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될 때까지 하라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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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0-09-01 21:14

조관일 창의경영연구소 대표, 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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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언 기우제’란 말이 있습니다. 미국의 호피 인디언들이 기우제를 지내면 비올 확율이 100%란 겁니다. 그 이유는 비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기 때문이란 거지요”

백두산에 다녀왔습니다. 10여 년 전에도 그곳에 오른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왜 또 갔냐고요? 아파트에 함께 사는 이웃들과 여행할 일이 생겨서 그렇게 됐습니다. 사실 백두산 등반은 ‘등반’이 아니라 ‘관광’이 정확한 표현입니다. 거의 정상까지 자동차로 올라가니까 말입니다.(물론 등반 코스도 있습니다만)

인천 공항에도 천지와 비룡폭포의 거대한 사진이 붙어있을 만큼 백두산은 우리에게 관광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대한민국의 관문인 인천 국제공항에 하고많은 관광자원 중에서 하필이면 중국의 영토로 되어있는 그쪽 사진이 왜 붙어있는지 저는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백두산의 교훈

그런 의미에도 불구하고, 백두산은 관광지로서는 별로 재미있는 곳이 아닙니다. 왜냐면 만주지역을 가로지르는 장시간의 불편한 이동도 그렇지만, 백두산에 오른다고 해서 최종 목표인 천지를 볼 수 있을지도 불분명하기 때문입니다.

백두산은 ‘하루에 백두번씩 일기가 변하고, 백번 오르면 두 번밖에 천지를 볼 수 없기에 백두산이라 한다’는 유머가 있을 정도로 천지를 보기 힘든 곳입니다. 그런 불확실성을 각오하면서 며칠을 소비해야 한다는 것도 재미없는 이유의 하나가 될 것입니다.

하여간 우리는 그곳에 갔습니다. 첫날은 백두산의 서파 코스로 올랐습니다. 비가 엄청 쏟아졌기에 애시당초 천지를 볼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산에 오르자마자 ‘天池’라고 써진 팻말 앞에서 사진만 찍고 온몸이 물에 젖어 황급히 내려왔습니다. 그런데 산을 내려와서 확인해보니 일행 중에 몇 사람이 끝까지 그곳에 머물다가 기어이 천지를 봤다는 것입니다.

처음엔 농담을 하는 줄 알았습니다. 거짓인 줄 알았습니다. 날씨가 장난이 아니었거든요. 그러나 이야기를 들어본 즉슨, 변화무쌍한 백두산의 특징 그대로 어느 순간에 갑자기 구름(인지 안개인지)이 걷히면서 눈 깜짝할 사이에 천지의 모습을 보여주더라는 겁니다.

그날 밤, 우리 일행은 토론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튿날 북파 코스로 백두산에 다시 오를 때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지침(?)을 마련했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천지를 볼 수 있을 때까지 백두산 정상에 머문다는 것입니다. 단순하고도 무지막지한 지침이지요.

다음날, 산기슭에서는 그런대로 괜찮은 날씨였는데 해발 2500미터를 지나면서부터 상황이 돌변했습니다. 백두산 정상은 짙은 먹구름에 휩싸였고 안개비를 동반한 강한 바람은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참 난감한 상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어쩔 수 없이 수많은 관광객들이 ‘天池’ 팻말 앞에서 ‘증명사진’을 찍고 얼른 하산했습니다. 서로 손을 잡지 않으면 바람에 몸이 밀릴 정도로 악천후였으니까요.

그러나 우리 일행 다섯 부부(10명)는 전날 밤에 약속한대로 끝까지 버티기로 했습니다. 관광 가이드에게 부탁하여 우리가 최대한 그곳에 머물 수 있도록 시간을 달라고 했습니다. 우리들은 엄청난 바람을 피하기 위해 땅바닥에 바짝 엎드렸고 애절한 시선만 천지 쪽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어두컴컴한 백두산 정상에서 우비로 온몸을 덮고 얼굴을 가린 채, 한 무리의 사람들이 땅바닥에 엎드려 있는 모습을 상상해 보십시오. 그 모습이 얼마나 기이하고 처절했으면 중국측 경비요원들이 “왜 그러느냐?”고 했겠습니까.

그렇게 버티기를 1시간 15분. 몸이 덜덜덜 떨릴 정도로 추워왔습니다. 휴게소에 대기하던 가이드가 이제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하산해야겠다고 최후통첩을 했습니다. 우리는 15분 정도 시간을 더 달라며 반드시 천지를 봐야겠다고 기원했습니다. 바로 그때입니다. 시커먼 구름이 갑자기 걷히면서 주변의 몇몇 봉우리와 물결이 일렁이는 천지의 끝자락이 모습을 드러낸 것입니다. 그 순간, 환호를 지른 것은 물론이지요.

인디언 기우제

그날 우리 일행을 제외하고 천지를 본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하산 후에 다른 관광객들이 속상해 할까봐 “천지를 봤다는 말을 하지 말자”고 할 정도였으니 상황이 짐작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큰 교훈을 얻었습니다. ‘될 때까지 하면 된다’는 무식한(?) 교훈입니다.

‘인디언 기우제’란 말이 있습니다. 미국의 호피 인디언들이 기우제를 지내면 비올 확률이 100%라는데, 그 이유는 비가 내릴 때까지 계속해서 기우제를 지내기 때문이라는 것이죠.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정신을 비유할 때 이 말을 씁니다.

그런 세상사의 이치를 말로는 잘 하면서도 실천하지 못하는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미국의 백만장자인 로스 페로(Ross Perot)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성공하기 직전에 포기한다”는 유명한 말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이번의 여행에서 우리는 소중한 교훈을 실감나게 경험했습니다. 앞으로 세상을 사는 데 큰 지침이 되리라 확신합니다. 어려움 속에 참 의미 있는 백두산 관광이었습니다.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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