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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과 사랑

관리자 기자

webmaster@fntimes.com

기사입력 : 2010-11-03 23:05

조관일 창의경영연구소 대표, 경제학 박사

시대마다 회자되는 특별한 용어가 있습니다. 시대상을 반영하는 일종의 유행어가 있다는 말입니다. 한때는 ‘하면 된다’가 떠올랐고 한때는 ‘혁신’이 부상했습니다. 그리고 요새 유행하는 용어를 꼽으라면 단연 ‘소통’이 될 것입니다.

요즘은 너 나 할 것 없이 ‘소통’을 말합니다. 예전이라고 해서 그 단어가 없던 것은 물론 아닙니다. 그러나 소통이라는 단어보다는 ‘커뮤니케이션’이나 ‘대화’라는 용어를 더 많이 썼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러더니 어느 때부터인가 느닷없이 ‘소통’이 등장했습니다.

‘소통부재’는 ‘사랑부재’

처음의 발원지는 정치권입니다. 지금의 정부가 들어서고 광우병 촛불시위가 있은 후, 그것의 원인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소통’문제가 제기되었던 것으로 압니다. 그 이후 선거에 패배한다든가 뭔가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 꼭 등장하는 말이 ‘소통’입니다.

며칠 전 신문을 보니까, 김황식 총리가 조계종의 자승 총무원장을 찾아갔을 때도 그 말이 화두가 됐더군요. 김 총리가 ‘소통과 화합으로 함께하는 불교’라는 글귀를 보고 “제가 내세우는 원칙과 같다.”고 하자, 자승 총무원장은 “소통과 화합은 우리 쪽이 예전부터 써오던 것이다. 그 용어를 쓰려면 지적(知的) 사용료를 내야 한다.”고 농담을 했다는 기사입니다. 어디가 ‘원조’인지 따져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정치권만이 아닙니다. 사회전반으로 ‘소통’이 범람하고 있습니다. 서점에 가보면 소통에 대한 책들이 여럿 나와 있고, 기업에서는 ‘소통마케팅’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시키며 심도있게 다루고 있습니다. ‘소통마케팅’이란 기존의 마케팅이 일방적인 메시지 전달에 그친다는 반성을 전제로 고객에게 가깝게 다가가 함께 호흡하며 더욱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자는 것입니다. 그럼으로써 고객으로 하여금 회사를 보다 더 잘 이해하는 충성고객이 되게 하자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글로벌 브랜드 컨설팅 회사의 한국법인 부사장인 버튼 블롬 씨는 이런 충고를 하였습니다. “한국의 일류 기업들은 그동안 ‘첨단 기술’을 내세워 브랜드를 관리한 측면이 있지만 이제는 소비자와의 소통을 통해 시장을 창조하는 브랜드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말입니다. 즉, 기술 혁신 보다는 소통을 통해 대중의 요구를 반영하는 전략이 더 효과적이라는 뜻입니다.

이렇게 ‘소통’이 시대적 화두가 되자 그에 대한 해석과 처방도 다양합니다. 어떤 정치인은 국민을 하늘처럼 떠받들어 모시며 ‘머슴’의 자세를 보이는 것이 소통의 핵심이라 규정하고 그것을 실천하기 위해 90도가 넘게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어떤 사람은 소통을 ‘잘 들어주는 것’이라 해석했고, 어떤 사람은 나눔과 베풂이라고 정의합니다. 그러나 소통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평범하고 단순합니다. (1) 막히지 아니하고 잘 통하는 것이며 (2) 뜻이 서로 통하여 오해가 없는 것을 말합니다. 이렇게 단순하고 평범한 소통이 잘 되지 않는 것은 왜일까요? 수많은 처방이 있는데 아직도 그것이 문제가 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저는 ‘소통부재’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사랑의 부재’를 꼽습니다. 건성의 사랑이 아니라 진정하고 애절한 사랑 말입니다. 갑자기 뜬금없이 웬 사랑타령이냐고요? 그렇습니다. 국민에 대한 사랑, 사원들에 대한 사랑, 경영층에 대한 사랑, 고객에 대한 사랑이 없기에 제아무리 그럴듯한 대책과 해법을 내놔도 겉돌고 맙니다.

고객에 대한 사랑을 예로 들겠습니다. 아무리 소통마케팅을 외치고 그럴듯한 구호를 만든다고 해서 고객과 잘 통하는 것은 아닙니다. 고객을 단순히 사업목표달성의 도구로 생각하거나, 상품을 고객에게 잘 팔아먹기 위한 ‘작전’의 방편으로 소통문제에 접근하면 실패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합니다. 고객을 잘 받드는 것을 뛰어넘어 진심으로 사랑할 때 비로소 소통의 문제가 해결된다는 게 저의 주장입니다. 고객을 사랑한다? 좀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나 이상한 게 아닙니다. 연인들이 사랑을 할 때 어떻습니까? 상대방의 표정하나 말투 하나에도 모든 신경을 집중합니다. 어떤 불만이 있는지 어떤 애로가 있는지 정성을 다해 파악하려 하고 목숨을 걸고라도 해결해주려 노력합니다. ‘술수’가 아닌 ‘진정’으로 말입니다. 바로 그렇게 상대를 대해야 소통이 됩니다.

진심으로 사랑하라

사도 바울은 “너희 모든 일을 사랑으로 행하라.”고 말했습니다.(고린도전서 16장 14절) 테레사 수녀는 “중요한 것은 무슨 일을 얼마나 많이 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사랑을 그 일에 쏟느냐이다.”라고 했습니다. 존 러스킨도 좋은 말을 했더군요. “사랑과 역량이 결합될 때, 걸작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입니다. 아무쪼록 사랑하기를 권합니다. 건성으로 대하지 말고 진심어린 마음으로 상대방을 대하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볼 수 없었던 것들, 보이지 않는 것들, 남들이 보지 못한 것들을 볼 수 있는 신비로운 힘이 생깁니다. 소통 정도는 거뜬히 해결됩니다.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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