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증시 결산] 금융위기 격랑에 얼어붙은 투자심리](https://cfn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08122820330591512fnimage_01.jpg&nmt=18)
각종 위기설과 급등락 롤러코스터 장세에 따른 시장조치들이 줄을 이었고, 금융불안에 따른 신용경색 우려는 급기야 실물경기 침체로 이어지며 내년 전망 또한 암운을 드리우기에 충분했다.
상반기 금융불안에 이어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의 급등은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았고, 전세계적 위기 앞에서 한국시장은 외국인들의 좋은 현금화 시장이 됐다.
이어진 각종 금융시장 안정과 경기부양에 정책적 요인과 대내외 재료들로 민감해진 투자심리는 국내 증시를 1년만에 반토막 아래로 끌어내리기도 했다.
불과 1년만에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국내 증시의 주요 장면을 돌아봤다.
◇ 위기의 전세계化 코스피 반토막
지난 1월 경기침체 우려가 현실화되면서 전세계 증시는 동반 폭락세를 보였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사태의 위기가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면서 시장의 투자심리는 급랭했다.
코스피지수는 지난해 10월 말 역대 최고점인 2064.85포인트(종가 기준)를 기록하며 기대를 안고 출발했지만 이후 글로벌 악재들이 줄줄이 터지면서 올해 10월 24일 938.75포인트(종가 기준)로 연중 최저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실물경기로 전이되며 국내 증시가 역대 최단 기간에 절반이 넘게 떨어지는 전례없는 상황을 연출한 것이다.
이에 따라 올해 초 주식시장 거래대금은 한 때 10조원을 돌파하는 등 왕성한 거래가 이뤄졌지만 이후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며 2분기에 들어서는 하루평균 6조원대 아래로 급감했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의 수탁수수료 수입이 급감하는 등 증권업계 실적악화의 전주곡이 됐다.
◇ 유수의 글로벌 IB들의 몰락
올들어 지속적으로 심화됐던 신용위기는 결국 세계적인 투자은행(IB)들의 몰락을 이끌었다.
세계적 경기 침체의 조짐은 지난해 8월 미국 서브 프라임 모기지 부실 파문이 확산되면서 시작된 이후 올들어 그 영향력이 현실화 됐으며, 위기는 보다 빠른 속도로 실물경제로 번져나갔다.
특히 지난 9월 중순 미국의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보호를 신청하면서 시작된 미국발 경기침체는 국내 증시에도 직격탄이었다.
리먼의 투자은행 등 북미지역 증권사업 부문은 영국 바클레이즈에 매각됐고 아시아, 유럽, 중동지역 사업은 일본 노무라가 인수하는 등 해체 수순을 밟았다.
미국 최대 증권사인 메릴린치와 베어스턴스는 각각 뱅크오브아메리카(BOA), JP모건체이스 등에 매각돼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미국 양대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도 은행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등 세계 금융계엔 파산과 합병이라는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이후 세계 최대 보험사인 AIG도 유동성 위기에 빠지면서 FRB로부터 1500억 달러 규모의 구제 금융을 지원받는 신세로 전락했다.
◇ 국내에선 자통법 논란으로
과거 아시아 외환위기 때와는 달리 이번 위기가 전세계적이며 동시다발적으로 번져가면서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은 물론 이머징마켓으로 확산돼 갔다.
이 영향으로 국내에서는 건설·철강·조선업종 등의 산업전반의 위기로 확산됐으며, 자본시장통합법이 미국식 IB를 모델로 하고 있다는 주장으로 한 때 시행 연기설에 휩싸이기도 했다.
자통법 시행을 위한 준비를 모두 마친 국내 증권·자산운용·선물업계는 이같은 우려에 대해 해명하기에 바빴다.
그러나 세계 금융질서의 재편 속에서 이번 위기가 한국금융에 또다른 기회가 될 것이란 주장이 우세했다.
◇ 글로벌 금리인하로 이어져
미국발 금융위기는 말 그대로 미국보다 다른 대륙에서 더 큰 폭발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영국 영란은행(BOE)는 기준금리를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2%대까지 떨어뜨렸고, 세계 각국은 모두 글로벌 금리인하에 동참했다.
최근 미국은 사실상 제로금리로 통화정책을 가져갔고, 금리인하 영향으로 혼돈의 금융시장이 다소 안정을 찾아갔다.
반면 국내 채권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의 지속적인 기준금리 인하와 정부의 유동성 공급에도 불구하고, 금융채 및 회사채 시장이 사실상 기능을 상실하기도 해 최근 채권시장안정펀드를 도입하는 등 시장 안정을 위한 정책에 주력했다.
◇ 외국인 사상최대 순매도 외환시장 출렁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들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양시장에서 올 한해 40조원 가량을 팔면서 현금화전략에 치중했다. 주식 및 채권시장에서 외국인들의 ‘셀코리아’가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한때 혼선을 초래했던 정부의 환율정책에 대한 논란이 가세하면서 ‘떠나가는 외국인에 비행기삯 쥐어주기’란 비난도 일었다.
한때 시가총액 대비 44%까지 높았던 국내 주식시장의 외국인 보유비중은 20% 후반대로 떨어지는 등 ‘한국 시장에서 발빼기’는 더욱 가속됐다.
이에 따라 외환시장은 지난해 말 달러당 936원에서 올 9월 중순 달러당 1160원, 10월 초 1180원, 10월말 1400원, 11월 1525원까지 치솟는 등 극심한 불안장세를 보였다. 원·엔 환율도 사상 처음으로 1610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주가는 반토막에 환율이 IMF 구제금융 이후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국내 외환보유고에 대한 논란도 가열돼 또 다시 외환위기가 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일었다.
