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2%까지 하향된 가운데 더 이상 금리를 인하해도 실물경제에 영향을 못미치는 유동성 함정에 빠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은은 지난해 10월부터 금리인하를 시작해 4개월동안 3.25%포인트라는 파격적인 금리인하를 단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유동성 경색은 좀처럼 해소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있기 때문이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지난 12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유동성 함정 우려에 대해 크게 걱정할 수준이 아니라고 밝혔지만 위기에 대응할만한 정책적 수단이 많지않아 고민은 날로 깊어지고 있다.
◇ “우려할 수준 아니다”
유동성 함정이란 아무리 금리를 낮추어도 투자, 소비 등의 실물경제가 살아나지 않는 상황을 말한다.
금리를 더 이상 내릴 수 없다는 인식이 높아지면 사람들은 앞으로 금리가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에 통화정책의 약효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일본이 제로금리를 선언했음에도 불구하고 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면서 잃어버린 10년을 격은 것이 유동성 함정에 빠진 대표적인 케이스다.
한국은행도 지난 10월 이후 지금까지 3.25%포인트 하향하는 등 막대한 유동성을 공급했지만 크게 효과를 보지 못하면서 유동성 함정에 빠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 총재는 금통위 이후 간담회에서 “우리 경제상황, 금융상황 등을 봐서는 유동성 함정을 크게 걱정할 수준은 아니지만 비교적 짧은 기간에 금리조정이 이뤄졌기 때문에 금융시장 상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통화정책의 한계가 드러난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재만 동양종금 연구원은 “자금을 풀어도 단기부동화가 심화되고 있어 유동성 함정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증시의 메리트도 높은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시중의 부동자금이 증시로 이동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 유동성 공급 방안 필요
이 총재는 이날 추가적으로 금리를 인하할 여지가 있음을 시사했지만 앞으로 금리인하의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낮아진 상황에서 유동성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금리정책과는 다른 통화정책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 총재도 “중앙은행이 가진 수단 및 능력은 유동성을 공급하고 관리하는 일”이라며 “중앙은행의 역할이 필요하다면 다른 통화정책 방안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환매조건부방식으로 자금을 공급하거나 국채 단순매입에 나서는 등 중앙은행이 시중에 유동성을 직접 공급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이재만 연구원도 “추가 금리인하 여지가 남아있긴 하지만 이미 통화정책의 효과영향은 미비하다”며 “앞으로는 양적 완화정책을 통해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성희 기자 bob282@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