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펀드의 악재가 지속되고 있다. 최근 베트남 최대 국영 조선공사인 비나신이 디폴트 위기에 빠지면서, 가뜩이나 얼어붙은 투심악화가 두드러지는 것. 이에 따라 내년 만기를 앞둔 국내 폐쇄형 베트남펀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지난 2006년부터 설정된 베트남펀드의 누적성과는 현재 -50%수준. 여기에 이번 비나신 이슈는 엎친데 덮친격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사실상 부도상태인 비나신의 총 채무는 44억달러(한화 5조원) 규모로, 이는 지난해 베트남 국내총생산(GDP)의 4.5%에 달한다. 더 큰 문제는 비나신의 문제가 베트남 국가의 신용도 하락까지 불거트릴 수 있는 중대사안이기 때문.
만약 비나신이 디폴트를 선언한다면, 비나신의 채권을 보유한 베트남 은행과 국가적 신용도 하락이 불가피하다. 실제 세계적인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최근 베트남 국가 신용등급을 ‘부정적’으로 유지했다. 무역적자와 주가지수 하락 염려 우려로 국가 신용등급 전망도 기존 ‘Ba3’에서 ’Ba1’로 낮췄다. 피치도 베트남 신용등급을 ‘BB-’에서 ‘B+’로 낮췄다. 현재 국내에서 운용중인 베트남펀드 포트폴리오엔 다행스럽게 비나신이 편입되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이미 저조해진 펀드 성적에서 비나신 사태로 만회할 기회가 좁아진 것은 이래저래 부담으로 꼽힌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Fnspectrum)에 따르면, 베트남펀드 전체유형의 3년평균 누적성과는 현재 -34%선이다. (기준일:2010.12.21)
베트남펀드 유형중 규모가 가장큰데다 내년 만기가 예정된 한국투신의 ‘한국투자베트남적립식증권1주식혼합’ (-43%)과 두 번째로 큰 규모의 동양자산운용의 ‘동양베트남민영화혼합’(-27%)의 성과는 저조한 형편.
가뜩이나 내년 만기를 앞두고 베트남 경제 위기설에 이번 비나신 디폴트 위기 불똥까지 맞닥뜨리자 베트남펀드 투자자들은 허탈한 표정이다. 성과가 안 좋은 것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지만, 더 큰 문제는 투자자들이 베트남 시장 투자에 대한 신뢰 자체가 퇴색했다는 것. 3년 전 설정 된 골든브릿지자산운용의 ‘GB블루오션베트남주식혼합형투자회사1호’는 지난 11월 만기 1년 연장안에 대한 수익자 총회를 열었지만, 결국 -50% 반토막 성과로 청산됐다. 이미 벌어질데로 벌어진 손실폭을 과연 1년 연장으로 만회하기 보단, 남은 원금이라도 찾고 보자는 투심이 더 컸던 셈이다.
한편,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과거 기회의 땅이었던 베트남에 대한 투자 전망이 분분하게 엇갈린다. 이달 초만 해도 ‘닥터둠’으로 유명한 마크파버는 2011년 유망국으로 베트남을 손 꼽았다.
당시 베트남 VN지수가 반등조짐을 보인데다, 외국인 자금이 카자흐스탄이나 베트남 등 프론티어 마켓으로 갈 가능성을 염두에 뒀기 때문.
그러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베트남의 향후 투자 매력에 대해 염려하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비나신 사태만 없었더라도 2011년에 상승 여력을 점쳐볼 수도 있었겠지만, 현재 국가신용도 하락까지 불거져 내년도 만기를 앞둔 폐쇄형 펀드 투자자들의 직격탄이 커 보인다는 것.
현대증권 펀드리서치 김용희 팀장은 “당초 지난 2006년 버블여파로 경제성장을 지속했던 베트남시장은 이번 비나신 여파로 더 큰 사면초가에 빠진 형국”이라며 “더 큰 문제는 내년예정된 폐쇄형 펀드들의 만기가 집중될 경우, 워낙 증시규모나 거래량이 적은 베트남 증시가 이를 다 소화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신한금융투자 펀드리서치 김종철 연구원 역시 “지난 9월부터 베트남 경제 위기 우려가 감지됐지만, 이번 사태로 전형적인 프론티어국가의 리스크를 여실히 증명해준 사례”라고 평가했다.
〈 주요 베트남펀드 성과 현황 〉
(단위 : 억원, %)
(기준일 : 2010. 12. 21)
(자료 : 에프앤가이드)
김경아 기자 ka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