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정부 유동성 지원에 적극참여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옮겨가고 있는 상황에서 중소기업의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게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실질적인 금융지원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중소기업 자금사정 개선을 위해 적기에 적절한 정책적 지원이 실행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삼성경제연구소 전효찬 수석연구원은 ‘중소기업 자금사정 경색의 원인 및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내고 이같은 내용을 설명했다.
이에 따라 본지는 이 보고서를 통해 중소기업의 자금사정의 현황과 문제점을 살펴봤다.
◇ 중소기업, 자금사정 악화·연체율 상승
이 보고서는 최근 중소기업의 자금사정과 관련된 지표들이 일제히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의 ‘2008년 10월 중 기업경기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10월 자금사정 BSI는 68로 9월 75에 비해 큰 폭으로 하락했다. BSI는 100을 기준으로 100이하면 부정적 응답 업체수가, 100 이상일 경우 긍정적 업체수가 많은 것을 의미한다. 중소기업의 10월 자금사정 BSI는 한국은행이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또한 지식경제부가 발표한 2008년 3분기 제조업 기업경기실사지수 조사결과에서도 자금사정 BSI는 2008년 2분기 85에서 3분기 80으로 하락했다.
중소기업의 신용상황도 나빠지고 있어 향후 금융기관이 신용에 따라 자금배분할 때 어려움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008년 6월말 현재 신용등급 분포를 보면 전체 중소기업을 10등급으로 분류할 때 우량등급(1~4등급) 비중이 2007년 말 20.4%에서 2008년 6월 24.1%로 감소한 반면, 투기등급(7~10등급) 비중은 2007년 말 26.1%에서 2008년 6월 33.5%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 연체율 역시 2006년 1.2%에서 2008년 7월 1.5%로 상승했다.
전 수석연구원은 “연초부터 3분기까지 중소기업 자금사정이 호조세를 유지하지는 못했지만 심각한 경색상황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10월 이후 중소기업 자금사정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 금융기관 대출심사 기준 강화
이 보고서는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축소하는 이유는 경기침체에 따른 금융기관의 대출관리 강화를 꼽았다.
전 수석연구원은 “대내외 경제여건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은행들의 대출심사 기준이 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의 ‘금융기관 대출행태서베이 결과’를 살펴보면 은행들은 3분기 이후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태도를 강화하는 추세를 나타냈다. 중소기업의 대출태도지수는 2분기 -22에서 4분기 -41로 하락했다.
실제로 은행의 중소기업대출은 2008년 상반기 중 월평균 5.7조원 증가했으나 3분기 중에는 월평균 3.1조원 증가하는데 그쳤다. 또한 10월중에는 2.6조원 밖에 증가하지 않았다.
전 수석연구원은 “국내 은행들은 최근 들어 영업성과가 부진해진 가운데 수익성 제고 노력이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은행의 순이자 마진은 2006년 2.85%에서 2007년 2.73%로 하락한 데 이어 2008년 6월에는 2.58%로 더욱 하락했다. 전 수석연구원은 “은행들은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금리를 인상하거나 대출 자체를 자제할 가능성이 있다”며 “중소기업 대출을 대폭 줄이기 어려운 상황에서 은행들은 순이자마진 개선을 위해 대출금리 인상을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 회사채 발행 감소세…자금조달 위축
또한 회사채 발행 실적이 추세에 따라 감소세를 지속하면서 기업의 자본시장을 통한 자금조달이 위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08년 9월까지 회사채 발행액은 22.4조원으로 2002년 이후 감소세가 지속됐다.
전 수석연구원은 “회사채 발행이 전반적으로 부진함으로 인해 중소기업의 직접금융시장을 통한 자금조달도 제한됐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9월 이후 글로벌 신용위기가 확산됨에 따라 신용이 낮은 회사채 발행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 2007년의 경우 일반 회사채 발행액 가운데 A등급 이상 우량회사채의 비중은 77.4%였으나 2008년 들어 그 비중이 80%를 상회했다.
2008년 9월까지 우량회사채 발행은 전년 동기 대비 21.5% 증가했으나 비우량회사채 발행은 14.5% 감소했다.
전 수석연구원은 “2008년 들어 비우량 회사채 발행이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중소기업 자금조달의 어려움이 가중됐다”고 말했다.
