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지는 공감, 일방적독주가 원인
리테일혁신일까? 인위적인 구조조정일까? 최근 대우증권이 리테일개선안에 대해 내부구성원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효율적 지점의 재배치라는 긍정론과 인위적 구조조정이라는 부정론도 만만치않다. 급기야 대우증권 노동조합은 지난 3일 ‘무차별 점포폐쇄중단’ 성명서를 발표하며 반대서명운동에 돌입한 상황이다. 발단은 사측이 같은날 통보한 리테일혁신방안이다. 이 개선안은 선택과 집중에 따른 영업점효율화가 핵심이다. 서울 및 수도권, 광역시 등 핵심지역엔 다수의 인력과 리소스 집중으로 경쟁력도 높이고 대형화에 따른 규모의 효과도 거두겠다는 취지다. 그 근거로 점포 영업직원 규모별 인적손익은 지난해 △13명 이상 점포, 1억3200만원 △10~12명, 1억2300만원억원 △7~9명, 1억400만원 △6명 이하 6800만원으로 규모가 클수록 이익도 높은 점을 꼽고 있다.
노조가 문제로 삼는 부문은 점포폐쇄다. 노조측은 지난 3일 성명서를 통해 길동, 신천, 야탑, 수유, 구리, 태평로, 신도림, STX남산, 안양, 동탄, 거제신현, 포항북, 서청주, 여수, 제주 이상 15개 점포가 폐쇄예정이라며 즉각 중단할 것을 밝혔다.
내부에선 리테일혁신안 자체에 대해선 부정하는 건 아니다. 급변하는 증권시장에 적응하며 업무의 재배치로 기회가 확대되는 점에선 내부구성원 사이에 공감대도 형성돼 있다.
실제 리테일혁신은 소외지역지점의 말단 직원들에게도 새로운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나쁘지않은 제도란 평이 많다. 중소형 지방도시 지점의 경우 열악한 영업여건으로 인해 신규고객개척에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이번 리테일혁신으로 소외지역의 말단직원이라도 강남 등 핵심지역에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뒀다는 평가다.
리테일혁신 차원에서 도입된 신보상체계도 직원입장에서 나쁠 게 없다. 이번 보상체계는 주식약정에서 벗어나 자산증대의 개념으로 확대했다. 약정이 다소 밀리더라도 고객자산이 늘었다면 오히려 플러스평가를 받는다. 성과를 위해 약정을 돌리는 부담에서 벗어나 자산컨설팅으로 고객과 신뢰를 쌓을 수 있다는 얘기다.
노조측도 리테일혁신 그 자체를 부정하는 건 아니다.
노조 관계자는 “내부반발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적자점포 위주의 통폐합으로 경영효율화를 꾀한다는 회사의 입장을 이해했다”며 “더 나은 상권과 영업환경에서 신고객을 발굴하고 싶다는 원하는 직원도 있다”고 말했다. 정작 화를 키운 건 소통부재다. 특히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아무런 협의도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점포폐쇄안을 통보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노조 관계자는 “15개 점포폐쇄안이 처음으로 통보된 시기는 지난 3일로 그전까지 전혀 몰랐다”며 “노사협의회규정에 따르면 경영상 또는 기술상의 사정에 따른 인력을 배치할 때 협의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점포폐쇄안에 대한 직원들의 의견은 철저히 소외됐다”고 말했다.
◇ 절반서명 참여 수정 불가피
너무 잦은 인력배치도 이유다. 실제 임기영 사장 취임 2년동안 조직개편회수는 총 13회, 1년에 평균 7.5회로 전임사장들 임기(5년)에 비해 2배 넘게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안그래도 단기간 잦은 개편으로 불안감이 고조된 상황에서 지난해 15개 점포폐쇄에 이어 또 다른 15개의 점포폐쇄를 밝히면서 그간 쌓였던 불만이 터졌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내부구성원은 “이번 사태의 본질은 직원의견을 소외한 경영진의 일방통행식 의사결정”이라며 “최근 중국 고섬IPO 청약압박, 지점전광판폐쇄 등 경영진의 독주에 대해 불만이 팽배한 상황에서 올해도 점포폐쇄로 밀어붙이자 노조주장에 동조하는 분위기다”고 말했다.
문제는 리테일혁신의 취지에 공감함에도 불구하고 일반직원들까지 노조의 주장에 동참한다는 점이다. 실제 지점통합 발표 하루만에 노조가 주도한 서명에 전체 임직원 3000명 가운데 약 1500명이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측은 본사로비에 이 서명명단을 부착하며 경영진을 압박하는 상황이다. 내부여론이 경영진의 일방통행에 브레이크를 걸며 상황이 복잡해졌다. 먼저 사측은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며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아직 지점갯수, 대상, 방식 등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며 “운영위원회의 개최도 아직 예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사 모두 리테일혁신에 대한 큰 방향에는 공감하는 만큼 극단의 사태로 치닫을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사측도 지점폐쇄대상으로 거론된 제주지점의 경우 고객불편, 지역상징성을 고려해 제외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측도 시간끌기는 부담이다. 리테일혁신은 경영적 판단일뿐 인위적인 구조조정과 거리가 멀다. 실제 점포폐쇄대상 지점 가운데 강남 등 핵심지역 쪽으로 배치를 희망하는 직원들도 적지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대우증권 관계자는 “대형화, 고급화 등 선택과 집중으로 리소스의 재분배 차원이지 구조조정이 아니다”며 “지난해 점포효율화 과정처럼 재배치에 있어 직원들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고 본사, 수도권 대형점포 등 다양한 선택의 기회를 둘 것”이라고 말했다.
최성해 기자 haeshe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