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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화·대형IB, 선택이 아닌 필수

최성해 기자

webmaster@fntimes.com

기사입력 : 2011-03-02 22:51

가격경쟁 벗어날 차별화된 수익모델 필요
선택과 집중으로 시장의 전체파이 키워야

글로벌화·대형IB, 선택이 아닌 필수
“대형IB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금융위원회 김석동 위원장은 취임 이후 첫기자간담회에서 대형IB 육성에 대해 강한 의지를 밝혔다. 글로벌 금융시대에 외국 IB와 겨룰 마켓리더가 없다보니 증권사가 손쉽게 돈버는 수수료경쟁에 매달리고 이는 출혈경쟁으로 확산돼 증권산업도 정체되고 있다는 쓴소리다. 증권업계는 김위원장의 말처럼 파이가 한정된 국내 시장을 놓고 출혈경쟁도 마다않는 레드오션시장으로 변질됐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이 자본시장법시행 당시 대형IB로 거듭날 것이라는 기대도 지금은 실망으로 바뀌고 있다.

◇ 대형IB부재 순기능보다 부작용 더 많아

자본시장법 시행에 따른 최고수혜업종으로 기대를 모았던 증권산업. 자본시장법 시행 2년여가 흐른 요즘 증권산업은 법시행 당시 기대를 얼마나 충족했을까? 업계의 반응은 산업발전의 물꼬를 텄으나 시행목적을 이루기에는 미흡하다는 반응이다.

업계 관계자는 증권사 숫자가 늘고 겸영의 촉진으로 ELS, 상품다양화는 급물살을 탔던 것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내용으로 따지면 자본시장법조차 규제로 묶어 창의성을 발휘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의견도 적지않다.

특히 대형IB부재에 따른 증권사간 출혈경쟁은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대형4개사의 자기자본규모는 약 20.5억달러로 골드만삭스 643.7억달러와 비교해 무려 30배 이상 적다. 아시아투자은행인 노무라 177.3억달러, 맥쿼리 88.7억달러와도 그 격차가 크다. 문제는 증권산업의 취약한 자본력은 시장선도자의 부재로 확대돼 저가수수료경쟁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업친데덥친격으로 이같은 저가경쟁은 고부가가치 영역에서 경쟁력상실로 확대되는 움직임이다. 실제 저가출혈 경쟁으로 제값을 못받는 IPO, 회사채발행부문에선 국내 증권사 1~5위까지가 모두 싹쓸이 했다. 반면 부가가치가 높은 부문에서는 정반대다. 실제 고부가가치 성격인 M&A주선 업무엔 맥쿼리, 시티 등 외국계 투자은행들이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취약한 자본력이 빚은 악순환은 위험인수기피로 확산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국내증권사들이 주된 수익원이 부가가치가 낮은 브로커리지에 매달려 전체 수익의 의존도가 50%대를 차지한다. 자기매매가 약 18%인 점을 감안하면 수익원의 약 68%가 비IB부문에서 발생한다는 것이다.

자본시장연구원 신보성 연구위원은 “국내 증권사가 주로 의존하는 위탁매매업, 특히 온라인 쪽은 전형적인 동질적 서비스로 가격경쟁에 쉽게 노출된다”며 “자본력 증강에 기반한 적극적인 위험인수없이 위험매매업무 중심의 영업이 지속될 경우 수익성개선은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때문에 ‘취약한 자본력 저하→저부가가치 중심업무→효율성 하락’이라는 악순환고리도 형성되는 상황이다. 실제 국내 상위 5개 대형증권사의 1인당 부가가치, 순이익은 미국(100% 기준)에 비해 각각 26%, 32%에 불과하다. 자본력이 큰 대형증권사의 탄생으로 단순상품중심의 저부가가치IB, 브로커리지의 중심 사업구조를 바꿀 계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 대형IB 말과 행동 따로

업계에선 자본력이 앞선 대형IB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실제 인수합병 등 행동에 나서는데 주저하는 모습이다. 업계 1,2위를 다투는 대형사들은 자금조달, 업무중복,구조조정 등 우려로 덩치키우기에 조심스러운 모습이고 중소형사들 역시 섣부른 인수합병보다 대형사 흉내내기에 급급하다. 시장에 임팩트를 주는 합병사례가 부족한 것도 부담이다. 자본시장법시행 이후 첫 자발적인 M&A 사례인 한화증권과 푸르덴셜투자증권의 합병은 그룹리스크로 인해 합병절차가 계획보다 더딘 상황이다. 최근엔 한화증권 대표이사로 임일수 푸르덴셜증권 사장이 임명되며 지점배치, 인력조정 등이 탄력을 받고 있으나 리테일, 자산관리부문에서 본격적인 합병효과를 내려면 내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종금사와 증권의 합병으로 기대를 모았던 메리츠종합증권도 규모의 경쟁효과로 업계 TOP10진입목표를 내세웠으나 PF영향, 사업부조율, 인력재배치 등 안팎의 외풍으로 아직 뚜렷한 성과를 보여주지 않고 있다.

하지만 지지부진하던 증권사 M&A가 금융당국의 대형IB육성론으로 새로운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인허가의 키를 쥔 금융당국이 대형IB육성을 공식적으로 밝혀 업계의 눈과 귀가 온통 M&A에 쏠리고 있다.

실제 올초 금융위원회 수장으로 취임한 김석동 위원장은 “세계적 프로젝트에 파이낸싱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지금처럼 느리게 하면 안된다”며 “우리금융 민영화도 속도가 중요하다는 맥락에서 우투증권 분리 논의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서 대형IB의 물꼬를 틀 수 있는 우리투자증권 분리매각 가능성도 밝혀 글로벌 IB 수준의 대형금융회사 탄생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김위원장의 말이 현실화되면 국내 증권업계에도 지각변동이 예고된다. 우리투자증권의 총자산은 17.2조원으로 규모가 비슷한 업계상위권인 증권사가 인수하면 총자산이 35조원이 넘는 리딩증권사로 껑충 뛰어오른다.

김석동 위원장이 밝힌 국제원전수주같은 전세계 초대형딜을 파이낸싱하는 대형IB의 역할론과도 매칭될 수 있다. 하지만 분리매각을 위해선 배임에 따른 소액주주의 이익침해가능성 등 법적타당성 문제가 남아 상반기 자본시장법 재개정에서 얼마나 규제완화에 나설지도 관심사다.

중소형 증권사들도 변화가 절실하다. 자본시장법 시행 첫해 규제완화 차원에서 신규금융투자 회사를 잇따라 허용하면서 숫자는 늘었다. 하지만 덩치를 움직일 체력, 즉 수익성은 점점 더 악화되는 상황이다. 이는 소형사가 자신이 강점을 지닌 부문에 전문화를 하지 않은 채 고객, 상품, 업무 등 비슷한 시장에서 대형사와 경쟁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은 대형IB 육성을 전방위적으로 지원하는 한편 중소형사의 경우 주식회사외에 합자회사 등 다양한 방식의 금융투자회사 설립을 허용하는 등 전문화·특성화를 유도할 방침이다.



최성해 기자 haeshe7@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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