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분기 실적 마감을 앞두고 대출 연체율이 급속도로 증가하면서 리스크 관리에 몸을 사리게 된 은행들이 여신관리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 대기업, 가계대출 감소
5일 국민, 신한, 우리, 하나은행 등 4개 은행들의 올 1분기(1~3월) 원화대출 잔액은 1553조24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92조1046억원)에 비해 160조9200억원(11.56%) 늘어났다. 그러나 지난 2007년 1분기에 16% 가량 증가한 것에 비해서는 못 미치는 수준이다.
월별로 살펴보면 지난 1월말 대출잔액은 515조4895억원, 2월말에는 518조3254억원으로 1월에 비해 2조8359억원이 폭등했다. 하지만 3월말에는 519조2097억원으로 8843억원 증가하는데 그쳤다.
신한은행의 원화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120조1155억원으로 전월보다 2705억원이 감소했다. 우리은행도 131조5110억원으로 한달 새 1조380억원이 급감했고 하나은행도 같은 기간보다 803억원이 줄었다.
이들 은행 가운데 국민은행만이 증가세를 이어갔다. 국민은행 대출잔액은 179조626억원으로 전달 176억7895억원보다 2조2731억원 늘었다.
지난해 말부터 지난 2월까지 대출 증가세를 이어갔지만 1분기 결산을 앞두고 기업과 가계대출 연체율 증가에 따라 리스크 관리에 나서면서 대출잔액을 줄이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정부의 유동성 지원 대책에 힘입어 중기대출은 늘었지만 가계대출과 대기업 대출이 줄어 대출잔액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에 나서면서 대기업 대출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원화대출의 증가속도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지난해와 올해 금융시장이 기업환경이 다르다”며 “리스크관리 차원에서 대출을 줄인 것은 아니다”고 부인했다.
◇ 대출-총수신 역전 초읽기
대출잔액에 이어 은행권의 총수신도 급감하면서 대출이 총수신을 웃돌 기미도 보이고 있다.
은행들의 총수신을 취합한 결과 지난 3월말 잔액은 547억6765억원으로 한달새 4조2346억원이 줄었다.
우리은행의 총수신은 지난 3월 말 143조2636억원으로 전달보다 2조4592억원이 감소했다. 신한은행도 125조2206억원에서 한달새 1조5317억원 줄었고 하나은행과 국민은행도 각각 1조4901억원, 7536억원 줄어들었다.
지난달 은행들의 총수신이 급감한 것은 시중자금이 은행에서 주식시장으로 빠져 나갔기 때문으로 보인다.
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3월 말 고객예탁금은 12조9422억원으로 전달에 비해 2조6407억원(25.6%) 늘었다.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으로 은행예금이 빠른 속도로 빠져 나가면서 은행권의 총 대출액이 총수신을 웃도는 역전 현상까지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국민은행의 총수신은 이미 원화대출금을 넘어섰다. 지난 1월 4조9909억원을 초과했다. 2월 말에는 2조6944억원으로 줄었지만 지난달 5조7211억원으로 증가해전달보다 2배 이상 늘었다.
우리은행 총수신과 원화대출간 차이는 11조7526억원으로 전달 13조1738억원보다 1조4212억원이 좁혀졌다.
신한은행도 지난달 말 5조1051억원이던 총수신과 원화대출간 차이가 한달새 1조2612억원 축소됐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도 17조3302억원과 11조7526억원으로 전월에 비해 각각 1조4098억원과 1조4212억원 줄었다.
이런 가운데 앞으로 원화대출이 총수신을 웃돌 경우 은행들이 부족분 만큼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야 하기 때문에 시장금리 상승으로 안정적인 자금조달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김성희 기자 bob282@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