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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세요, 친절씨!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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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1-04-10 22:35

조관일 창의경영연구소 대표, 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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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을 떠난 후 생활에 많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강의를 하기위해 전국을 누비다보니 비행기는 물론이요 기차를 타는 경우가 많아졌고 시외버스도 종종 이용합니다. 쉬는 날에는 대낮에 커피 점에서 ‘젊은 문화’를 관찰하기도 하고, 때로는 아내와 함께 영화관에서 느긋한 시간을 보내기도 합니다. 민원을 해결하러 공공기관에도 가보고 때로는 콜센터 같은 곳에 전화를 걸어 상담원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합니다.

그 과정에서 새삼스럽게 느낀 것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친절·서비스 체계가 참 잘 돼있구나 하는 것입니다. 이 정도면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을 것 같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뭐 저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싶을 정도의 과잉친절도 경험합니다.

그동안 고생 많았습니다

은행, 백화점, 항공사는 전통적으로 친절을 생명처럼 여기던 곳이니까 그렇다 칩시다. 그러나 철도역이나 버스터미널, 극장의 매표소 등은 예전에 별로 친절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대학이나 병원, 공공기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특히 전화로 민원을 해결하면 그 싸늘함과 답답함으로 분통을 터뜨려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요즘 그런 곳들과 접촉해보면 ‘엄청 많이 달라졌구나’ 하며 감탄하게 됩니다. 매우 복잡하고 귀찮은 요구에도 한결같이 친절하고 상냥하고 자상했습니다. 철도역도 그랬고 버스터미널도 그랬으며 대학이나 병원, 공공기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콜센터의 상담원들은 자신의 이름을 정확히 말하면서 응대했습니다. 이름을 걸고 하는 ‘친절 실명제’인 것이지요. 정말이지 참 흐뭇한 요즘입니다.(물론 개선해야 할 부분이 없지 않지만 오늘은 그에 대하여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그런 ‘천지개벽’의 상황을 접하면서 제가 흐뭇함을 느끼는 데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습니다. 아는 이는 알지만 저는 친절·서비스를 오랫동안 연구해온 사람입니다. 한세대 이전인 1979년에 <고객응대>라는 책을 집필하였고, 우리의 서비스실태를 분석하여 토종(?) 이론을 제시한 <손님 잘 좀 모십시다>를 냈을 때가 1980년대 초반입니다. 우리나라에 ‘고객만족’ 개념이 소개된 것이 1992년경이니까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건지 알 수 있을 겁니다. 그 이후 <친절학 개론>을 발표하고 그래도 성이 차지 않아, 고객으로부터 “죽여준다”는 감탄사를 이끌어낼 정도로 완벽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며 <고객죽이기>를 쓰기도 했습니다. 다시 말해서 저는 늘 ‘아직 멀었다’ ‘좀 더 친절하라’며 불평하고 다그치던 사람입니다. 그런 저였기에 요즘의 상황에 대한 시각과 감상이 남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저 정도로 친절하기까지 얼마나 고생이 많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 순간에도 직장의 ‘엄명’에 따라 인간으로서의 감정을 억누르고 오직 ‘친절하게’ 사람을 대하고 있을 수많은 직장인 - ‘친절씨’들의 마음고생이 떠오릅니다. 안쓰럽기까지 합니다.

사실 친절로 고객을 만족시킨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더욱이 우리나라 고객은 까다롭기로 정평이 나있고 기질적으로도 ‘욱’하는 성미여서 유리그릇 다루듯 조심스럽습니다. 오죽하면 외국 기업의 CEO들 사이에서 “한국의 고객을 만족시키면 전 세계의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다”는 말까지 회자되겠습니까.

우리나라 고객들은 욕구가 크고 기대가 많으며 눈높이 또한 높아서 감정 노동자들이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때로는 형편없는 사람이 고객이라는 이름으로 ‘왕’처럼 군림합니다. 반말은 예사고 폭언에 성희롱성 발언까지 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며칠 전 어느 일간지에서, 못된 고객들의 사례가 소개된 것을 봤는데 정말 그 정도인가 싶을 정도였습니다. 폭설이 내려서 상품의 배송이 20여분 늦어지자 고객이 고함을 지르며 “기어서라도 빨리 물건을 가져 오라”고 막무가내로 몰아붙이더라는 겁니다.

어느 은행원의 경험담은 황당하기까지 합니다. 어느 중년 남성이 “10만원권 수표를 발행해달라”고 요청하여 “1장당 50원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고 안내를 하자, 그 남성은 “내가 명색이 대학교수인데 수수료까지 내야 하느냐”며 화를 내더라는 것입니다. 은행원이 차분하게 “VIP 고객이 아니면 수수료를 내셔야 한다”고 규정을 알려주자 그는 “교수가 VIP 대접도 못 받느냐”며 주머니에 있던 동전을 모두 꺼내 은행원의 이마에 하나씩 던지기 시작했습니다. 이 정도면 해외토픽에 나올 정도로 엽기적입니다.

아무쪼록 힘내세요

그러나 힘내세요, 친절씨! 이 순간에도 고객과 진땀나는 ‘관계’를 유지하고 있을 여러분께 진심으로 격려를 드립니다. 어느 여의사의 강의를 들은 적이 있는데, 그분은 못된 환자들로부터 받은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으로, 퇴근 후에 남편과 함께 산책을 하면서 욕지거리를 퍼붓는다고 하더군요. 남편에 대한 욕이 아니라 당연히 환자에 대한 욕입니다. 그렇게라도 해서 감정노동의 스트레스를 푸시기 바랍니다. “없는 데서는 나랏님 욕도 한다”는데, 듣지 않는 곳에서 못된 고객에 대한 욕이야 좀 해서 어떻겠습니까. 그렇게 해서라도 스트레스를 풀고 건강을 챙기고 힘을 내고, 내일 또다시 고객에게 친절한 응대를 할 수 있다면 실컷 욕지거리를 해보길 권합니다. 아무쪼록 힘내세요, 친절씨!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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