연말이 되어서야 대외변수들이 안정을 찾아가면서 외국인들의 팔자 공세는 완화됐고, 외환시장과 증시도 안정세를 보였다.
◇ 한·미-한·중·일 통화스와프 체결
환율급등과 달러가뭄에 따라 국내 금융권의 자산건전성이 우려로 이어졌고, 특히 은행들은 외화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외화대출과 기업여신 전반에 대한 관리 등을 한층 강화하기도 했다. 글로벌 외화유동성 경색으로 통화스와프(CRS) 금리가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국내 금융기관은 외화차입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올초 환율 상승을 용인하는 듯한 발언으로 환율 급등을 부추겼다는 비난을 받은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10월말 들어 외화유동성 문제 해결을 위한 한미 통화스와프를 체결하면서 경질론을 잠재웠다.
미국과 300억달러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하고, 이어서 중국과 일본과도 평상시와 비상시를 포함해 300억달러로 확대하는 데까지 합의했다.
◇ 키코·펀드 등 금융상품에 울다
환율시장의 불안함은 지난해까지 환율 하락에 대비해 통화헤지 파생상품인 키코(KIKO)에 가입한 중소기업들과 전세계적 주가 폭락에 따른 펀드 가입자들의 원성을 사고 급기야 법정공방까지 벌이는 등 한 해 내내 잡음을 이어갔다.
전세계적 증시폭락은 국내 및 해외주식과 펀드에 투자한 사람들을 충격과 공포로 몰아갔다.
국내 증시도 대내외 변수에 따라 하루 평균 100포인트가 넘게 급등락을 하는 등 시장불안은 극도에 달했다.
특히 리먼 파산 이후에는 날마다 하한가 종목들이 즐비했고, 올들어 급등락에 따른 시장 긴급조치인 사이드카가 유가증권시장 26차례, 코스닥시장 19차례 발동되는 등 시장의 온전한 기능을 잃어가기도 했다.
어려워진 경영여건에 따라 코스닥시장에서도 중소기업들의 횡령·배임 사건과 불공정공시가 지난해보다 상대적으로 늘며 개미들의 원망을 받기도 했다.
환율의 급등에 따라 태산LCD 등 키코 손실을 떠안은 기업들은 지난해 괄목할 만한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주가는 급전직하하고, 하루하루 외환시장을 바라보며 아픈 가슴을 움켜쥐어야 했다.
증시 상승기에 아무런 문제 없었던 불완전판매 문제도 봇물처럼 터져나오면서 우리은행은 불완전판매에 따른 고객들과의 마찰이 고발로 비화돼 손실의 50% 배상판결을 받기도 했다.
◇ FTSE 선진국지수 편입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증시가 혼란과 요동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동안 선진시장도 아니고, 신흥시장도 아닌 애매한 위치에서 불리한 요인만 부각됐던 국내 증시가 내년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선진국지수에 편입된다.
또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 여부에 대한 판단도 6개월이 미뤄지기는 했으나 내년 6월 편입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이같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국내 증시가 선진국지수에 편입됨으로써 국내 시장에 대한 신인도 제고와 외국인 투자자들의 질적 향상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단기적인 재료는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국내 증시의 체질을 보다 강화하고, 시장의 지위를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 자본시장통합법 본격 시행 눈앞
내년 2월4일부터 시행되는 자통법도 은행·보험·금융투자업의 3각 편대의 균형적 발전을 모색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연말 국회에서의 정치권의 정쟁으로 지연되고 있는 법률 개정안 통과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증권·선물·자산운용업계가 최근 금융투자협회로 조직을 통합하고, 다양한 투자상품 개발과 활발한 자기자본 투자를 통해 수익성을 다각화해 보다 전문화된 금융투자서비스를 펼칠 수 있는 많은 제약들이 걷힐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이같은 규제완화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보다 부합하는 자본시장으로의 변모를 가져오면서 불완전판매의 부작용을 차단하는 법적·제도적 장치도 크게 강화돼 투자환경의 개선과 건전한 경쟁을 초래할 것이란 예상이다.
◇ 글로벌 증시 폭락에 비해 상대적 양호
세계적인 증시 폭락에도 불구하고 올 코스피지수는 세계 주요 증시중 선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증시가 미국발 금융위기의 여파로 전년 동기대비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올들어 11월말 기준으로 조사대상 42개국의 44개지수를 비교해보면 올들어 칠레 IGPA지수는 지난해 말보다 20.51% 하락해 가장 하락률이 작았다.
가장 큰 폭의 하락률을 보인 러시아 RTS 지수는 무려 70.85%가 하락했다. 이에 반해 코스피지수는 40.51%의 하락률로 세계 10위를 기록했으며, 코스닥지수는 52.61%로 31위였다. 〈표 참조〉
한국증시의 시가총액은 세계 19위로 세계거래소연맹(WFE) 회원 거래소 52개중 2008년 11월말 시가 총액은 31조2152억 달러로 2007년말 60조 8548억 달러 대비 48.71% 감소했다.
이 가운데 한국 증시의 시가총액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합쳐 11월말 현재 4053억달러로 세계증시의 시가총액중 1.3%를 차지해 19위를 기록했다.〈표 참조〉
< 세계 주요 증시 시가총액 상위20 현황 (WFE 회원 거래소) >
(단위 : 백만USD, %)
(자료 : 증권선물거래소)
배동호 기자 dhb@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