이 보고서는 금융위기가 지속되면서 신용위험에 대한 시장 인식이 해소되지 않아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는 향후에도 크게 확대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0얼 27일 기준금리를 0.75%p 인하한 데 이어 11월 7일에도 0.25%p 인하해 시장금리 하향 안정을 유도했다. 금통위는 10~11월에만 기준금리를 세 차례에 걸쳐 총 1.25%p를 인하했다.
전 수석연구원은 “그러나 국고채와 달리 회사채 등 시장금리는 하락 폭이 작거나 상승 반전하는 등 시장 불안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3년만기 AA-급의 회사채 금리는 10월 27일 기준금리 인하 후에도 상승세를 지속해 10월 27일 7.87%에서 11월 6일 8.12%로 올라갔다.
◇ 우량과 비우량 회사채 금리 격차심화
신용위험이 확산되면서 안전자산과 위험자산뿐 아니라 위험자산 사이의 금리 격차도 확대되는 추세를 나타냈다고 덧붙였다.
국고채와 회사채 사이의 금리 격차는 11월 들어 3.6%p까지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위험자산 사이의 금리 격차 역시 점차 확대되고 있다.
우량회사채(AA-)와 비우량회사채(BBB-) 사이의 금리 격차는 9월까지 2.5~2.9%p를 유지했으나 10월 이후 3.2%p로 확대됐다.
전 수석연구원은 “향후 경기 침체가 가속화되면서 위험자산 사이의 금리 격차가 더욱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이미 우량회사채의 신용위험 스프레드가 상승하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비우량회사채의 신용 스프레드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한국은행, 은행 공급 확대하거나 직접 지원
이 보고서는 이에 따라 중앙은행의 자금 공급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국내 은행들의 BIS 자기자본비율이 하락하고 있어 위험자산인 중소기업 대출을 늘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는 것. 실제로 국민은행의 경우 2분기 BIS 자기자본비율이 12.45%에서 3분기 9.76%로 하락했다.
전 수석연구원은 “현재 국내 은행이 중소기업에 자금 공급을 큰 폭으로 확대하기에는 어려움이 큰 상황”이라며 “따라서 한국은행이 은행에 공급하는 자금을 확대하거나 직접 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후순위채 발행 등 은행이 자금조달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한국은행 및 정부기관이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 수석연구원은 “현재 한국은행은 RP거래에 은행채를 포함함으로써 은행채를 직접 매입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와 함께 은행들이 발행하는 후순위채의 시장소화를 돕기 위해 필요할 경우 한국은행 또는 연기금 등이 직접 매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중소기업들의 발행한 회사채 및 대출채권 등을 유동화하는 ABS 발행을 확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 수석연구원은 “개별 중소기업들의 채권을 통합해 유동화하는 프라이머리 CBO 발행을 추진해야 한다”며 “ABS의 원활한 시장 소화를 위해 한시적으로 한국은행이 프라이머리 CBO를 직접 매입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중소기업 관련 지원대책은 계획 수립 및 발표뿐만 아니라 빠른 집행과 실적 확인도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전 수석연구원은 “중소기업 자금사정 개선에 도움이 되는 정책이라 하더라도 집행 시기가 늦어지면 문제 해결이 어려워지는 상황”이라며 “이에 따라 기존에 발표한 중소기업 지원대책이 제대로 추진되고 있는지 일일 검토를 통해 실적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기업은행 증자 및 건설사 지원대책의 경우 실제 집행이 이뤄지지 않거나 실적이 미미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전 수석연구원은 “건설사에 대한 지원대책의 경우에도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업체에 대한 지원 등이 본격화 되지 않고 있다”며 “이에 따라 금융부실이 실물부문으로 전이되지 않도록 부동산 및 건설경기 연착륙을 유도하는 후속대책의 이행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 신용등급별 회사채 발행 추이 >
(단위 : 조원, %)
※ 자료 : 금융감독원(2008. 10.14).
“2008년 9월중 유가증권 공모를 통한 자금조달 실적
<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추이 >
(단위 : 조원, 월평균 증감액)
※ 자료 : 금융감독원(2008. 10.13)
< 회사채 발행 추이 >
(단위 : 조원)
(※ 자료 : 한국증권 선물거래소)
< 일반은행 예대율 현황 >
(단위 : 조원, %)
※ 자료 : 금융감독원(2008. 10.13)
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