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신용자대출 ‘하늘의 별따기’
8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 신한, 우리, 하나은행 등 개인신용대출의 잔액은 3월말 69조2587억원으로 전달보다 7471억원이 줄었다. 대출잔액은 올 들어 꾸준히 감소세를 이어가면서 지난해 12월말 보다 2조6725억원이 급감했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우리은행의 지난 3월말 대출잔액은 13조8023억원으로 전달보다 3281억원 줄었고 국민은행과 하나은행도 전달보다 각각 2742억원, 1794억원 감소했다. 이들 가운데 신한은행만이 전달보다 346억원 소폭 증가했다.
이처럼 은행들의 신용대출 잔액 감소세는 개인대출자들의 심사기준이 강화되는 등 은행들의 보수적인 운용지침에 따른 것이다.
A은행 여신담당 한 관계자는 “은행들이 건전성 관리 강화를 위해 개인신용등급 기준을 낮추고 개인부채비율도 축소하는 등 대출받기가 까다로워졌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6~7등급까지 대출이 가능했던 대출자들의 신용등급을 5등급으로 상향조정하고 개인부채비율도 150% 이하로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B은행 여신담당 관계자도 “지난해 말 은행들의 BIS비율 관리 강화로 신용대출이 더욱 까다워로진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영업점포들이 리스크 측면을 고려해 신용대출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은행들은 개인신용등급 7~10등급에 대한 저신용자 대출상품도 출시했지만 여전히 대출 받기는 하늘에 별따기다.
A 은행 관계자는 “실적 관리를 위해 신용등급이 낮은 고객들에게는 소극적”이라며 “연체리스크가 큰 만큼 저신용자 대출상품의 판매는 저조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B 은행 관계자도 “7등급 이하의 대출자들은 대다수 대출 판정불가로 나와 대다수의 고객들은 대출받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현재 저신용자 대상으로 대출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곳은 우리, 부산, 전북, 농협, 하나은행 등 총 5곳이지만 이들의 판매실적은 지난 2월말 1579억원으로 판매한도 5900억원보다 크게 못미치고 있다.
◇ 가계대축 위축에 감소세 지속
이처럼 은행들이 내부적으로 대출요건들을 강화하고 대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서 대출잔액 감소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일 한국은행이 국내 16개 은행의 여신업무 총괄담당 책임자를 대상으로 면담 조사해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가계의 신용위험지수 전망치는 31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03년 4분기(32) 이후 5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작년 1분기와 2분기에 13, 3분기 22, 4분기 25 등으로 계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지수가 높아질수록 신용위험이 커질 것이라는 응답이 그렇지 않다는 응답보다 많다는 뜻으로, 가계가 채무를 갚지 못할 위험이 커질 것으로 은행들이 보고 있다는 의미다.
한은 관계자는 “가계의 신용위험이 높아진 것은 고용사정이 나빠지고 담보가치가 하락한 데 따른 것으로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은행 관계자도 “경기침체에 따른 고용 사정 악화와 소득 감소 등으로 가계가 대출을 제대로 갚지 못 할 것이라는 우려로 대출판매는 당분간 소극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성희 기자 bob282@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