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최근 HMC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 등 대어급의 퇴직연금을 유치하며 시장판도가 단숨에 달라졌다. HMC투자증권은 지난 3일 지난해 12월말 퇴직연금 적립금이 1조2000억원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영업 1년만에 1조원 돌파는 이번이 처음으로 증권퇴직연금시장에서 곧바로 1위를 달성했다. 하이투자증권도 최근 4368억원을 유치하며 TOP5 진입에 성공했다.
이들 신흥강자의 공통점은 든든한 대기업이 모기업이라는 것이다. HMC투자증권은 퇴직연금 적립금 1조원 가운데 지난해말 계약한 현대자동차의 비중이 압도적이다. 하이투자증권도 모기업인 현대중공업으로부터 전체 가운데 약 70%인 4310억원을 유치했다.
반면 계열사의 지원이 없는 증권사는 입지가 좁아졌다.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지난 4일 퇴직연금적립금이 1조382억원을 달성했다고 발표했으나 이는 지난 2005년말 퇴직연금사업 이후 5년만에 거둔 성과다. 투자 대비 수익으로 따지면 격차는 더 벌어진다.
HMC투자증권은 도입초기 인력, 시스템 등 초기인프라 투자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어유치로 비용부담을 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상을 공공기관으로 넓히는 올해엔 적립금이 2조원으로 늘면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미래에셋증권은 사업개시 이후 한번도 흑자로 돌아선 적이 없다. 지난 2009년도엔 증권사간의 고금리경쟁에 휩싸인데다 증시침체에 따른 D/C형 기피현상으로 손실규모도 만만치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마래에셋증권 관계자는 “퇴직연금사업은 중장기 전략비즈니스로, 전문인력과 시스템에 대한 투자가 뒤따른다”며 “사업 초기에는 드는 투자비용일뿐 손실로 보기엔 어렵다”고 밝혔다.
한편 업계에선 당분간 시장구도가 대기업계열사 증권사 쪽으로 재편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익명을 요구한 퇴직연금담당 본부장은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원금보존을 추구하려는 성격이 강한데다, 금융기관의 이해관계까지 얽혀 계열사가 없는 증권사가 시장을 주도하기가 쉽지않다”며 “시장확대가 발등에 불로 떨어진 만큼 올해 KT, 포스코 등 대기업들이 퇴직연금 전환에 따른 사업자유치과정에서 역마진경쟁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최성해 기자 haeshe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