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는 ‘공무원을 상대하는 기법’을 강의해달라는 겁니다. 그 전화를 받고 어리둥절했습니다. 세상에! 그런 강의를 듣고자 하는 곳이 있다니요. 공무원이 뭐 외계인이라도 되는 겁니까? 그러나 사정을 들어보니 충분히 이해가 되었습니다.
그 기업의 임직원들이 공무원을 상대로 일을 하는 경우가 많은 모양입니다. 그러니까 공무원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며, 업무처리의 시스템이 어떻게 이뤄지고, 어떻게 다뤄야 ‘이쁘게’ 보일 것인지 궁금했던가 봅니다.
일찍부터 퇴직준비를
또 하나는 퇴직자에 대한 강의요청입니다. 퇴직을 얼마 남기지 않은 사람들에게 어떻게 해야 깔끔한 마무리를 하고 퇴직후에도 보람있는 삶을 영위할 것인지 그것에 대해 강의를 해달라는 것입니다.
전자의 강의요청은 제가 강원도 정무부지사를 했으니까 제격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고, 후자의 요청은 퇴직을 하고도 일거리를 갖고 있으니까 그런 것 같습니다. 오늘의 글은 퇴직 문제에 대하여 쓰겠습니다.
퇴직자 관련 강의를 준비하면서 새삼 퇴직의 심각성을 깨닫게 됐습니다. 20살부터 일을 해서 60살에 정년을 맞는다면 연간 노동시간을 2천 시간으로 계산했을 때 총8만 시간이 됩니다. 그런데 정년이후 체력이 어느 정도 유지되는 80살 까지만 계산해도 그 여유시간이 8만 시간이 넘습니다(1일 11시간 계산). 즉, 퇴직을 하고도 그만큼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현실’에 직면합니다. 따라서 샐러리맨으로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퇴직준비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합니다.
1970년대 초반만 해도 평균수명이 60대였기 때문에 퇴직후의 삶이 그리 문제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수명이 우리 세대에 90살을 바라보게 된 지금에 이르러서는 문제가 예전과 전혀 다름을 깨달아야 합니다. 세상이 변했는데도 퇴직문제를 나이들어서나 생각할 과제로 여긴다면 앞날이 별로 순탄하지 못합니다.
퇴직에 대한 준비는 젊은 시절부터 해야 합니다. 이게 올바른 자세입니다. 그렇다고 새파랗게 젊은 사람이 현직의 업무를 소홀히 하면서 노후문제에 매달리라는 게 아닙니다. 퇴직 준비를 하라면 으레 회사를 그만둘 준비를 하라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데 그런 것이 아닙니다. 거꾸로 더 충실히 일해야 합니다. 그래야 훗날이 편안합니다.
본업으로서의 잡(Job)에 충실하면서 동시에 훗날에 대비하는 라이프 워크(Life- work)를 생각해야 합니다. 그것을 꼭 ‘퇴직준비’라는 개념으로 접근할 게 아니라 하나의 생활패턴으로 일상화하고 습관화해야 합니다. 경제적 자립을 위한 재테크는 말할 것도 없고요.
더구나 세상이 워낙 변화무쌍해서 경우에 따라서는 조직이 당신을 배신하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조직이 나빠서가 아니라 상황이 그렇게 전개될 수 있습니다. 당신으로서는 청춘을 바쳐서 목숨 걸듯 일했는데, 어느날 직장이 당신에게 “열심히 일한 당신, 이제는 떠나라”고 황당한 결별을 선언할 수가 있다는 말입니다.
따라서 평생의 보험을 든다는 차원에서라도 퇴직준비를 착실히 하면서 살아가야 합니다. 이것은 퇴직준비라기보다 인생의 활기찬 연속을 위한 대비라고 하는 게 옳습니다.
그래서 저는 ‘퇴직’이니 ‘은퇴’니 하는 표현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아니, 바꿔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퇴’자가 들어있는 용어이기에 뭔가 쓸쓸히 사라지고 쇠락하는 어감을 느끼게 되기 때문입니다. ‘제2인생’이니 ‘리스타트(Restart)’라는 용어를 쓰자는 주장도 있는데 그것도 ‘별로’입니다. “요즘 뭐하세요?”라고 물었을 때 “제2인생을 삽니다”라고 한다면 마치 죽었다 살아난 사람 같지 않습니까? 그렇다고 “리스타트 했다”는 것도 어색하기는 마찬가지고요. 어떤 용어로 할 것인지 궁리를 많이 하고 있는데 ‘쌈박한’ 것이 아직 떠오르지 않습니다.
직장도 퇴직준비를 도와야
개인은 말할 것도 없지만, 직장에서도 종사자들이 평소에 퇴직에 대한 인식을 바르게 하고 제대로 대처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그것이 잘 되어 있을수록 좋은 직장이요, 그것이 잘 되어 있는 직장인이 생산성이 높다고 확신합니다. 그런 면에서 요즘 많은 직장에서 퇴직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음은 다행이라 여겨집니다.
다만, 퇴직이 임박한 사람들에게만 마무리의 차원에서 적용할 것이 아니라 평소의 교육에 반영되어 회사와 당사자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면 더 좋겠다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