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보호와 다양한 신상품 출현, 선진금융사 도약을 당초 취지로 삼았지만 아직 운용업계 내부 평판은 ‘갈길이 멀다’는 반응이다.
당초 규제완화를 골자로 출범했지만, 막상 실무 입장에선 활용하기 쉽지 않을뿐더러 실제 이를 내부적으로 교통정리 해 줄 협회나 금융당국의 노력도 미진하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어려워진 영업환경에 규제완화 대신 번거로워진 절차, 여기에 현장의 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 정책당국의 안일함에 운용업계의 한숨이 깊어가고 있다.
◇ ‘稅 폭탄 눈덩이’ 운용업계 이중고
올 들어 어려워진 영업환경과 더불어 운용업계의 한숨을 부채질하는 것은 역시 시장 논리와 어긋나는 과세부분.
해외펀드 대중화 1등공신이던 해외펀드 비과세 일몰은 물론, 공모펀드 매도시 거래대금의 0.3%를 올해부터 증권거래세로 부과시켰다.
특히 자본시장법 이후로 새롭게 과세된 ‘펀드면허세’와 ‘발행분담금’은 그야말로 불난데 기름 붓는다는 토로다. (본지2010년 1월 25일자 ‘펀드에 면허세가 웬 말?’참조)
‘발행분담금’은 금융기관이나 법인이 주식 등 유가증권을 발행할 때 금감원에 이를 신고, 등록하는 과정에서 내는 일종의 등록세 개념이다. 1년간의 유예를 거쳐 올 2월부터 운용사는 매년 펀드 설정액의 0.005%를 납부해야 한다.
그동안 법인형식의 뮤추얼펀드에만 적용시켰던 펀드 면허세는 지난 5월 개정된 지방세법 개정안에 자본시장법상 ‘집합투자기구(펀드)’가 과세 1종 대상으로 확정되며 개별펀드까지 면허세를 부과하게 생겼다. 이에 종로구 등 지방자치구에서 관할 등록 운용사에 매년 한 펀드 당 4만 5000원의 면허세 고지서를 부과해 업계 반발이 거센 상황.
금융당국도 뒤늦게 업계의 반발을 인지하고 면허세 등 펀드 관련과세의 부당성을 행정안전부와 조율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4일 금융투자협회 주최로 열린 ‘자본시장의 새로운 10년: 도약과 준비’ 세미나에 나선 금융위원회 조인강 자본시장 국장은 “펀드면허세 등 펀드관련 각종세금에 대해 행정안전부와 논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 다양한 신상품 출현? ‘그림에 떡’
우선 자본시장법 시행 이후 가장 기대를 모았던 ‘레버리지ETF’와 ‘혼합자산펀드’는 법제 명기 내용과 상품 설계 실무상 괴리를 보여준 단적인 예다.
A운용사 ETF실무 담당자는 “자본시장법상 펀드에 파생상품 편입시 위험평가를 100%로 제한시켜, 실상 파생상품 매수시 증거금 여유가 없어 상품을 설계하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며 “물론 운용사마다 상품 아이디어로 편법적인 레버리지ETF를 출시할 수 있지만, 본래 레버리지 효과를 기대한 취지와는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자본시장법 출범 이후 신규발행이 급감한 ELF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기존 간투법상엔 펀드안에 편입시키는 ELS를 파생상품으로 정의, 100%편입이 가능했지만 자본시장법에선 ELS를 증권파생결합상품으로 분류시켜 발행사 비중을 30%로 제한시킨 것.
B운용사 상품개발팀장은 “ELS편입비중을 100%에서 30%로 제한시켜, 동일한 수익구조의 ELS를 4개 모아야 ELF조합이 가능하다”며 “예전엔 ELS발행사들이 자사 발행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 좋은 수익구조의 기발한 아이디어 ELS를 출시해 상품경쟁력이 돋보였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그러나 이젠 동일한 구조의 ELS를 편입하기 위해 발행사를 여러개로 쪼개다 보니 장기적으론 상품경쟁력 약화에 따른 질적 저하가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이와 더불어 주식, 채권, 커머디티 등 한 펀드안에 여러자산을 편입시키는 ‘혼합자산형펀드’의 신규 출시도 사실상 막혀있는 상태다.
자본시장법상 약관에 편입자산중 50%조건을 충족시키는 ‘주된 투자대상’ 이란 용어가 등장하면서, 과연 어떤 자산을 50%이상 충족시킬지 운용사 재량권을 펼치기 쉽지 않은 것.
아울러 상품 출시 제약요건상 시장성 없는 자산에 투자할 경우 ‘환매금지 폐쇄형’ 설계 조항까지 더해져 업계 입장에선 혼합자산형펀드 출시가 부담스러운 입장이다.
여기에 자본시장법 개막이후 기존 상장기업이 냈던 유가증권신고서가 ‘증권신고서’로 통합되며 업무 부담도 가중됐다. 당연히 펀드도 유가증권으로 포함, 신규 펀드 출시상 서류절차가 복잡해졌다.
여기에 기존 펀드내에서 지출되던 운용보고서 발송비용까지 운용사 비용 부담으로 전가되면서 이래저래 운용사들의 부담만 커졌다.
◇ 주먹구구식 제도 가동, 금융선진화 첩첩산중
자본시장법 시행 후 강화된 투자자보호 제도의 일환인 ‘펀드판매사이동제’ 로 오히려 피해를 입게 된 판매사도 눈에 띈다. 지난 1월 25일부터 시행된 펀드판매사 이동제도에 온라인전용펀드가 이동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온라인 전문 키움증권의 피해가 불가피한 것.
금융당국에선 상반기까지 온라인펀드도 이동을 가능토록 한다는 방침이지만, 이미 초기 선점경쟁에서 밀려나 영업력 타격이 예상된다.
지난 12월부터 ‘펀드판매수수료 무료 선언’을 하며 진정한 투자자보호 의미와 부합하는 서비스를 제공중인 키움증권도 막막한 표정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판매사이동제의 궁극적 취지는 판매사들의 보수경쟁 인하를 유도해 투자자들에게 더 나은 혜택을 돌려주는 것 아니었냐”며 “지점이 없다는 이유로, 앞서 선도적인 서비스를 해온 판매사를 이동제에 불참시킨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고위 관계자도 “현재 뱅킹업무나 주식은 지점방문을 비롯 콜센터나 HTS 등 인프라를 통해 내방하지 않고 이동이 가능하다”며 “주식 대비 리스크가 적은 펀드는 꼭 내방해야 가입하는 논리로 온라인 펀드를 이동제에서 제외시킨 것은 시대와 역행하는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업계 내부적으론 업계의 입장을 대변해주고 가이드라인을 제공해주는 협회의 노력과 금융당국의 의지가 절실하다는 중론이다.
C운용사 대표는 “자본시장법을 통해 금융당국은 건전한 장기투자를 외치지만, 기술적으로 보완해야 될 부분이 많아 이에 대한 내부소통 중재 역할이 절실하다”며 “내부 소통과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줄 금투협의 역할이 필수적으로 부각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자본시장법 이후 운용업계에 부과되는 세금 현황 〉
김경아 기자 ka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