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중 최고치를 돌파한 4월 들어 이틀 동안에만 유출된 국내주식형 환매 규모가 1조 310억원이나 된다.
이번 국내주식형펀드 환매 러시는 무엇보다 횡보장을 거닐던 국내증시가 전고점을 돌파한데 따른 차익실현 욕구가 가장 큰 것으로 파악된다.
7일 금융투자협회와 신한금융투자 펀드리서치에 따르면, 국내주식형펀드는 9일 연속 자금이 이탈했다. 올 들어서만 국내주식형펀드에서 순 유출된 자금은 무려 3조 3501억원에 달한다.(기준일:2010.1.4~2010.4.5 ETF제외) 실제 지난 2일 5003억원이 이탈된데 이어 5일에도 5307억원이 순유출 흐름을 이어갔다.
최근 발생한 국내주식형펀드 순유출 규모는 지난 2007년 10월 코스피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을 때 기록한 4,577억원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즉 지지부진한 박스권 장세를 맞아, 펀드 환매 타이밍만 손 꼽아 기다리던 투자자들이 지수가 3년전 원금때 가입한 1700p고지에 진입하면서 본격적인 환매랠리에 나섰다는 분석인 셈.
지난 2월만 해도 저가매수 자금이 대폭 유입해 7,365억원 규모가 순유입 전환을 이뤘지만 코스피가 1600p중반을 넘어서면서부터 차익실현 움직임이 커져 3월에만 약 1조 8555억원 규모가 순유출됐다.
사상 최대 순유출 규모를 기록한 국내주식형 펀드와 더불어 해외주식형펀드의 자금흐름도 순탄치 않은 실정이다. 동기간 해외주식형펀드 역시 23거래일 연속 순유출로 지속적인 자금유출을 보이며 올 들어 현재까지 총 1조 9361억원이 빠져 나갔다.
◇ 차익실현 환매 당분간 지속, 펀드런은 ‘기우’
업계 일각에선 최근 1700p고지를 뚫은데다, 외국인들의 연속 순매수 흐름, 국내기업들의 1분기 호실적 기대감으로 인해 당분간 증시상승에 무게를 두는 표정이다.
여기에 2007년 기준으로 코스피지수 1700선에서 출회될 수 있는 물량 규모도 6조원 규모로 관측되고 있다.
따라서 당분간 증시상승 분위기에 따른 추가 환매 자금 순 유출은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 다만 펀드전문가들은 투자자들에게 신중한 환매 대응을 당부했다.
메리츠종금증권 박현철 펀드분석 연구원은 “무조건 차익실현 환매에만 부하뇌동하면 추가 수익 기회를 놓칠 수 있다”며 “2분기엔 미국의 경기회복 시그널 강화와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신흥국의 고성장 등 글로벌 경기 회복으로 양호한 흐름이 예상 되는만큼, 조정시 분할매수 전략이 바람직하다”고 내다봤다.
또한 전고점인 1700p밴드를 돌파한 증시의 지수상승이 진행된다면, 추가적인 신규자금 유입도 기대할 만 하다는 의견이다.
신한금융투자 펀드리서치 권정현 연구원도 “펀드가입 지수대인 1700p에 안착하면서 특히 적립식펀드 해지 등 환매가 두드러지는 양상”이라며 “그러나 오히려 추가적인 지수상승이 진행된다면 신규 펀드자금 유입도 기대할 만 하다”고 전했다.
이어 권 연구원은 “기본적으로 펀드환매는 가입 당시 본인이 세웠던 투자기간과 수익률을 감안해서 진행하는 게 유리하다”며 “현재 1700p선 안착 시기에 맞춘 펀드환매 공방전이 치열해도 본인의 기준데로 펀드환매 조율을 짜라”고 덧붙였다.
◇ 금투협 ‘특별대책반’ 출범, 환매대책 논의
한편, 금융투자협회는 지난 6일 운용사 사장단들과 판매사등 업계관계자들과 함께 제2차 정기 집합투자위원회를 열고 펀드 환매 대책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 안건으론 최근 대규모 펀드 환매와 관련한 ‘주식형펀드 환매 특별대책반 설치’안을 오는 4~5월쯤 출범시킬 계획인 것.
이날 회의에 참석한 운용사 대표는 “향후 운용업계의 전반적인 발전방안과 정부에 건의할 제도개선 등 환매대책 등이 논의됐다”며 “특히 최근 환매는 펀드자체 문제 보다는 차익실현 성격이 강한만큼, 펀드 투자 마인드에 대한 제고가 필요하다는데 동의했다”고 전했다. 즉 무조건 지수상승기에 부화뇌동해 차익실현 하기 보단 시장반응을 살피고 투자자별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충고다.
이 밖에 판매사별로는, 최대 펀드판매망인 은행권의 펀드 사후관리가 더욱 절실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실제 최근 이같은 환매 러시속에서도 판매사별로 차이가 두드러진다는 설명이다.
올 연초 기준 증권사는 판매사이동제 준비 등 사후관리가 강화돼 소규모씩 펀드자금이 들어오는데 반해 정작 펀드 최대 판매채널인 은행권은 최근 펀드환매와 관련 직격탄이 큰 상태라는 것.
다른 운용사 대표도 “판매사중 은행권 타격이 큰 만큼 현재 논의중인 판매보수인하도 시기별로 유연히 대응하는 한편 해외펀드의 종합과세 부분도 내년부터 분리과세로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며 “작년 3~4월경 지수 반등기에도 내국인은 팔고, 외국인은 사는 패턴이 반복돼, 결국 내국인들만 손해보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경아 기자 ka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