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세민 전세대출 금리 인상 부담 때문에”
“국내 금융회사들은 예금을 유치하기 위해 수신금리를 경쟁적으로 올리고 있지만, 정부는 주택분양이라는 무기로 낮은 금리에 서민들의 주머니를 털고 있다. 정부의 청약저축 금리정책이 너무나 비현실적인 것 같다.” - A시중은행 부행장.
금융권들이 앞 다퉈 정기예금 금리를 올리고 있지만 서민들이 주택마련을 위해 가입하는 청약저축 금리는 여전히 낮아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 시중은행들이 1년짜리 정기예금 금리를 6%대로 올리고 저축은행들 역시 7%대로 수신 금리를 인상하고 있지만 정부의 청약저축 금리(3.5%)는 2년 가까이 요지부동이다. 이로 인해 일반 예금상품과의 금리 차가 2.5%에서 3.5%까지 벌어졌다.
이처럼 청약저축과 일반 예금 상품간의 금리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면서 청약저축 가입자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청약저축 금리인상에는 아직까지 신중한 모습이다.
◆ 청약저축 금리 2년째 요지부동
현재 KB국민은행, 우리은행, 농협 등 3개 은행에서 취급하는 청약저축은 가입기간이 2년 이상일 경우 연 4.5%(세전 기준)의 확정금리를 지급한다. 또 1년 이상 2년 미만이면 연 3.5%, 1년 미만이면 연 2.5%이다. 〈그래프 참조〉
청약저축의 금리는 건설교통부 영(令)인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 의해 정해진다. 규칙에 따르면 2002년 9월까지 청약저축 금리는 2년 이상 연 10%, 1년 이상 2년 미만 연 5%를 유지했다.
하지만 2002년 10월에 2년 이상의 금리가 연 6%로 낮아졌고 지난해 2월엔 현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2월 청약저축 금리를 내리면서 정부 관계자는 “저금리 추세인 시중금리보다 청약저축 금리가 높아 국민주택기금에 손실이 발생, 불가피하게 금리를 인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은행권의 저축성 예금 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2005년 1월 연 3.38%로 바닥을 친 뒤 반등해 올해 11월말 현재 연 6.0%까지 올랐다.
이처럼 은행권이 수신금리를 올리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저축은행들도 잇따라 연 7%대 예적금 금리상품을 내놓고 있다.
이에 따라 청약저축상품과 시중금리 예금상품과의 금리 격차가 최고 3.5%까지 벌어졌다.
이처럼 시중 예금상품과의 금리가 벌어지면서 청약저축 가입자들은 “청약저축 금리는 내릴 줄만 알고 오를 줄은 모른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실제로 지난 2002년 이후 청약저축 금리는 단 한 차례도 인상된 적이 없었다.
◆ 언제쯤 청약저축 금리 올라가나
이 같은 저금리 기조에도 불구하고 청약저축 가입자 수는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올 6월 현재 청약저축통장 가입자 수는 259만794명으로 1년 전보다 28만8861명 늘었다. 납입금액 역시 5조2000억원에 달하고 있다.
하지만 주공이 공급하는 공공분양 물량 가운데 이들 몫으로 돌아가는 청약물량은 매년 1만~2만 가구에 불과하고, 이 또한 5년 이상 장기가입자에게 우선권이 주어지기 때문에 당첨 가능성은 높지 않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저금리 정책을 유지하자 청약저축 가입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고, 이를 둘러싼 논란도 뜨겁다.
이처럼 청약저축의 저금리정책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지만 정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시중금리가 오르고 있어 청약저축 금리도 조정할 필요성이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청약저축 금리를 올리면 국민주택기금에서 대출을 해 주는 ‘영세민 전세자금대출’ 등 여신금리를 올려야 하는 부담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시중 예금상품과의 금리 격차가 최고 3.5%까지 벌어져 있는 상황에서 계속해서 낮은 금리만을 고집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와 관련 시중은행 관계자는 “서민들의 내 집 마련 꿈을 이뤄줄 금융상품에 대한 정책금리 반영이 너무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한 뒤 “시중 예금금리와 격차가 너무 벌어져 있기 때문에 정부 입장으로서 이 부문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