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또 퇴직연금제도 의무화가 다가오면서 자산관리 시장의 규모도 한층 탄력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증권업계는 IB와 트레이딩, 자산관리 부문의 유기적이고 일관된 프로세스 정착과 제도·금융소비자 욕구의 변화에 부응해 단순 펀드판매에서 벗어나 종합자산관리로의 이행이 가속화되는 한 해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또한 지주회사 등 금융그룹의 재편 추이에 따라 대형증권사가 출현하게 되면 시장구도의 재편 또한 가속화되면서 증권산업 경쟁력 제고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 새 제도 따른 발행시장 확대 = 자본시장연구원 신보성 금융투자산업실장은 지난 21일 열린 ‘2010 자본시장 전망과 주요이슈’ 세미나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전망을 내놨다.
이날 신 실장은 “올해 특히 삼성생명 상장을 비록한 시총 상위 기업들의 IPO가 예정돼 있어 이 부문의 성장이 보다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한화그룹이 대한생명에 대한 IPO를 올 1분기중 마무리짓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생보 상장에 대한 관심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지속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최근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면서 후끈 달아오른 기업인수목적주식회사(SPAC) 도입은 IPO시장의 탄력적인 확대에 힘을 불어넣을 것으로 보인다.
신 실장은 “올해 IPO시장은 국내 IB 시장 확대를 주도할 것”이라며 “미국도 지난 2008년 IPO시장에서 SPAC이 차지하는 비중이 40%에 육박했다”고 전했다.
최근 각 증권사들이 설립 등기를 마치고 상장을 추진중인 SPAC이 본격적으로 1분기부터 이뤄지면 향후 IPO시장의 규모 확대도 미국과 비슷한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회사채시장도 지난해 저금리 상황에서 유동성 확보를 위한 기업의 자금조달에 힘입어 크게 확대됐다. 올해는 시장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회사채 발행규모는 줄어들 것으로 보이며, 개인투자자 비중이 점차 증가함에 따라 개인투자자층을 확보한 증권사의 시장우위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업계 M&A시장에선 구조조정 수요가 상존하고, 우리금융 민영화, SPAC 도입 등으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에서는 M&A 시장 규모가 지난 2008년 22조원에서 2009년 14조원 수준으로 감소했지만 올해는 30조원 이상의 규모가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발행시장의 이같은 호황 전망으로 IB부문의 성장이 올해 예상되는 반면 유통시장의 경우 출구전략 시행과 물량 확대 등에 따른 가격하락 압력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형사들도 최근 온라인거래에 주목하면서 딥 디스카운트 브로커리지(Deep Discount Brokerage) 시장에 진출하는 등 온라인 거래 비중은 보다 확대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주식 위탁매매 업무의 단위당 수익성은 하락할 수 밖에 없다는 것.
아울러 펀드시장의 큰폭의 확대가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펀드 판매 관련 수수료 및 보수 수입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시장 변화는 건별 판매에 따른 수익성보다는 종합적인 자산관리로의 전략적 방향을 트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다.
반면 퇴직연금시장이 확대됨에 따라 기존 퇴직보험과 신탁을 이용했던 기업들이 올해 말까지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이에 따라 최소 30조원 규모의 퇴직연금시장이 열리면서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익에 대한 수요확대에 따라 자산관리에 강점을 가진 증권사들이 시장확보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것이라 분석이다.
◇ 업계 구도 재편 가시화 = 신 실장은 이어 “자본시장 규모가 확대되면 소수의 대형사 시장과 다수의 중소형사 시장으로 분할되는 성향이 있다”며 “최종적으로 대형사 그룹에 속하는 증권사의 수는 매우 적고, 이들 소수의 대형사들이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같은 큰 흐름 이외에 대형사 시장을 제외한 다수의 전문화된 특화 중소형사들의 경쟁이 이어질 것으로 판단했다.
자본시장법의 시행은 이같은 전문화된 특화 중소형사의 출현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기반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국내 증권업계에 현재 독보적 규모의 대형사가 존재하지 않고 있다. 또 오히려 자본시장법 시행 이전에 비해 대형사와 중형사그룹 간의 격차가 오히려 축소된 상황이다.
다수의 중형사들이 모기업을 바탕으로 증자, 혹은 계열사간의 통합을 통한 덩치 키우기에 나서고 있다.
신 실장은 “대형사 그룹 편입을 앞두고 앞으로 시장재편은 지속적으로 일어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시장구조의 변화 과정에서 과거 대부분 신규진입 혹은 업무겸영을 위한 목적으로 M&A가 이뤄져왔고, 그 인수 대상이 주로 중소형사를 대상으로 했다면 올해는 우리금융그룹 민영화에 따라 대형 금융그룹간 합병의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향후 증권업계에는 자기자본 4~5조원 가량의 대형사가 나타날 수 있고, 이렇게 되면 선두 그룹 편입을 위한 시장재편은 보다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배동호 기자 dhb@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