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기 진원지 진정되나 = 무엇보다 미국의 사상 초유의 사실상 제로금리가 세계 금융시장에 던지는 매시지는 적지 않다. 이번 미국의 목표금리 0~0.25%로의 인하는 사실상 제로금리에 돌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같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저금리 속에서 역사적으로 가장 강력한 경기부양 정책을 실시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면서 기대감은 확산됐다.
미국의 제로금리가 곧 부동산시장의 안정과 가계의 이자부담 경감 및 신용위기 확산 진정으로 이어져 이는 이머징마켓의 외국인 매수 확대와 외환시장의 안정에 일익을 담당할 것이란 수순이다.
이와 함께 물가의 하락과 개인 및 기업의 이자비용 감소 속에서 유동성 공급의 원활한 흐름이 향후 펀더멘털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한다는 논리다.
실제로 미국 11월 소비자 물가지수는 1.7% 가량 떨어지면서 지난 1947년 이후 61년만에 최저치로 떨어졌고, 경기침체 영향으로 국제유가의 급락이 급속도로 진행된 점 또한 이같은 기대감을 뒷받침한다.
메리츠증권 심재엽 투자전략팀장은 “시장 유동성 공급이 보다 원활해지면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나 현금 보유 심리가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로 전환될 수 있는 징후”라고 설명했다.
금리 인하와 함께 미국 정부가 국채까지 매입할 예정이어서 시중금리의 하락 속도는 앞으로 보다 가속화될 수 있다. 이는 기업어음(CP)와 모기지금리 등 시장 금리를 연쇄하락하게 해 그 효과를 배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여기에 오바마 신정부 경기부양책과 자동차 빅3에 대한 지원 등이 진행될 경우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금융시장의 안정을 도모할 수 있으며, 국내 증시도 동반 안정세를 보일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다는 것.
실제로 올 한해 국내 증시의 수급에 부담으로 작용했던 외국인들의 매도세는 최근 급격히 둔화되고 있다.
그동안 외국인의 융단폭격과 같은 매도세는 최근 현저히 잦아들고, 순매수로 전환되는 등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들어 외국인이 40조원 가까이 국내 시장에서 매도세를 보였으나 이달 들어 확연한 매수세로 돌아섰다. 이에 따라 시장 일각에서는 유동성장세를 대비, 금리인하 효과가 직접적인 은행·증권·건설업종에 주목하고, 자동차, 기계, 철강, 조선 등 정책수혜 업종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조언이다.
◇ 아직까지는 시차 있을 것 = 반면 이같은 기대감은 아직까지 이른 감이 없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섣부른 유동성장세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지표상의 주가바닥 확인이 보다 중요하다는 것.
경기 선행지수가 일반적으로 주가보다 1~2개월 늦어질 수 있다는 점과 주가보다 추세적인 성향을 가진다는 점에서 바닥 확인을 먼저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현국면이 고용, 생산, 소비 부문에서 모두 하락 국면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에 섣부른 대응은 금물이라는 조언이다. 그러나 원·달러 환율의 하향 안정세와 한중일 통화스왑 체결에 따른 안정심리 등은 점차 향후 우려가 걷히는 우호적인 국면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영증권 이경수 연구원은 17일 “환율이 하향 안정세를 보이면서 전기가스, 에너지, 음식료, 항공, 해운 등 환율과 역의 상관계수를 갖는 업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원달러 환율 하향 안정에 베팅할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우리투자증권은 최근 국내 증시 반등은 유동성 랠리의 여러 형태중 무엇과 유사한지를 제시했다.
현재의 반등 국면이 유동성 기대감에 따른 금융장세인지, 낙폭과대에 따른 기술적 반등인지, 지수 하락국면에 일시적인 베어마켓 랠리인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것.
우리투자증권은 기업의 이익증가율이 빠른 속도로 하락하고 있다는 점에서 최근 반등을 베어마켓 랠리에 무게를 두고 있다.
또한 지난 2004년 이후 코스피지수 1300~1400대에서 형성된 국내 주식형펀드의 매물대 등을 감안할 때 추가상승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미국의 1930년대 대공황시 3년 가량 89% 하락했고, 일본은 1990년 4월부터 약 3개월간 급락의 절반가량을 되돌리는 베어마켓 랠리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LIG투자증권 서정광 투자전략팀장도 “이번 금리 인하는 시장의 유동성랠리를 가능하게 하면서 시장에 자금을 풀면서 투자를 촉진시킬 수 있지만 내년까지 경기침체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기업들의 투자로 이어지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배동호 기자 dhb@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