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신증권 은행연계계좌 거래수수료 0.011%
‘0.015%.’ 이 요율은 온라인증권사인 키움을 비롯 한국투자, 하나대투 등이 은행연계계좌에 적용하는 업계최저거래수수료다. 하지만 대신증권이 지난 21일 거래수수료를 0.011%로 내리면서 간판이 바뀌게 됐다.
이번 수수료인하의 대상은 은행연계 증권계좌다. 대신증권은 은행연계 전용증권거래서비스인 ‘크레온(CREON)’을 오픈하고 은행계좌고객에 한해 업계 최저 수수료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크레온(CREON)은 은행에서 증권계좌를 개설한 고객대상으로 주식, 선물/옵션, ELW등 모든 온라인 증권거래를 할 수 있는 서비스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현행 최저수수료보다 한단계 더 낮춘 초저가수수수료다. 수수료율의 경우 ‘알뜰한 수수료’는 0.011%를, ‘스마트수수료’는 0.0088%+월15,000원을 받는다. 기존 최저수수료에 비해 인하폭은 0.004%낮고, 인하율로 따지면 약 20% 정도 저렴하다.
대신증권이 수수료인하 카드를 선택한 배경엔 저가수수료로 상징되는 온라인디스카운트시장이 방치하기엔 어려울 정도로 틈새시장으로 자리매김했다는 전략적 판단이 고려됐다. 자사의 은행입출고현황을 보면 은행연계 증권사로 이탈이 위험수준에 도달했으며, 중장년층이 많은 고객기반을 젊은층으로 확대하는 등 고객다변화가 절실한 현실도 작용했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저가온라인거래시장 특성상 가장 큰 관심사는 수수료”라며 “후발주자로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하고 단기간 MS증가, 홍보효과의 극대화를 위해 초저가수수료전략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 과당경쟁논란, 키움 등 수수료인하 동참계획 부정적
이같은 대신증권이 꺼낸 ‘수수료추가인하’라는 히든카드에 대해 업계의 시선은 곱지않다. 지난 2008년 수수료인하로 한차례 홍역을 겪어 마진이 박한 상황에서 수수료를 또 낮춘 건 서로가 상처입는 덤핑경쟁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앞선다.
업게 관계자는 “아무리 수수료경쟁하더라도 최소한 시장이 형성되고 건전한 성장을 꾀할려면 기본적인 수수료 고객에게 받는 게 맞지않느냐”며 반문하며 “과한 수수료를 정상화하는 것과 최소한 이익을 포기하는 과당경쟁은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수료는 증권사가 거래소 등에 납부할 유관기관수수료(약 0.0028454%)가 포함돼 실제 챙기는 수익은 높지않다. 여기에다 시스템개발비, 인력비 등을 감안하면 사실상 남는 게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낮은 수수료가 수익성에 위협적인 상황에서 경쟁사들이 수수료인하에 동참하면 출혈경쟁도 불가피하다.
하지만 수수료인하에 동참할지 말지 갈림길에 놓인 키움, 한국투자증권 등 온라인거래시장 상위사업자는 일단 섣불리 수수료인하경쟁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키움증권은 이날 권용원닫기
한국투자증권도 추가수수료인하에 대해선 회의적이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과거 사례를 보면 하루이틀 방향성을 지켜본 이후 참가유무가 결정되지만 현행 수수료가 0.015%로 낮고 오프라인도 5위권 수준이어서 현재로선 인하계획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대우, 우리투자증권 등 대형증권사들도 은행연계계좌는 현행 체계를 유지하는 쪽으로 내부방침을 정했다.
우리투자증권 관계자는 “온라인디스카운트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하고 수익기여도도 낮다”며 “굳이 인하에 동참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온라인거래 비중이 큰 이트레이드증권측도 “온라인에서 종합증권사화에 따른 비즈니스 수익원의 다각화로 온라인수익비중이 과거보다 낮은 상황”이라며 “가격경쟁에 동참할지 서비스경쟁 쪽에 포커스를 맞출지 시장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당분간 인하계획은 없음을 시사했다.
◇ 기존 고객이동시 수익원악화 부메랑
대부분 증권사가 추가수수료인하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임에 따라 수수료인하의 공은 대신증권으로 넘어갔다. 문제는 수수료인하가 대신증권에게 약(藥)일지 독(毒)이 될지 변수들이 많다는 것이다.
대신증권은 이번 인하로 상대적으로 뒤처진 온라인디스카운트시장에 단기적인 MS확대에 기대를 거는 눈치다.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경쟁사를 대상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린 결과 자사고객의 이탈을 막으면서도 상대적으로 고객층이 얕은 젊은층을 확보한다는 결과가 현실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독(毒)일 가능성은 자사고객의 온라인은행계좌로 전환이다. 대신은 지난 2008년 수수료인하에서도 자사의 HTS인 사이보스 기능강화로 정면돌파했다. 시스템트레이딩, 종목검색같은 신기능들로 투자자들 사이엔 사이보스매니아들도 적지 않다.
이들이 은행연계계좌로 이동한 뒤 매매하면 거래수수료가 사이보스수수료 0.08~0.17%에서 크레온 0.011%로 대폭 낮아진다. 수수료인하가 오히려 수익성을 악화시킬 부메랑으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실제 업계에선 이번 조치가 찻잔의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 편이다. 대형증권사 관계자는 “수수료인하규모는 대략 50pb안팎으로 100만원을 거래하면 수수료 차이는 약 300원수준”이라며”기존 익숙한 플랫폼을 버리고 갈아타기엔 수수료인하 규모가 낮아 임팩트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애널리스트도 “이제껏 수수료인하이벤트는 결과론적으로 성공하지 못했고 수익기여도도 크지 않는 상황”이라며 “오히려 기존고객이 은행연계계좌로 이동해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대신증권은 공격과 방어를 겸비한 투트랙전략으로 이같은 우려를 잠재운다는 방침이다.
최성해 기자 haeshe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