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국가 품격 높이고 국제문제 신중히 대처해야](https://cfn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08122521170591491fnimage_01.jpg&nmt=18)
- 글싣는 순서 -
1. 글로벌 위기의 뿌리
2. 이머징 국가가 더 어렵다
3. 글로벌 위기해법의 전제 조건
4. 위기 극복과정의 변수들…
5. 한국의 대응과 준비
6. 자산시장 전망
모든 위기에는 그에 상응하는 원인이 있다.
그러나 전대미문의 글로벌 위기 속에서 우리는 과연 정확한 인식과 원인을 분석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통상적으로 위기의 원인에 대하여는 깊이 있는 분석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제시한 해법은 오히려 사태만을 악화시킨다.
앨런 그린스펀 마저 100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 라고 한 글로벌 금융위기. 그 위기는 이제 막 유동성위기에 대한 긴급 처방만을 내려 논 상태다.
이에 본지는 2008년 한 해를 마무리 하면서 글로벌 위기의 해법은 무엇인지 전문가 기고를 통해 6회에 걸쳐 정리해 본다.
본 기고는 최근 ‘글로벌 위기 이후’라는 저서를 통해 주목을 받고 있는 대우증권 홍성국 센터장이 맡았다. 〈편집자 주〉
글로벌 위기는 세계 전체의 위기이지만 불행히도 한국 고유의 위기가 추가적으로 존재한다. 한국이 특별히 어려워진 것은 글로벌 위기와 한국의 위기가 혼합되어 위기가 자체 증폭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은 우선적으로 자체 위기를 해결한 후 글로벌 위기에 대응해야 하는 어려움에 처해 있다.
◇ 위기에 대한 인식을 재정립 하자
한국의 대응이 다소 늦어졌던 것은 경제지표와 금융시장이 여타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었고, 재정 흑자로 2008년에 추경을 편성할 정도로 여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기가 구조적 환경으로 굳어지면서 세계경기 노출도가 심한 한국도 예외가 될 수는 없다.
한국의 위기는 금융시장, 자산시장, 실물경제 및 사회적 갈등 등 거의 전분야에서의 위기이다. 문제는 모든 위기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자산가격 하락으로 가계와 기업의 지출 여력이 감소하고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급감하고 있다.
이 결과 대출자산의 부실화로 금융기관의 안정성이 낮아지고 있다. 또한 매출 감소와 구조조정으로 실업자 증가도 불가피하다. 미국 등 세계 여러 국가와 위기의 수준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금융시장은 현재보다 미래 변화에 더 크게 반응한다. 지금보다는 글로벌 위기가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6개월, 혹은 1년 후를 우려하기 때문에 금융시장이 패닉 상태에 빠진 것이다. 현재의 한국이 아니라 미래의 세계와 한국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한국만 글로벌 위기에서 탈출할 묘안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한국의 위기와 글로벌 위기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한국 고유의 위기를 빨리 수습해야만 글로벌 위기의 국내 확산을 완화시키고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다. 따라서 위기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치유 과정에서의 사회적 합의가 가장 중요하다.
◇ 글로벌 역량을 강화하자
글로벌 위기는 말 그대로 세계전체의 위기이다. 한국 경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8년 기준으로 48%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원자재는 모두 수입한다. 한국이 아무리 견실해도 해외에서 위기가 발생하면 빠른 속도로 감염될 수밖에 없는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다. 한국의 독자생존을 상징하는 ‘고슴도치’ 논리로 세계화 시대에 적응할 수 없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문제는 2006년부터 경고되었었다. 그러나 필자를 비롯한 한국의 금융계는 서브프라임 뿐 아니라 다양한 신용파생상품의 정확한 구조와 규모조차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글로벌 위기를 맞았다.
유사한 위기를 방지하기 위해 한국은 세계 정세와 경제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정보가 필요하다.
미국뿐 아니라 중국, 일본, 영국, 유럽 등에 다양한 인맥을 구축해야 한다. 친한파를 육성하기 위한 노력은 정권을 초월해서 장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세계 각지에서 경험 많은 연구 인력을 대규모로 채용해서 현지의 깊숙한 변화를 한국에 알려야 한다. 이후 정보 내용을 한국 사회 전반이 공유할 때 소요비용은 글로벌 위기로 한국이 입은 피해의 일부분이면 충분할 듯 하다.
