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글로벌 연금 컨설팅회사인 한국 왓슨 와이어트가 국내 89개사를 대상으로 ‘퇴직연금제도 도입 및 준비현황’에 대한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91%가 아직 퇴직연금을 도입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설문 응답 회사의 92%가 도입하지 않은 것에 반해 1%p감소한 것으로 1년 동안 신규가입이 매우 저조한 것이다.
또한 응답자의 절반은 구체적인 도입 일정조차 없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46%의 회사가 어떤 연금형태를 도입해야 할지 정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전문가들은 퇴직보험 및 퇴직신탁에 대한 법인세 감면 혜택이 소멸되는 2010년이 가까워질수록 퇴직연금 도입율이 급격히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었다. 그러나 조사결과 기대에 못 미쳤을 뿐만 아니라 상당수의 기업이 미래에 연금제도를 도입할 경우 결정해야할 인센티브의 문제, 중간정산 허용여부, 전문기관의 이용 여부, 다중 사업자의 운용여부 등의 문제를 인식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이 퇴직연금 제도를 도입하지 않은 이유로는 ‘특별한 혜택이 없어서’가 가장 큰 비중(30%)을 차지했으며 ‘충분하지 않은 재정상황 때문에’ (9%), ‘근로자(노조)의 반대’ (4%) 등이 뒤를 이었다.
이는 지난해 조사에서 ‘동종산업내의 움직임이 없음’(41%)이 압도적이었던 것에 비하면 올해 금융위기로 인해 현실적인 문제들이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퇴직연금에 대한 국내기업의 지식수준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들은 자신이 퇴직연금이나 연금법에 대해 보통수준의 지식을 갖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그러나 퀴즈를 통한 응답자들의 연금 지식테스트 결과, 지난 1년여 동안 금융기관을 비롯한 다양한 매체의 교육 및 흥보에도 불구하고 지식 수준의 향상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근로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연금제도 도입에 여전히 가장 어려운 요소로 작용하는 가운데 사업자 선정과정 또한 어려움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러한 경향은 금융과 하이테크 분야에서 두드러졌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보험사들이 이러한 기업들의 현황에 맞는 전략을 세워 퇴직연금시장을 공략해야한다는 지적이다. 금융권내 퇴직연금 유치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각사를 대상으로 적극적인 홍보와 특화 상품개발이 중요하다는 의견이다.
이미 은행권에서는 최근 각 기업들을 대상으로 직접 회사를 방문해 퇴직연금 설명회를 갖는 등 적극적인 홍보에 나서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권에서도 얼마 전 퇴직연금 상품에서 배타적사용권을 획득한 특화상품을 출시하는 등 퇴직연금시장 강화에 나서는 모습이지만 은행의 움직임에 비하면 아직 미흡하다”며 “제도도입 초기와 같이 퇴직연금 시장 점유 1위 자리를 되찾으려면 보다 적극적인 마케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손고운 기자 sgwoo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