 설명의무를 명시하였지만 이 법조문들의 실질적 효력에 대해서는 의문이 많다. 그러나 이것은 현행법이 잘못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규범의 본질적인 특성에서 비롯된다. 규범은 경제주체의 활동이 그릇되지 않도록 최소한의 제제 역할을 할 뿐, 최선을 이끌어내진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최선을 이끌어낸다는 명분으로 법을 촘촘하게 엮어매면 금융회사뿐만 아니라 투자자도 숨통이 막힌다. 투자자들은 이미 금융상품에 가입할 때 수많은 서류 행렬에 시달리며 답답함을 경험한다. 투자자의 서명을 기다리는 수많은 서류들은 그 멋진 의도와 상관없이 시간과 능력의 한계 때문에 요식행위로 전락한 규범의 시체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투자자보호 규범이 실질적 효력을 가질 수 있을까? 바로 이해(interest)의 힘을 활용하는 것이다. 이해는 최선을 이끌어낼 수 있다. 예를 들어 적합성의 원칙을 추구하는 것이 금융회사의 이해에 도움이 된다면 그들은 이 문제를 고민하고 발전시킬 것이다. 다른 회사를 넘어서 발전해야만 고객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0년 7월, 표준투자권유준칙은 큰 틀만 정하고 세부적인 사항은 회사 자율에 맡기는 방향으로 선회하였다. 이는 금융회사의 이해를 바탕으로 경쟁을 통해 투자자를 보호하려는 바람직한 정책 방향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투자자보호와 이해를 함께하는 금융업자가 있냐는 것이다.

2. 자문업, 투자자보호의 해답인가?

(1) 자문업의 특징

“백화점의 주요한 경제적 기능 중 하나는 소비자를 위해 상품의 질을 감시하는 것이다. 만약 소비자가 상품 구입 후 뒤늦게 결함을 알게 된다면 소비자는 이 상품을 생산자가 아닌 백화점에 돌려주려고 할 것이기 때문에...” (M. 프리드만 ‘선택할 자유’ 中) 프리드만은 수많은 제품에 대해 전문지식을 가진 소비자는 별로 없음에도 전문적인 중간상인의 안목 덕분에 하자 없는 상품을 구입할 수 있다고 말한다. 중간상인은 그들의 이해관계에 의해 움직이지만 소비자와 이해의 맥락이 같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소비자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금융투자상품에 있어 투자자를 대신해 상품의 질을 감시할 중간상인은 누구일까? 자문업이 1차 해답으로 거론되는 이유는 상품의 매매와 무관한 수입 구조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자문업자는 보통 자산의 크기에 비례한 보수(Fee)를 받거나 상담시간 혹은 그 횟수를 기준으로 자문료를 받기 때문에 투자자의 전체 자산크기가 불어나도록 도움을 줄 유인이 있다. 즉 판매회사처럼 잦은 매매를 부추기거나 특정 상품을 추천할 유인은 별로 없다.

일반 상품과 달리 금융투자상품은 제품 자체의 우수성뿐만 아니라 투자자의 특성과 잘 맞아 떨어져야 비로소 좋은 상품이라 할 수 있기에 투자자의 특징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문업은 상대적으로 긴 상담시간, 일대일 관계를 통한 지속적인 자산관리가 그 특징이므로 판매업자보다 투자자 파악에 유리하다. 미국의 IFA(Independent Financial Adviser)는 고객과 평균 10년 정도의 장기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자산관리 조언 및 상품 추천을 제공한다고 한다.

(2) 자문업의 한계

그러나 이런 포괄적인 자산관리 상담과 자문을 제공하는 업자가 단기간 내에 우리나라에 뿌리내리기는 어려워 보인다. 물론 이미 은행, 증권, 보험사 등에 Private Banking(혹은 Wealth Management) 서비스가 있지만 무료 서비스여서 자생적으로 성장하기 힘든데다 한꺼풀 벗겨보면 PB서비스에 대한 대가는 결국 상품 판매 수수료이므로 이해상충이 여전하다. 또한 대부분의 금융서비스가 프리미엄 고객을 대상으로 한 고수익 시장이 먼저 형성되고 점차 아래 시장으로 확대되는 형태이다.

만약 PB서비스를 독립적으로 유료화 하지 않는다면 다수의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자산관리 자문 시장 또한 형성되기 어렵다. 이런 시점에서 자문과 판매(직판, 대리, 중개)를 명확히 구분하고 관련 규정을 갖춘 금융소비자보호법안이라도 조속히 시행되어 자문업 성장의 토양이 마련되어야 한다. 앞으로 자문업이 결국 성장하여 그 대상을 확대한다 하더라도 일정 이하의 자산을 가진 계층은 자문 서비스로부터 소외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이는 자산(asset)을 기반으로 보수를 받는 자문업자가 어느 정도의 수익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하다. IT가 발달하면서 자산규모의 제한이 점점 낮아지고 있지만 진짜 보호가 필요한 소액투자자들을 위한 별도의 대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3. 판매회사 간 경쟁을 통한 투자자 보호

드디어 투자자를 위한 판매회사 간의 경쟁이 시작되었다. 얼마 전 한 증권사는 투자 상품 판매에 ‘리콜제도’와 고객성향에 적합한 매니저를 선제적으로 매칭해주는 서비스를 도입하였고 또 다른 회사는 ‘금융상품 교체 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펀드매니저 교체, 벤치마크 대비 급격한 수익률 저하 등 투자 상품의 교체사유가 발생할 경우 투자자가 원하는 상품으로 갈아탈 수 있도록 여러 혜택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1) 통합 판매 서비스로 변화

현재 증권, 은행 등 금융회사는 교차판매 등을 통해 다양한 상품 및 서비스를 취급하고 있는데 이를 개별적으로 판매할 것이 아니라 통합적이고 장기적으로 제공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발달된 IT기술을 이용해 투자자의 정보를 종합 관리하고 정기적인 상담과 조언을 제공한다면 그 어떤 사은품보다 강력하게 투자자를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다. 통합 판매 서비스가 도입되면 금융회사와 고객의 관계가 1회성 단품 판매 관계에서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관리 관계로 변하기 때문에 투자자에게는 소위 ‘행복한 구속’이 될 것이다. 금융회사는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고객 확보를 위해 단기 수익을 노린 상품 추천이나 매매권유를 자제할 것이다.

(2) 독립기관의 지속적인 감시

최근 한 소비자 단체가 대형마트의 즉석식품 코너를 조사한 결과 대장균이 무더기로 검출되었다. 당분간 해당 코너에 소비자의 발길이 끊기고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기업의 개선작업이 진행될 것이다. 이렇게 민간단체는 소비자 대신 평가가 어려운 상품을 감시·비교함으로써 기업이 긴장을 늦추지 않고 서비스를 개선하도록 자극한다.

투자시장에서도 마찬가지로 투자자를 대신해 전문적으로 판매회사를 감시 및 평가할 독립기관의 역할이 중요하다. 현재 한국투자자보호재단은 펀드 판매회사 평가를 통해 불완전판매나 객관적인 상품 추천 여부를 조사하여 발표하고 있다. 앞으로 판매에서 자산관리 측면이 강조되면 그에 발맞춰 평가의 대상과 범위가 확대될 것이다.

독립기관의 감시가 제 역할을 해내려면 시장변화 속도에 발맞춘 정보 공시·제공 시스템의 혁신이 필요하다. 정책당국은 이 점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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