◇ 균형 감각, 복합 대책이 필요하다
글로벌 위기는 세계뿐 아니라 한국의 시스템 전체를 흔들고 있다. 경제 문제에서 위기가 출발했지만 궁극적으로 사회 모든 사안에 영향을 준다. 따라서 정부의 구제안은 정책결합(policy mix)적 시각으로 마련되고 시행해야 한다. 이점은 정부뿐 아니라 사회 전체가 불가피성을 이해해야 한다.
주식, 채권, 부동산 가격은 금리, 환율, 자금시장의 신뢰성 등이 복잡하게 연결되어 형성된다.
최근과 같이 채권시장이 불안하면 주가나 부동산 가격이 하락한다. 이 결과 채권시장 대책은 주가 부양책인 동시에 부동산시장 대책이 된다. 환율을 움직일 수도 있다. 이런 식의 상호의존적 연결성은 국내뿐 아니라 세계 전체에서도 유효하게 적용된다.
한편 향후 발생할 엄청난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한국은 적극적으로 국제 공조에 참여해야 한다. 국가의 품격을 높여 소프트 파워를 보강해야 한다. 사회 전체는 위기 탈출과 미래의 변화를 앞당겨 실행한다는 관점에서 국제문제에 신중히 대처해야 한다. 단편적이며 정제되지 않은 대외 대응은 치명상이 될 수 있다.
◇ 사상 최고의 부채 수준에 주목
현재 세계각국의 부채 수준은 역사상 가장 높은 수준이다. 물론 한국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수출 감소의 장기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생존 위기, 가계부채 문제, 부동산 시장 위축 등 다양한 위기가 높은 부채 기반 위에서 발생하고 있는 점을 인정한 후 대응해야 한다.
◇ 재정 건전성을 지켜라
세계 각국이 천문학적 금액의 자금을 금융기관에 쏟아 부으면서 국가 재정이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 국가 재정이 어려워진다면 장기적으로 이탈리아나 일본과 유사해 진다. 특히 한국은 북한이라는 돌발 변수가 있다. 반면 세금, 국민연금, 건강보험 비용의 합계인 국민부담율은 미국이나 일본과 유사할 정도로 높아진 상태이다.
세계적 차원에서 진행중인 경기 부양책은 전적으로 정부 투자에만 의존하고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글로벌 위기의 지속 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초기에 과도한 경기부양책을 실시한 후 위기가 장기화 될 경우 재정이 부족해 질 수 있다.
장기적으로 한국의 고령화 속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건강 보험 적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확대될 전망이다.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등 공적 연기금은 대규모 적자를 앞둔 시한부 상황에 직면해 있다. 추가적으로 건강보험료나 공적 보험료를 올리기도 여의치 않다. 따라서 재정의 효율적인 활용을 위해 정부, 시민단체, 언론의 감시가 필요하다. 정부 재정을 자신의 자산으로 여기는 인식이 절실히 필요하다.
◇ 기업의 역할 증대 필요
글로벌 위기는 국가 재정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울 정도로 위험하다. 따라서 자금력이 풍부한 기업들의 적극적인 투자가 병행될 때 효과가 가시화될 수 있다.
현재 잉여 자금이 있는 경제 주체는 기업 특히 대기업뿐이다. 환율이 안정된다면 한국 대표기업들의 막강한 자금력은 상대적으로 부각될 수 있다. 따라서 대기업 자금의 적극적 투자 여부는 2009년 한국의 사회적 화두가 되어야 한다.
글로벌화된 한국의 기업들이 경기 침체 이후까지 생존한다면 상당한 반사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 동안 지나치게 투자를 줄인 결과 부채비율은 낮고 현금흐름은 양호하다. 반면 공격적으로 투자를 감행했던 세계적 기업들은 상당히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투자에 소극적이었던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는 계기로 글로벌 위기를 삼아야 한다.
금융위기가 실물경제 위기로 전이되고 있다. 이어서 사회갈등, 시스템 문제가 대두되고 결국은 세계질서 변화까지도 감안한 준비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한국은 현재의 위기를 미래의 관점으로 풀어야만 생존할 수 있다.
< 가처분 소득대비 가계부채 비중 >
(단위 : 배. %)
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