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이후 4개월여만에 가진 금융위원장과 시중은행장들의 간담회자리에서 전 위원장은 “국내은행간 M&A와 관련해 공격적이거나 과도하게 경쟁적인 자세는 은행 경영환경의 불안정성과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며 “당분간 자제하는 것이 국가경제와 금융시장 전체를 위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 금융시장은 우리 모두가 힘을 합쳐 극복해 나가야 하는 어려운 상황으로 앞으로 더 어려워질 수 있는 개연성도 충분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불필요한 논의는 가능한 자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이는 최근 국제금융시장 불안,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 상승 등으로 인해 건전성과 수익성이 악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M&A에 나설 경우, 국내 금융시장 불안이 더욱 가중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에 자통법에 대비하고 생존전략 차원에서 M&A에 적극 나서려던 시중은행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과 강정원 국민은행장 등 은행권 CEO들의 “M&A 등 금융권 재편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발언이 나온 상태이어서, 은행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우리금융측은 ‘메가뱅크’안이 가시화되면 피인수자가 아닌 인수자로서의 역할도 하겠다는 뜻을 피력해왔다. 하지만 전 위원장이 ‘메가뱅크’안에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내고 있는데다 이날 발언으로 타격을 입게 됐다.
또 국민은행의 경우 금융산업 재편과정에서 국민은행이 소외될 경우 ‘리딩뱅크’지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에 M&A기회를 적극적으로 모색한다는 입장이었고, ‘빅3’에 뒤쳐지고 있는 하나금융도 M&A를 통해 성장발판을 마련한다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전 위원장의 발언으로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전 위원장의 M&A 자제 발언이 각종 규제를 통해 M&A를 막겠다는 것인지 불분명한 상황”이라며 “현재 M&A 매물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추이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정하성 기자 haha70@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