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히 미국 부동산시장의 지표가 개선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금융권과 실물경기로 확산, 파급된 점을 감안할 때 부실자산에 대한 처리가 매우 완만하고 서서히 이뤄질 것이란 점에서 조심스런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18, 19일 양일간 한국경제TV 창립 10주년을 기념해 열린 세계경제금융 컨퍼런스에 참석했던 클린턴 미국 전 대통령과 폴 크루그먼 교수도 이같은 견해에 무게를 뒀다.
지난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바 있는 크루그먼 미 프린스턴대 교수〈사진〉는 지난 19일 “세계 경제는 이제 막 중환자실에서 나온 상태로 회복에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잘라 말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글로벌 경제가 일본식 장기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며 “최근 최악의 국면을 지나 안정화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보이지만 본격적 회복을 위해서는 상당한 기간의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의 장기 불황인 잃어버린 10년을 사례로 들며 일본은 수출확대를 통해 상당 수준의 경상수지 흑자를 내 경제위기를 탈출했지만 현재 세계 경제는 심각한 수요 부족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990년대 후반처럼 과거의 위기들이 한 지역과 블록에 국한돼 진행됐지만 이제는 글로벌 경제가 함께 움직이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크루그먼 교수는 이어 “수요가 부족한 것은 세계적 금융시스템과 가계의 차입 및 부채 규모가 여전히 높고 앞으로 상당기간 동안 이 차입과 부채를 축소하는 디레버리징 과정이 진행될 것이기 때문”으로 진단했다.
소비의 대국인 미국 내에서의 저축률 상승과 소비위축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와 동시에 노동시장의 불안감이 증폭되면서 실업률의 고공행진이 이어진다면 극심한 소비위축, 수출 주도형 국가들의 침체 등으로 악순환될 수 있는 폭발적 위력을 갖고 있다는 점도 우려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고용시장은 여진히 찬바람이 심하게 불고 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주요 금융사 이코노미스트를 대상으로 한 조사를 통해 현재 8.9% 수준인 실업률은 올 연말에 9.7%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2007년 9월 시작된 경기침체가 올해 끝난다고 하더라도 노동시장 악화는 2011년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같은 거미줄처럼 얽힌 글로벌 경제의 복잡다단한 양상이 마치 1930년대 대공황과 비슷한 흐름을 갖게 했다는 진단이다.
그는 특히 “경제가 빨리 회복하기는 어렵다”면서 “90년대 위기처럼 너무 빨리 경기가 회복되면 위기를 잊게 되고 이 경우 또 10년 뒤인 2018년께 엄청난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앞서 18일 특별연설에 나섰던 빌 클린턴 전 미국대통령은 “이번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세계의 국가들이 따를 수 있는 스탠더드가 필요하다”며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어떤 전략이 필요한지를 논의한 뒤 금융규제의 방향 등에 공조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맹목적인 보호무역은 좋지 않다”면서 “선진국들이 무역장벽을 허물어 가는 것이 장기적으로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기후변화협약에서 미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보고 “온실가스 감축에 나서는 것이 자유시장경제체제를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위기의 교훈에 대해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투명한 금융시스템 등 글로벌 공조의 중요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고 언급했다.
한편 국내 전문가 대다수도 최근 경기회복에 기대에 대해 고환율 및 기저효과에 따른 착시상황을 우려하며 조기회복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 삼성경제연구소 등 국책·민간 경제연구소의 임원급 전문가 2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8명(90.0%)이 우리 경제의 ‘조기 회복론’에 대해 ‘동의하지 않았다’고 20일 밝혔다.
원·달러 환율 상승과, 작년 4분기의 저조한 실적에 비해 경영 지표가 기술적으로 반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배동호 기자 dhb@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