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계 “대부업 시장 사실상 장악” 우려도
대부업체 시장이 전반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국내 대부업 시장의 거대 공룡격인 러시앤캐시가 최근 중형 대부업체 인수를 추진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러시앤캐시가 동업사의 M&A 물건을 중간에 개입해 가로채는 등 국내 대부업계의 맏형답지 않은 모습을 보여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시장 일각에서는 이같은 러시앤캐시의 M&A 추진이 동종 업계의 상도의를 내던진 꼴이라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러시앤캐시 브랜드로 잘 알려진 아프로파이낸셜그룹이 국내 중형 대부업체들이 자금조달 상황이 어려워진 틈을 타 일본계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규모 확대에 나서고 있다. 러시앤캐시는 저축은행 인수에 나섰다가 실패하면서 최근 중형 대부업체 인수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재 러시앤캐시는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곳은 미즈사랑과 베르넷크레디트 등 중형 대부업체 인수를 추진중이다.
미즈사랑은 여성전용대출 상품으로 잘 알려진 대부업체로 대출잔액이 300억~400억원 규모로 자기자본을 100억원 가량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베르네크레디트도 대출잔액이 700억원대이며 자기자본이 130억원대인 중형대부업체이다.
러시앤캐시가 중소형 M&A 나서는 것은 시장상황이 어려워지면서 대부업체들이 싼 가격으로 시장에 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말 대부업체들은 제2금융권의 신용경색이 심화되면서 유동성 위기를 맞은 바 있다. 올해 소폭 자금이 풀리기는 했지만 주요 대형사 위주로 자금조달 구조가 개선돼 중소형사까지 자금수혈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또한 정부의 규제가 강화되면서 더욱 위축된 중소형 대부업체들은 자금회수에 어려움을 맡게 되면서 영업을 거의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일부 중형 업체들이 M&A 시장에 나오고 있는 것.
A대부업체 대표는 “최근 영업을 못하고 있는 업체들이 속속 손을 들면서 M&A 시장에 나오고 있다”며 “올 상반기 안에 시장이 어느 정도 정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대부업계는 정리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말 현재 각 지방자치단체에 등록돼 있는 대부업체는 1만6359개로 지난해 6월 1만8384개에서 2025개나 폐업했다. 이는 대부분 소형업체들 중심으로 폐업이 이뤄지고 있으며 중형업체의 경우 M&A시장에서 정리 수순을 밟고 있다고 업계에서는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 우려가 높아지는 것은 일본계 대부업체가 국내 서민금융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는 것. 러시앤캐시의 경우 미즈사랑 인수추진 과정에서 문제가 지적되고 있기도 하다. 미즈사랑은 원래 국내 자본의 대부업체와 MOU(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지난달 M&A를 추진한 바 있다. 하지만 최종 계약단계에서 미즈사랑이 무리한 계약변경으로 M&A가 무산된 바 있다.
B대부업체 관계자는 “최종 계약단계에서 러시앤캐시가 막강한 자금으로 끼어들면서 M&A가 무산돼 국내 자본으로 이뤄진 대부업체가 손을 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며 “이것은 대부업계의 기본적인 상도의마저 무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국내 대부업계의 거대한 공룡격인 러시앤캐시가 맏형으로서 사회적인 본을 보여야 할 입장임에도 이를 도외시한 채 신의를 저버렸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현재 러시앤캐시가 미즈사랑의 M&A를 위한 실사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러시앤캐시의 이러한 시장독식 움직임에 대해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러시앤캐시는 서민종합금융그룹으로 가기 위한 라인업의 한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앤캐시 관계자는 “저축은행 등을 인수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며 “향후에 우리가 소비자금융분야에서 종합금융그룹으로 가기 위해서는 수신기능이 없기 때문에 저축은행 인수를 추진하고 있으며 여러 가지 라인업을 해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일본계 대부업체는 최근 2년간 투자자본의 6배가 넘는 4000억원대의 이익을 남기면서 국내 대부업계를 잠식하고 있다. 금감원 자료에 따르면 2006∼2007년 국내에 진출한 일본계 대부업체 중 외부감사 대상(자산 70억 원 이상)인 14개 업체가 4036억원의 이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C대부업체 대표는 “얼마전 대부업협회가 법정기구로 공식출범했는데 이날 행사장 일본계 대부업체 대표들이 많아 일본어로 이야기가 오고가는 등 일본 대부업협회 인지 착각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또한 일본계 대부업체들의 시장 점유율이 높아지면서 서민금융피해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올해 초 금감원이 발표한 대부업 불편 및 피해신고가 가장 많이 접수된 대부업체가 일본계 대부업체인 산와머니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일본계 대부업체의 시장 점유율 확대에 감독당국도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국내 서민금융이 일본자금을 통해 좌지우지 될 수 있는 우려가 있어 조심스럽게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특히 일본자금은 감독당국에서 관리감독이 쉽지 않아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