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사람 대부분은 아마도 크게 화를 낼 것이다. 당초 낼 세금인지 몰랐는데 세무조사를 받고 세금 추징까지 당해 가뜩이나 응어리가 진데다, 다 낸 줄 알았던 세금을 또 내라고 하니 어찌 격노하지 않겠는가. 그 기분은 당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짐작도 어려울 듯 싶다. 그런 일이 진짜로 있었다.
김울분(가명)씨는 지난 2003년 자신이 소유한 밭 200㎡를 다른 사람에게 팔았다. 주변에서 해당 부동산의 경우 양도소득세가 비과세되는 것이라는 말을 얼핏 들은 터라, ‘조그만 밭 뙤기에 무슨 세금이 붙을까’라는 생각에 양도세 신고조차 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날 국세청에서 양도 당시의 기준시가를 적용해 500만원의 양도소득세를 내라고 적힌 고지서가 날아왔다. 부랴부랴 주변 부동산중개업소와 한두 번 면식이 있는 세무사를 찾아가 물어봤다. 대답은 한결같았다. “세금 낼 것이 없어도 신고는 해야 하는데, 왜 안 했느냐”는 반문이었다.
‘괜히 팔았다’는 생각에 머리를 쥐어박으면서도 예상치 못했던 세금 500만원을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냈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저 ‘재수가 없으려니…’하면서 스스로 마음을 달래보려고 애를 썼던 김울분씨다.
그런데 그로부터 1년여가 지난 어느 날, 국세청에서 다시 연락이 왔다. 지난번 납부한 양도소득세 말고도 ‘신고·납부불성실 가산세’라는 것을 더 내라는 것이었다. 순간 ‘울분(鬱憤)’이 솟구치는 김씨의 표정이 짐작이 간다. 가까스로 삭히던 ‘울분’이 가슴을 넘어 머리끝까지 솟아 올랐던 것.
울분씨의 ‘울분’은 대다수 평범한 사람들이라면 당연하다. 김울분 씨는 어쩌면 당초 양도소득세가 자발적인 신고를 통해 납부해야 하는 세금이라는 것조차 몰랐을 수 있다. 실제 우리나라에는 그런 납세자가 태반이다. 울분씨 입장에서는‘내라고 하는 연락이 와서 죄다 낸 것’이다. 그런데 국세청이 ‘또 내라’고 연락해온데다, 더 내라는 세목이 기간이 산정되는 ‘가산세’라고 하니 그 ‘울분’의 정도가 만만치 않을 것이다.
아무튼 ‘울분’ 충만한 김울분씨는 이 건을 조세심판원(옛 국세심판원)에 심판청구하기로 결단을 내린다. 자신의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 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조세심판원의 심리는 간단했고, 결과적으로 김울분씨는 더욱 ‘울분’에 휩싸일 결정이 내려졌다. 심판원은 “정당한 사유 없이 양도세를 제때 신고·납부하지 않은 사실과 이에 대해 국세청이 세금을 추징한 사실, 국세청 자체 감사에서 가산세 부과가 누락된 점을 발견해 나중에 이를 추가로 부과한 점에 대해 다툼이 없다”고 판단했다.
또 “쟁점부동산에 관해 사실관계가 위와 같다면 청구인이 정당한 사유도 없이 양도소득세를 신고납부하지 아니한데 대하여 처분청이 ‘국세 부과의 제척기간(5년)’내에 양도소득세에 이어 가산세를 부과한 것은 잘못이 없다”고 국세청의 손을 들어줬다.
세법에 대해 약간의 전문지식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상식과 같은 것이지만, 세법의 자초지종을 모르는 김울분씨 같은 ‘장삼이사(張三李四)’들에게는 너무 억울하게 느껴질 수 있는 대목이 한국의 조세제도 내에는 여럿 있다.
그러나 그런 제도들이 만들어진 까닭을 납세자들이 이해한다면 납세자도 훨씬 더 쉽게 세법을 이해할 것이고, 더욱이 국가의 처지와 입장을 좀 더 헤아릴 수 있을 것이다.
이상현 한국납세자연맹 정책위원,지속가능발전커뮤니티 ‘서스틴’ 대표
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