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헤지는 사후적 이익만을 고집해서는 안돼
환율이 등락을 거듭하는 요즈음 기업들에게 환위험관리는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환위험은 보통 거래적 위험, 환산위험, 경제적 위험으로 분류된다. 거래적 위험은 수입과수출 등 일상적 거래에서 외환을 다루는 데에서 나타나는 위험을 의미한다. 환율 상승 시 수입이 불리해지고 환율 하락 시 수출이 불리해지는 것과 관련되어 있는 부분이다. 환산위험은 보유하고 있는 달러표시 자산이나 부채의 가치가 환율의 변화에 의해 영향을 받는 것과 관련이 되어 있다. 환율 상승 시 달러표시 부채가치의 상승으로 인해 손실이 나고 환율 하락시 달러표시 자산의 가치하락이 문제가 된다.
경제적 위험은 매우 광범위한 리스크이다. 예를 들어 보자 원화가치가 고평가가 되면 지금까지는 수입이 되지 않던 제품이 수입이 되기 시작하면서 국내에서 이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이 타격을 입게 된다. 여태까지는 국내에서 국내산 원료만 사용하고 국내은행과 원화로만 거래하면서 외환과는 무관하게 활동하던 기업에게 환율의 변화가 커다란 충격을 안겨주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환율의 변화가 경제상황의 변화를 일으키고 이로 인해 새로운 위험이 생성되는 경우를 경제적 환위험이라고 분류한다. 경제적 환위험을 포함하면 환위험에 노출이 되어 있지 않은 기업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환위험을 관리하는 방법은 보통 외부적 기법과 내부적 기법으로 분류한다. 우선 내부적 기법은 현재 하고 있는 업무 프로세스를 변경하는 것과 관련이 되어 있다. 예를 들어 외화표시 예금이 있거나 부채가 있을 때 예금과 부채의 만기와 크기를 일치시키면 환산위험을 최소화할 수가 있다.
또한 외화표시 수입과 지출이 존재할 때 수입과 지출의 시점과 크기를 일치시키면 거래적 위험을 최소화 할 수 있다. 이러한 기법을 매칭이라 한다. 물론 억지로 부채나 예금을 만들기도 어렵고 수입과 지출의 시점을 맞추기도 만만치 않지만 이러한 부분을 염두에 두고 의사결정을 한다면 조금이라도 위험의 크기를 줄일 수 있는 것이다.
네팅 전략도 있다. 상대방과 외화거래를 하면서 그때 그때 원화로 바꾸지 말고 주고받을 부분을 일정 기간 동안 쌓아놓았다가 지급할 부분과 수취할 부분을 상계시켜서 결제할 경우 전체가 아닌 차액에 대해서만 위험이 생기므로 위험의 크기를 줄일 수 있게 된다.
리딩과 래깅은 업무 속도를 빠르게 하거나 혹은 천천히 줄이는 것이다. 예를 들어 환율이 오를 것 같으면 수입시점은 당기고(리딩) 반대로 수출은 늦게 지연시키는 것이다(래깅). 이는 마치 금리가 오를 것 같으면 예금은 늦추고 대출은 빨리 당기는 원리와 비슷하다. 물론 이에도 한계가 있다. 시점조정이 환율을 고려하여 그렇게 간단하고 쉽게 조정되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다. 이처럼 내부적 기법들은 그 자체가 한계가 존재하고 쉽게 조정이 안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이로 인해 외부적 기법의 필요성이 발생한다.
외부적 기법은 주로 파생상품의 사용이 수반되는 전략이다. 가장 일반적인 것이 선물환기법이다. 이는 한마디로 일정 기간 후에 사들이거나 팔게 될 달러의 가격을 미리 확정지어 놓는 방법이다. 이 경우 고객은 만기시점에 달러가 얼마가 될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자신이 획보한 부분만큼 챙기면 그만이다. 하지만 문제는 여전히 있다, 사후적 손실이나 이익이 생긴다는 부분이다. 예를 들어 만기에 100만달러를 달러당 950원에 넘기기로 계약을 해놓았는데 만기에 가서 환율이 1000원이 되면 사후적 손실이 발생한다. 미리 계약하는 바람에 달러당 50원씩 싸게 넘기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헤징을 하는 경우 950원을 확보하는 부분에 만족을 해야지 50원을 손해 보았다고 보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헤징이 아니라 일종의 스페큘레이션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사후적 이익이 발생하도록 하는 헤지만을 고집한다면 헤징의 의미는 사라져 버린다. 헤징은 다소 기계적이고 반복적으로 하는 것이 좋다. 마치 적립식 펀드에 가입을 한 고객이 매달 혹은 매시점마다 주식을 사들임으로서 때로는 비싸게 때로는 싸게 사들이는 효과를 통해 일정 기간 동안의 평균적 가격으로 주식을 매입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거두듯이 헤징도 반복적으로 계속함으로써 기간평균 가격에 매입하거나 매도하는 효과를 거두게 되는 것과 비슷해지는 것이다.
최근 화제가 되었던 KIKO(Knock-In Knock-Out) 상품의 경우는 문제가 좀 복잡하다. KIKO는 옵션상품을 복합적으로 결합하여 포지션을 만들어낸 스트럭쳐드 상품이다. 풋옵션을 사놓되 옵션매수에 돈이 들어가니까 이 돈을 커버하기 위해 콜옵션을 매도하여 프리미엄수입을 일으켜서 추가비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한 경우이다. 풋옵션을 보유하면 달러가치 내지는 환율이 하락할 때 달러를 미리 정한 가격에 넘길 수 있게 되므로 이익을 보게 된다. 그러나 만일 달러가치 내지는 환율이 상승하는 경우 매도한 콜옵션이 작동하면서 손실이 발생한다. 즉 콜옵션을 기업이 매도하는 바람에 상대방이 이 옵션을 매수하게 되므로 상대방은 자신이 유리한 상황에서 이 권리를 행사하게 되고 기업은 반대로 불이익을 당하게 된다.
여기서 녹인과 녹아웃 조항은 각각 풋옵션과 콜옵션에 내재된 조항으로서 녹아웃 조항은 일정 구간 밖에서 효력을 상실한다는 뜻이고 녹인 조항은 일정 구간 밖에서 효력이 발생한다는 뜻이다. 이 거래를 한 기업들은 환율의 예상치 못한 상승으로 인해 매도한 옵션에 녹인 조항이 작동하면서 사후적 손실을 보게 되었다.
옵션이 결합된 상품의 경우 조심해야 하며 특히 옵션의 매도 포지션이 들어있으면 긴장해야 한다. KIKO가 그토록 큰 사후적 손실을 야기한 것도 따지고 보면 KIKO안에 옵션매도 포지션이 첨부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외부적 기법은 되도록 반복적으로 거래를 하면서 간단 명료한 기법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옵션이 결합되어 있거나 하는 등의 이유로 복잡하거나 일회성의 성격을 가진 상품은 상당 부분 위험한 요소가 있다.
10여년전 프록터 앤 갬블은 뱅커스 트러스트 은행과의 파생상품 거래를 통해 1억달러 손실을 기록하였고 소송을 제기한 후 결국 2000만 달러를 지불하고 화해를 하였다. 일단 법정에 가면 법원은 기업에게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아무리 몰랐더라도 책임을 져야할 부분은 어느 정도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 기업들이 환위험 관리를 함에 있어서 염두에 두어야 할 부분이다.
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